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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12.28
하리
- 글쓴이
- 서경희 저
문학정원
하리 ? 서경희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서경희 작가의 책은 <옐로우시티> 이후로 두 번째다. 몽환적인 중간계를 떠돌아다니는 캐릭터들을 만나본 책에 비해 이번 작품은 매운맛이었다. 비단 미혼모를 다루고 있다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제 열여덟인 하리는 원치 않는 괴물을 가지게 된 노숙자다. 어쩌다 인터넷에서 알게 된 무허가 미혼모 쉼터를 알게 되고 인가도 별로 없는 북단으로 원장을 만나러 터미널에 앉아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책에서 묘사되는 하리의 얼굴이나 몸의 상태에 비해 요새 일러스트로 너무 예쁜 친구가 그려져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책의 판매량을 생각하면 멋진 표지가 필요하고, 그렇지만 내용은 가난에 못이겨 인간이기를 포기할 정도의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버려지고 밑바닥까지 드러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의 표지치고는 너무 <예쁘다>고 생각한다. 미혼모의 이야기여도 예뻐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씁쓸한 것이다.
부어버린 발에 추운 날씨인데도 얇은 옷만 걸친 하리는 원장을 만나서 스타렉스에 몸을 싣는다. 분홍하마의 집에는 마마와 다른 임산부들 초련, 예나 등이 먼저 와있다. 오자마자 노숙하던 냄새 때문에 눈총을 받고 하리는 마마와 같은 방을 쓰게 된다. 조금은 심리치료 같기도 연극같기도, 거울치료 같기도 한 고백의 시간에 낯설어 한다. 연극배우를 꿈꿨지만 사투리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마마의 상처치유 프로그램이 낯설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할 생각을 한다.
사기와 계속적인 죽음이 등장한다. 그리고 허기와 범죄가 등장한다. 그렇지만 그 어떤 사람을 원망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뉴스에 낼만한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킹벤자민 잎을 샐러드로 먹든, 무쳐먹든 놀랄일이 아니다.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먹어야 한다.
<하리>를 읽으며 임산부로 쉼터에 왔지만, 관리자로 변모하는 모습 그리고 다 무너져내리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혹은 나만 살기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처절했다.
올초에 읽었던 비슷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베이비팜>이 생각났다. 여기는 임신부터가 아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팔기위한 대리자궁을 제공하는 대리모들의 이야기라는게 좀 다를까. 그래도 낳은 아기를 보내야 할까 고민하는 내용은 비슷한 줄거리가 조금 있다. <하리>를 읽고 독한 내용에 힘들다면 이 이야기도 비교해서 읽어보길 바란다.
하리의 마음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떠나가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100%의 선의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계속적으로 눈만 녹으면, 어떤 이유만 지나가면 이 지긋지긋한 곳을 탈출할려고 계속 맘먹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면사무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하리의 노력은 그녀를 많이 성장시킨 것 같다. 늘 될대로 되라는 식이었던 그녀의 말에 의미가 부여되고, 목적이 생겼다. 같이 살아가기 위함이라는 뜻을 가진 것 부터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게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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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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