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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4.5.5
자살하는 대한민국
- 글쓴이
- 김현성 저
사이드웨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왜때문에 책 제목을 이렇게 무섭게 지었나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을 닫을 즈음에는 이런 제목을 지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도시, 노동, 계층, 결혼, 경쟁, 세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하나하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개인적으로 ENTJ라 그런지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분석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의 현실 인식은 인정하되, 어떻게 하면 이 책에서 지적한 문제점 하나하나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노력해 보는 것이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다고 볼 수 있고, 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세상에 내어 놓은 이유일 것이라고 본다.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즉 돈으로 이야기하면 나 역시 이 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은 미국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한국이 좋고 한국이 잘 될 것이라고 말을 하고는 있지만, 돈의 흐름을 통해 보자면 나는 어쨌거나 한국보다 미국이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한국의 회사보다 미국의 회사가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 나보다 더 젊은 분들은 코인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는데, 돈은 그만큼 냉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삼성전자보다, 서울의 부동산보다, 미국 주식이나 코인, 뉴욕의 부동산이 더 잘 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돈의 흐름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쯤 되면 오히려 한국의 부동산이 계속해서 우상향하는 것이 국가 경제 발전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물론 국가 GDP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의 속도로 우상향하는 것 말이다. 여튼 책에서 논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하나둘씩 상세히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책은 돈이 없는 한국인으로부터 시작한다. 물론 인근 국가에 비해 가처분소득이 높거나 비슷할 수는 있지만, 과도한 식료품 물가와 사교육비로 인해 실질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소득이 낮다는 말이다. 그나마 이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비교적 낮은 임대료와 에너지 가격인데, 이 역시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이 부분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데, 그 물가 비싸다는 북유럽조차 사과는 한국의 절반 값이다. 오늘 자 Numbeo 데이터에서 비교해 보면 일반 음식점 1인 식사 요금은 서울이 11,000원이고 코펜하겐이 29,000원인데 반면, 사과 1kg의 가격은 서울이 9,000원이고 코펜하겐은 4,000원이다.
대륙과 섬나라의 문제라 하기엔 싱가포르나 타이완의 사과 가격이 각각 5,600원, 6,100원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식료품 물가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주말에 요리를 해보려고 마트에 가서 식료품 하나하나를 담아보면 이게 도저히 가성비 나오지 않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차라리 인근 음식점에서 포장해다 먹는 편이 퀄리티나 노동강도 측면에서 훨씬 나은 선택이다. 필자는 이 문제의 원인을 낮은 농업생산성과 영세한 한국농업의 특유성에서 찾는다. 1공화국 시절 과감히 실시한 농지개혁은 분명 지난 반세기 넘게 우리나라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농업이 주경제가 아닌 현재, 그리고 미래의 대한민국에 있어 이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버린 것이다. 정부 보조금과 쌀 직불금 등으로 구성된 농업소득의 보전은 원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다.
이후 저자는 서울 집중화라는 오래된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기 시작한다. 일본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도권 집중화가 문제라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고, 대도시로 경제력과 인프라가 집중되는 편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남한보다 8배나 면적이 큰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 주에는 대략 800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는데, 면적의 1%밖에 차지하지 않는 시드니에 주 전체 인구의 65%인 530만 명이 밀집해 있다. 미국은 수도 집중이 되어있지 않다고 하지만, 와이오밍 주의 km2 당 인구밀도는 2명이고 뉴욕시의 그것은 10,000명이 넘는다.
현재 서울의 경쟁상대는 부산시나 광주시가 아니다. 서울은 뉴욕이나 런던, 도쿄나 파리와 같은 대도시와 경쟁을 해 나가야 하는데, 서울 집중화라는 좁은 프레임으로 우리를 가두기 시작하면 국제경쟁력 제고가 둔화될 수 있다. 아울러 작금에 발생하는 신규 도시들은 자생적으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데, 판교나 동탄, 나아가 평택과 이천과 같은 지역들이 그러하다. 20년 전까지 인구 20만 명에 불과하던 화성시의 인구는 아마도 수년 내에 100만 명을 넘을 것이고, 평택시 역시 최근 50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 평택이나 화성은 사실상 수도권이라 보기에 어려운 게, 이들은 서울보다 오히려 충청북도와 그 지리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교, 동탄, 이천, 평택과 같이 경기남부지역의 도시들이 팽창하게 되면 결국 천안, 청주를 거쳐 세종시와 맞닿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대전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지속 가능한 산업벨트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인프라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많은 자원이 소요되는 일이다. 당장 지하철 10km만 건설하려고 해도 1조 원이 넘는 건설 비용이 소요되며, 고속도로 10km만 건설하려고 해도 5천억 원 이상은 필요하다. 이러한 인프라는 비용편익분석이 1은 넘지 못해도 그래도 지속 가능한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인데, 사람이 모이지 않는 곳에 이러한 인프라를 깔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사람이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철도, 도로, 상하수도, 전기, 지역난방 등의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도시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경우, 오히려 자생적으로 서울에서 경기 남부권으로 그 인구의 이동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바람직한 트렌드라 볼 수 있다. 억지로 서울의 수요를 분산시킨 사례는 혁신도시를 통해 볼 수 있다. 최근 광명에서 김천 혁신도시로 매일 출퇴근한다는 친구와 만난 적이 있는데, 더 이상의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매주 금요일 오후, 그리고 일요일 오후에 매진되는 KTX는 과연 왜때문에 발생한 것일까,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인위적인 도시의 분산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국민연금에 대한 부분이었다. 간혹 정치권에서 국민연금 적립금은 곧 고갈되고 제도는 붕괴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연금의 신뢰성만 갉아먹는 좋지 않은 프로파간다라는 말이다. 