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우리 나라 단편 소설집

LaBoum
- 작성일
- 2005.9.23
예쁜 표지와 예쁜 이름의 작가 김연경이 눈길을 끈다. 전에 쓴 소설들은 읽지 못했지만 재능은 인정받은 젊은 소설가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갸우뚱하게 된다. 통속적이면서도 심오하고 심오하면서도 때론 너무나 단순하고 러시아와 한국을 오가는 그녀의 소설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고 변화무쌍하기만 하다.
노란 표지가 눈길을 확 끄는 백가흠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산뜻한 표지를 배반하는 이 폭력적인 이야기는 무엇인가 싶지만 그것이 그의 소설의 특징이다. <구두>에는 아내를 살해하고 눈먼 안마사를 강간하는 남자가 나온다. 살해와 강간은 잔인하지만 그가 처한 현실 역시 잔인하다.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의 소설을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다.
작가에게 글을 잘 쓴다고 하면 실례같지만 김인숙에게는 꼭 글 잘 쓰는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자서전을 대필하는 여자, 어린 시절 멀리뛰기를 잘했던 남자애를 17년만에 다시 만난 여자, 성우에서 베이비시터로 변해 버린 여자... 슬픈 사연도 김인숙이 쓰면 담담한 슬픔이 된다. 술술 잘 읽히면서 마음에 쿵하는 무언가를 던져 주는 김인숙의 새로운 소설집이다.
재미있는 표지의 투견은 김숨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재미있는 표지는 잔혹한 내용을 숨기고 있지만 잔혹한 것은 소설이 아니라 현실인가 보다. <중세의 시간>에는 세상의 냄새를 못 견뎌하는 엄마와 커다란 수족관과 한 마리의 금붕어와 살고 있는 여자가 나온다. 암흑의 시대라는 중세는 어느새 현대에 스며들었다.
재미있으면서도 공감을 주는 소설을 쓰는 김경욱의 재치 가득한 소설집이다. 그의 단편들은 이상 문학상, 현대 문학상에서도 만날 수 있을 만큼 성장세가 뚜렷하다. <장국영이 죽었다고?>는 만우절날 세상을 떠난 장국영의 이야기를 채팅방에서 남녀가 건네는 것으로 전개된다. 제목을 짓는데 탁월한 감각이 있는 그의 소설들은 제목처럼 초롱초롱하고 생기발랄하다.
얌전한 외모에 단정한 입매의 작가 편혜영의 소설들은 작가의 이미지를 배반하는 엽기적이고 공포스러운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소설 전편에는 시체들의 이미지가 떠다닌다. 물에 불은 시체, 절단난 시체 등등. <만국 박람회>에서 비가 와서 엉망이 된 박람회장은 축제의 장이 재앙과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준다.
무규칙 이종 소설가라는 난해한 소개글이 적힌 띠가 둘러져 있는 박민규의 첫 단편집이다. 너구리, 펠리컨, 기린, 대왕 오징어의 기습이 동물의 왕국을 연상시킬 만큼 다양하고 자유롭다. 심야 전기처럼 저렴한 내 청춘이라는 주옥같은 문장에 감탄하고 내세울 게 없어 그런지 내보낼 것도 없나봐요라는 겸손한 문장에 공감한다.
이상 문학상 수상 작가인 권지예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물의 연인>이 책 속의 로맨스를 확실하게 책임지고 있고, <꽃게 무덤>은 읽는 이를 허기지게 하지만 <뱀장어 스튜>가 속을 확실하게 덥혀 주는 온기 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재미있는 작가 성석제의 또다른 변신이 느껴지는 단편집이다. 현대 문학상을 수상한 <내 고운 벗님>이 확실한 재미를 책임지며 <잃어버린 인간>은 성석제의 인간사와 역사를 어우르는 솜씨를 볼 수 있다. 애매한 제목의 <저녁의 눈이신>의 축구 경기는 2002년 월드컵만큼의 감동과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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