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9330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인생 9단
글쓴이
양순자 저
명진출판
평균
별점8.7 (37)
9330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가게가 추억속으로 자취를 감추었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서울시내의 대학가에는 내노라하는 전통 막걸리집이 즐비했었던 것을 기억해 보시라...그 막걸리 집...술집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외소하고 누추하며 퀴퀴하기 까지 하였지만 학생들이 그 집으로 몰려들어 왁자하게 먹고 노래하며 벌컥일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던 매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허름의 대명사인 막걸리집이 방학이나 주말을 포함하여 날이면 날마다 주당들의 아지트로써 명성을 날리며 인산인해를 이룰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진정 무엇이란 말인가...오케이...이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상당히 사나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친근감이 느껴지는 인상의 할머니 사진을 보고 눈치깨나 부린다는 독자들은 오방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아챘을 것이라 믿는다...올타쿠나...막걸리집에서 대딩들이 느끼는 오줌을 지릴 듯 저릿저릿한 매력의 결정체는 모니모니 해도 폭삭 익은 막걸리보다 정확히 열 배는 걸죽한 주인 할머니의 입담인 것이다...고모도 좋고 이모도 좋으며 술취하면 차라리 언니보다는 엄마가 더 낫다...막걸리 한 병만 더 주세요...혹은 젓가락 좀 주세요 하는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되받아치는 소위 '욕쟁이 할머니'의 일갈...니가 갖다 먹어 띱때꺄...

질펀한 욕을 한 판 집어먹어야 기억을 차리겠는가...우리가 그토록 가고파 했던 막걸리집 주인 할머니의 터질듯한 욕지거리 한 마디...걸레처럼 질펀하면 할수록 박장대소하며 즐거워 하지 않았던가...상상을 초월한 서비스정신과(잘 알고 있겠지만 왠만한 것은 그냥 직접 집어다가 먹는 것이 욕을 덜먹는 비결이다..물론 욕을 제대로 한 번 먹길 위해 일부로 말도 안되는 주문을 던지는 피학증 환자들 역시 속출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말이다^^) 찰랑한 막걸리 사발처럼 정이 철철 넘쳐 흐르는 욕쟁이 할머니의 담담하니 톡 쏘는 욕설은 묘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답답한 가슴을 툭 터주는 마약과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아마도 욕을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먹어 보았거나 혹은 친한 친구가 욕먹은 이야기를 해주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어도 생생하게 곱씹을수 있는 강력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부인하기는 더욱 힘든 사실 아니겠는가...초장부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가지고 있을 법한....막걸리집의 욕쟁이 할머니의 추억을 들추어 쑤셔대는 이유는 간단하다...이 책의 주인공 양순자 누님 특유의 말투가 그대로 이 책에 구어체 형식으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딱딱한 문어체의 글을 읽는 것과는 달리...일상생활에서 항상 듣고 말하는 구어체 형식으로 쓰여진 책을 읽게 되면 독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남달리 친근하게 된다...마치 나의 옆자리에 버티고 앉아서 조목조목 갈구며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욕설을 퍼붓는다는 느낌...바로 이 책은 그런 느낌이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다...

물론 오방이 시종일관 욕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독자들에게 상당한 거부감을 준 면이 있다면 사못 용서를 구한다...오방 역시 이래야 합니다 저래야 합니다 테마만 띡 던져주고 마는 여타의 인생지침서에서는 느낄수 없는 상당한 현장감과 자칫 잘못하면 양순자 할머니에게 귓방망이를 줘 터질지 모르겠다는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슬슬 읽은 듯 해도 많은 부분이 가슴이 저릴 정도로 비수를 쑥 찌르는 느낌을 받았다...비록 곁에 있지는 않지만 마치 내 옆자리에 앉아서 오방과 직접 상담을 하면서 툭툭 던지는 듯한 느낌은 다른 책에서는 느껴보기 힘든 압권의 매력이었음을 고백하고자 한다..앞서 소개한 정통 욕쟁이 할머니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하다고 극찬한 양순자 할머니는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올해로 환갑을 넘겨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하게 할머니는 빨빨거리고 세상을 걷는다...여느 젊은이들의 활력과 에너지 못지 않게 바쁜 일상을 보내는 할머니...순자 할머니는 37세부터 교도소 교화의원으로 활동하며 사형수들의 상담을 해온 분이다...법정영화에서는 나올 법한 사형수들을 직접 상담하고 위로하며 그들이 죽음에 이르기 전에 이승에서 훌훌 털고 가야할 가슴속에 응어리들을 손수 풀어주는 왕성한 활동을 올해로 29년째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어느 종교의 성직자보다 고귀한 할머니의 삶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가슴으로 읽지 않고 배길 자신 있는가...

30년 가까이 직접 사형수들을 만나 면담과 편지전달을 통해 교화를 하면서 스스로 깨닫고 느꼈던 삶의 발자취를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있다...사형수들을 만나면서 가졌던 감정뿐만 아니라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던 할머니 자신의 이야기...그리고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할 인생의 지혜 등 읽는 순간 막바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로 그득한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잠시 딴나라 세상에 앉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명상의 시간을 가질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사형수들은 자신이 형을 받은 사실만을 알 뿐 언제 사형이 집행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한다...경우가 좀 다를수 있겠지만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들의 심정이라고 해야 할까...사형수들은 갑자기 면회를 하는 줄 알고 나갔다가 죽음을 맞이할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한순간 한순간이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할까...결국 할머니같은 분이 그들이 죽음을 맞기 전에 스스로 정리하고 미련이나 한이 남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것이지...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 일인가...사형수의 처지를 빗대어 표현한 것인데...가두어져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사형수와 교도소밖 우리들의 상황은 불시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운명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언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달려오는 오토바이에 치어 죽을수도 있고...고속도로를 가다 졸음운전을 하는 덤프트럭과 충돌할 수도 있으며...평소에 멀쩡하다가도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명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삶 아니겠는가...죽음을 앞에 두고 우리의 아둥바둥 간드러지는 인생은 얼마나 사소한 일인가...그런 관점에서 평소에 자신들의 가족이나 친구..주위 사람들에게 원없이 사랑을 베푸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임에도 우리는 그런 사실을 왜 항상 잊어버리고 살아가는지...이 책 읽고 참 많이 울었다...당신의 가슴 메말라 갈라터졌다면 이 책 통해 촉촉하게 적실 수 있게 되길 바란다.바이.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9330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09.3.8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009.3.8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09.1.2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09.1.23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09.1.2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09.1.23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4.25
    좋아요
    댓글
    258
    작성일
    2025.4.25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4.24
    좋아요
    댓글
    243
    작성일
    2025.4.2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사락공식공식계정
    작성일
    2025.4.23
    좋아요
    댓글
    99
    작성일
    2025.4.23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