이슬람 신비주의 시인이자 성자로 불리는 잘랄 아드딘 무하마드 루미.  

 

 그의 긴 이름은 알지 못 할 지라도 그의 시의 한 구절 정도는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는 오래전 여성신학자인 현경교수의 책과 류시화 시인의 시집과 산문에서 처음 그의 시를 접한 뒤 반해 루미가 쓴 시들을 찾아 다녔다. 이제는 많은 책과 글에 그의 시가 인용되고, 멋진 인테리어를 한 카페의 액자 속에서도 그의 시의 한 구절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루미의 시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는 건 좋았지만, 시 전체를 다룬 글은 적고, 시의 일부분인 구절들이 나누어져 소비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만큼 많은 시인과 문인들, 삶을 사랑하는 이들이 사랑했던 루미지만 최근까지도 그의 '제대로' 된 시집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던 차에 루미의 시들을 잘 정리해 멋진 표지- 청록색 빛이 도는 표지에 분홍색 글씨는 최근 몇 년 간 본 표지 중 가장 아름다운 표지 중 하나로 꼽겠다-까지 씌워낸 이 시집을 발견했다.

 (물론 표지보다 시는 더 아름다우며, 번역의 매끄러움도 좋았다.) 

 

 

 

드디어. 루미의 시들을 온전한 한 편으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작 발에 박힌 가시도 빼내기가 힘든데 하물며 마음에 박힌 가시는 어떻겠습니까?

 마음에 박힌 가시는 아무리 작은 가시라 해도

누군가가, 또는 누군가에게 슬픔을 준 흔적입니다.

 (중략)

 초원에 비가 내리는 것처럼 제가 당신을 대신하여 울 테니

당신은 더는 눈물을 흘리지 마십시오      p. 26

 

            

 루미의 시 속에는 늘 인간에 대한 위로와 용서가 들어있다. 그는 신비주의자이지만, 엄숙하지 않았고

그의 시는 먼 곳을 노래한 것 같지만 늘 삶을 노래하며, 가르치지 않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 지를 이야기 해 준다.  

 

내가 나의 문제에 사로잡혀 있다면 어찌 목마른 자에게 물을 내어줄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이 잘못되어 고통스럽다면 인내하라.

인내는 기쁨으로 가는 문의 열쇠이다.

 

생각을 멈추어라.

생각은 야생동물과 같다.

생각은 사람의 마음을 사냥한다.

생각을 멈추는 것이 마음을 고치는 최고의 치료제이다.

상처는 긁으면 더 아프고 흉이 진다.

생각을 멈추는 것은 명백히 치료의 첫 순서이니 생각을 멈추고,

다만 자신의 영혼의 힘을 응시하라.   

p. 150

       

 시집 속에 좋은 시들이 무척 많지만,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은 시는 이 시 였다.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은

나쁜 생각이 아니다. 좋은 생각을 포함한 너무 많은 생각들이다. 루미는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이기 이전에 최고의 명상가이자, 삶의 스승이다.  

 

자비로운 그가 말씀하시길

 "아! 아들아, 매일 너희들의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바쁘구나.

이 길 위에서 너는 긁히기도 상처를 입기도 하겠지만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매 순간에 집중하여라.

마지막까지 신의 자비가 너와 함께하여 그 순간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하여라.

남자든, 여자든 그 누구라도 노력하는 자와 나는 함께 있을 것이다."

                                                                                                                             P.94

 

 루미의 시집을 읽다보면 자주 나오는 '그', '당신'

 아마 신을 말할 수도 있고, 사랑을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 시들을 한 줄, 한 줄 곱씹어 읽다보면 그는 당신의 곁에 있을 것이다.

 세상에 아름다운 시들은 많지만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시는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집을 통해 그 평화의 행운을 누렸으면 좋겠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