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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 작성일
- 2021.6.6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 글쓴이
- 전민진 글/김잔듸 사진
비타북스(VITABOOKS)
먹이가 없어 플라스틱 조각을 새끼에게 먹이는 어미새의 모습이나 플라스틱에 목이 졸린 채 죽어가는 바다생물들, 불타는 숲과 파괴되는 열대우림, 녹아버린 빙하 사진을 보는 것이 이제는 두렵다.
“사람들은 대부분 생물의 멸종이 나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닥친 미세먼지나 코로나19가 더 문제라고 생각하지요.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고, 심지어 그 생물이 어떤 것인지, 지구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알지 못해요. 우리에게는 이미 사라진 생물종을 되살릴 능력이 없으니 그거야 말로 재앙인데 말이죠. 당장 내 집에 있는 반려동물이나 식물만 소중히 여길 게 아니라 문밖에 있는 생명에도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p 35.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 공유석 교수.
텀블러를 챙겨 다닌 게 벌써 몇 년이 되었고, 플라스틱에 든 음료를 거의 마시지 않은지도 3,4년 정도 되어간다. 일부러 우유를 사서 마시지 않고, 육류 소비도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 비누 하나로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한다(건강이 많이 좋아졌고, 머리카락이 풍성해진 건 덤이다). 나름대로 고군분투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식료품 하나를 사도 플라스틱이나 비닐포장이 대부분이라 환경쓰레기를 만드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라는 누군가의 한탄이 매일 아프게 가슴에 와 닿으면서도 재활용을 하려고 오랜 시간 앉아 뜯고, 씻고, 말리고를 반복 하다보면 이게 과연 환경에 도움이 될까 부터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자괴감,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마저 들게 된다. 그러다 또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를 잔뜩 만들고 나면 자책과 함께 ‘유난 떨지 말고 살자’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람이 나뿐 만은 아닐 것이다. 이 때 저자는 말한다. 완벽한 활동가 한 명 보다 꾸준히 실패하고 도전하는 실천가가 많아질수록 세상이 더 좋아진다고. 이 책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은 그런 실천가들, “아니, 저는 그런 완전한 실천가는 아니고요...” 하면서도 묵묵히 실패와 실천을 통해 앞서 나가고 있는 우리 주변의 실천가들의 이야기이다.
“(중략) 2008년에 들어서서 사대강 사업 이슈가 있었잖아요.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막연하고 어리둥절했는데, 여기저기 현장을 다니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대로도 너무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데 그것들을 무참히 파헤치겠다는 계획인 거예요. 새벽에 안동 내성천에 갔는데 새 발자국, 너구리 발자국이 찍혀 있었거든요. 사람이 오지 않는 그 새벽의 강은 다 짐승들이 물 먹으러 오는 곳이었어요. ‘강은 사람 것이 아니네’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죠. 왜 사람들은 이렇게 생명이 있는 곳을 파헤치면서까지 경제와 일자리에 열광할까? 의문이 들었어요.”
p.61. 먹거리가 더 소중하게 빛날 때. 이보은 대표
실천가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단순한 실천가를 넘어선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도 처음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어느 순간 별 생각 없이 먹고, 마시고 즐겼던 것을 다시 생각해보고, 좀 더 아끼겠다는, 혹은 집안일을 줄여보겠다고 시작한 요리와 미니멀로 인해 삶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알아가게 되고, 버러지는 것들을 다시 잘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해 보는 가운데 지금처럼 단단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책 제목이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라서 최근 핫한 이슈인 ‘미니멀’과 관련된 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책에는 미니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지만, 그보다 더 크고, 깊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고민과 각자의 실천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당장 ‘실천가’가 되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느슨하게라도 우리 함께 가지 않을래?’ 하며 살며시 손을 잡아끄는 그런 책이다. 잘 못 할 것 같다고 말하면 '누구나, 언제나 완벽할 수 없다'며 그저 느슨하게 라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한에서라도 같이 하자고 말하는 책이다.
가수 요조씨가 기고한 어느 글을 보면 ‘채식주의자지만 고기를 좋아합니다’라고 쓰면서 뭘 먹으러 갔을 때 고기가 딸려오면 ‘이게 웬 떡이냐’하면서 먹는대요. 저랑 똑같아서 너무 웃겼어요. (중략) 채식은 평생 해야 하는 거니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더 줄일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그때그때 맞추는 게 각자에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 235. 80%비건도 괜찮아. 양일수 매니저.
실천가로서 이야기를 들려준 식물지리학자, 경희대 지리학과 공우석 교수, 농부시장 마르쉐 이보은 상임이사,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대표, 오션카인드 김용구, 문수정 대표, 최다혜 교사, 에린남 작가, 마하키친 신소영 셰프, 해크리에이티브 양일수 매니저, 카페여름 한성원, 최경주 운영자, 더 피커 송경호 대표, 위켄드랩 이하린, 전은지 대표, 그리고 글을 엮은 전민진 기획자, 사진을 찍은 김잔듸 작가와 비타북스 출판사까지(할 수 있는 한 모두 이름을 소개하고 싶다), 여기 다 쓸 수 없는 분들을 포함해 이 책에 언급되거나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독자로서,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나 역시 조금씩 실패하고, 좌절하면서도 줄이는 삶을 이어갈 것을 약속하고 싶다. 좋은 생각을, 좋은 실천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 생기는 마음 벅찬 감사와 행복을 이 한 권으로 느껴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때론 느슨하게, 때론 쫀쫀하게’ 함께 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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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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