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길찾기에서 밀리터리 관련 서적이 뜸했는데
이번에 회고록인 "롬멜과 함께 전선에서"라는 책을 내놨네요.
그런데 이전 회고록 시리즈들이 하드커버에 종이질도 두꺼운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얇은 페이퍼백에 종이질에서도 원가절감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려운 출판계 사정이 반영이 된건지?

저자인 한스 폰 루크 대령은 종전시 독일 육군의 가장 최연소 대령중 한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경력에서 눈에 띠는 것은 롬멜이 훈련시킨 장교 후보생 중 1명이었으며
대프랑스 전역에서 롬멜이 이끌었던 7기갑사단의 중대장이었으며 
이후 아프리카 전선에서 21기갑사단의 기갑수색 대대장이었고 
노르망디 전역에서도 그 지휘하에서 복무했습니다.
이후 동부전선으로 가서 베를린을 방어하다가 포로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회고록의 제목에 롬멜을 쓰고 있어서 롬멜 원수에 대한 한정적인 증언인듯 하지만
위에서 언급하듯 저자의 2차 대전 참전기이고 종전 후 소련에서의 포로 생활까지 포함한 회고록입니다.

병사나 장군이 아닌 군의 중추인 영관급 장교로 그의 경험은 대단히 귀중한 증언입니다.
거기가 중요 병과인 기갑병과 출신으로 독일 육군의 기갑전에 관한 증언은 흥미롭습니다.

독일군은 전성기때 뿐만 아니라 이후 전쟁에서 승리의 가망이 사라지고 패배가 명확해지고
불충분한 무장과 보급에 전투 경험 없는 신병이 대다수를 차지할때도 군기를 유지하고 전투를 지속했습니다.
저자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사기를 유지하면서 전투를 계속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은 전투를 지속하게 했는지 읽어보면 짐작이 가실듯 합니다.

저자는 영관급 장교인지라 상층부 장군들부터 하급장교나 병사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예를들어 롬멜과 1차대전부터 마타주르산 전투에서부터 악연을 맺어온 쇠르너 원수가 어떤 성품으로 평가받았는지 라든가
자신의 부하들이 어떤 용맹을 떨쳤는지, 포로가되어 어떤 처우를 받고 귀국했는지도 꼼꼼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롬멜이 북아프리카 전선에서부터 전쟁의 승패에 회의를 가지고 끊임없이 강화를 해야 된다는 것과 
북아프리카에서 병력을 온전히 철수하여 유럽을 방어해야 된다고 주장했던 점이 인상깊습니다.
이후 히틀러에게 북아프리카 철수계획을 가지고 설명하는 장교로 선발되어 갔다가 실패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히틀러에게 비판적인데 그가 존경한 롬멜과 더불어 히틀러의 잘못된 전쟁지도에 학을 뗀듯 생각됩니다.

거기다가 구데리안이 롬멜과 비밀 회동을 원했고 저자가 이를 주선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을지가 궁금한데 지금에는 알길이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인종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판쳤던 전쟁이었는데 
저자의 증언에서 최일선에서 죽어라 싸웠던 독일, 소련, 영국, 미국의 군인들이 
서로의 적에 대한 존경심과 회의를 보인 점이 특이합니다.
소련에서 보낸 포로 생활에서도 과거 호되게 당한 소련군 장교는 저자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었습니다.
그런게 군인들간의 명예인걸까요?

저자가 회고한 전쟁 경험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