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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의집 GIFT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8.7.7
자료제공 :
GIFT 명화공급사
Artshopkorea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러시안 페인팅’ 시리즈를 전시하고 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그린 41점이 7월 15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과거에 그린 것을 변형하거나 사진을 기초로 그린 이 그림들은 모두 과거 러시아에 대한 것으로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예를 들어 수세식 변기도 사용할 줄 모르는 러시아 병사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을 보자.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군은 지적이며 감성적이라고 선전하려고 사회주의 화가에게 그리도록 한 이미지이지만, 바젤리츠가 이를 조야한 이미지로 변형하여 냉소했다. 러시아의 영웅 레닌을 반누드의 평범한 늙은이가 편지 혹은 연설문을 작성하는 이미지로 격하했는가 하면 정치 선전 그림만 그리던 화가가 사회주의 몰락 이후 빈 캔버스 앞에 앉아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몰라 하는 이미지도 있다.
바젤리츠는 독일 경제전문지 ‘캐피탈’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가 중 6위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선두주자 중 한 사람이다. 1970년대 말에 등장한 신표현주의를 신야수주의 혹은 격렬하고 폭력적인 회화라고도 한다. 재료 처리방식이 매우 거칠며 짧은 기간에 제작해 격렬함이 작가의 주관에 따라 두드러진다고 해서 ‘나쁜 회화(Bad Painting)’로 불리기도 한다. 1969년부터 그림을 거꾸로 걸기 시작했으며 ‘거꾸로 된 그림의 화가’로 불린다.
거꾸로 건 그림은 거꾸로 보일 뿐이다. 미술관에 가서 그의 작품을 바로 감상하려고 목을 45도로 갸우뚱해 보았지만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오른편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목을 90도가 되게 갸우뚱해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180도 거꾸로 걸었기 때문이다.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목을 뒤로 젖히고 보다가 결국 제대로 보지 못하고 목만 아팠던 기억이 새롭다.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에 호기심을 갖고 오랫동안 바라보도록 하기 위해서 거꾸로 건 바젤리츠는 “거꾸로 된 이미지는 더 잘 보일 뿐만 아니라 보는 이의 눈을 향하게 된다”면서 “거꾸로 그려진 이미지는 오브제로 부적합하므로 오히려 회화에 적합하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고 주목받기 위해 바젤리츠식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많다. 연예인과 정치인들 중에 특히 많으며 심지어 지식인 중에도 있다. 이들은 말을 돌리기 때문에 그 진의를 파악하기 몹시 어렵다. 고개를 90도로 갸우뚱해도 그 진의를 알 수 없는 까닭은 180도로 돌려서 말하기 때문이다.
포퓰리즘(대중주의 혹은 인기주의)을 타고 유명해지기를 바라는 이들의 목적은 매우 불순하다. 광고는 거의 거꾸로 된 이미지와 말이다. 미국의 어느 제약회사가 “이것은 100% 비타민 C”라고 광고했다가 당국으로부터 저지당한 적이 있다. 100% 사과가 있을 수 없듯이 100% 비타민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숨기려는 화가는 그림을 거꾸로 건다. 진의를 숨기려는 사람은 말을 거꾸로 한다.
거꾸로 건 그림을 바로 보기 위해서 우리는 물구나무를 서야 한다. 미술관으로 와서 물구나무를 서라고 요구하는 건 너무하다. 거꾸로 말을 하면 상대방을 속이는 궤변이 된다. ‘둥근 사각형’ 혹은 ‘네모난 원형’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림을 바로 걸어야 하고 말은 돌리면 안 된다. 그림을 바로 걸고 말을 바로 해야 세상이 어지러워지지 않는다. ▒
/ 김 광 우 | 미국 뉴욕시립대학 철학과 졸업. 미국 포담대학 석사(철학 전공). ‘칸딘스키와 클레의 추상미술’ ‘성난 고갱과 슬픈 고흐’ 등 20여권의 저서와 번역서 ‘예술의 종말 이후’를 펴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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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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