국민연금을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선진국 관점에서 봤을 때, 적립금이 미래 특정 시점에 고갈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후 국가 재정의 20%가량을 통해 연금 지급을 한다는 말이다. 다만 여기서 국민연금이 노후생활자금의 100%를 조달시켜준다는 개념은 아니고, 퇴직연금+개인연금의 추가 재원을 통해 노인들은 경제적 여생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후자의 개념은 사라진 채, 국민연금만을 모두가 바라보고 있고, 마치 적립금이 소진되는 순간 연금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만 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대로 높은 신뢰성을 유지하고, 퇴직연금 등 다양한 노후재원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정책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가장 큰 문제는 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 0.7명의 시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낮은 출산율이 도래할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설레발을 치고 싶지도 않고, 눈을 가리고 살아가고 싶지도 않다. 이 책에서 지적한 다양한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적어도 출산율을 1.0 이상으로 만들어야 그나마 지속 가능한 공동체가 될 수 있지 싶다. 작년 출생아 수가 23만 명이라 하는데, 그것참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계획을 해야 하는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각자도생의 관점에서 어딜 가든 자기 밥그릇은 지키고 살아갈 수 있을 수준의 지적 및 체력적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책의 마지막에는 우리 자본시장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오너 가문의 가업승계에 따른 밸류에이션 저하, 주주환원의 두 가지 수단인 배당과 자사주 소각의 배제. 앞서 내가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은 미국 금융상품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는데, 삼성전자와 애플만 비교하더라도 그 대차대조표가 얼마나 상이한지 확인할 수 있다. 작성 시점 기준 Yahoo finance를 통해 확인한 애플의 ROE는 147.25%인데 반해 삼성전자의 그것은 5.65%다. 책에서도 설명되었지만 ROE는 자기자본이익률로서 '=당기순이익 / 자기자본'으로 계산한다. 그러니까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대한 지표로서, 주주에게서 가져간 돈 역시 요구수익률 이상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미국 기업들은 이 ROE에 진심이다. 지난주 애플의 '24년 1분기 실적 발표 때 언급한 자사주소각의 규모는 무려 150조 원 규모였는데, 이렇게 자사주를 소각하면 기존 주주들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과감하게 슬림한 대차대조표 운영은 시장에서의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애플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147 대 5는 차이가 커도 너무 크지 않나 싶다. 미국 회사나 한국 회사나 어느 회사가 잘 될 것인가를 예상하고 맞추는 일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이는 꼭 내 자산을 불려간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기업 오너를 위해 일하는 회사는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오르는데 제약이 있고, 주주를 위해 일하는 회사는 실적 이상의 주가 상승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 세계 시장 투자자들이 전자에 투자를 할지, 후자에 투자를 할지는 자명하다. 부디 우리 금융시장도 조금 더 선진화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최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다양한 목소리가 건강하게 퍼져나가고 있는데, 좋은 변화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김현성 작가는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편이다. 사석에서도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며 교류를 하는데,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주제라 할지라도 경청하며 생각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자세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가 자체적으로 지적 능력과 표현 능력이 탑티어 수준이라 내가 평가할 깜냥은 아니지만,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즐거움이라는 말이다. 이 책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논쟁을 이어가면 좋겠다 싶다. 본 서평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나 역시 필자의 견해와 다른 의견을 가진 주제들이 있다. 하지만 내 견해가 또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인생사 정반합 과정의 연속인데, 어찌 한 사람의 견해만 맞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좋은 사회는 그러한 많은 견해들이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옳은 판단을 하게 만드는 사회가 아닐까 싶다. 어떤 의사결정이든 Risk와 Oppotunity는 혼재하기 마련이고, 장고 끝에 악수만 두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싶다.
2024.05.05 작성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즉 돈으로 이야기하면 나 역시 이 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은 미국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한국이 좋고 한국이 잘 될 것이라고 말을 하고는 있지만, 돈의 흐름을 통해 보자면 나는 어쨌거나 한국보다 미국이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한국의 회사보다 미국의 회사가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 나보다 더 젊은 분들은 코인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는데, 돈은 그만큼 냉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삼성전자보다, 서울의 부동산보다, 미국 주식이나 코인, 뉴욕의 부동산이 더 잘 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돈의 흐름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쯤 되면 오히려 한국의 부동산이 계속해서 우상향하는 것이 국가 경제 발전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물론 국가 GDP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의 속도로 우상향하는 것 말이다. 여튼 책에서 논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하나둘씩 상세히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책은 돈이 없는 한국인으로부터 시작한다. 물론 인근 국가에 비해 가처분소득이 높거나 비슷할 수는 있지만, 과도한 식료품 물가와 사교육비로 인해 실질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소득이 낮다는 말이다. 그나마 이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비교적 낮은 임대료와 에너지 가격인데, 이 역시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이 부분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데, 그 물가 비싸다는 북유럽조차 사과는 한국의 절반 값이다. 오늘 자 Numbeo 데이터에서 비교해 보면 일반 음식점 1인 식사 요금은 서울이 11,000원이고 코펜하겐이 29,000원인데 반면, 사과 1kg의 가격은 서울이 9,000원이고 코펜하겐은 4,000원이다.
대륙과 섬나라의 문제라 하기엔 싱가포르나 타이완의 사과 가격이 각각 5,600원, 6,100원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식료품 물가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주말에 요리를 해보려고 마트에 가서 식료품 하나하나를 담아보면 이게 도저히 가성비 나오지 않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차라리 인근 음식점에서 포장해다 먹는 편이 퀄리티나 노동강도 측면에서 훨씬 나은 선택이다. 필자는 이 문제의 원인을 낮은 농업생산성과 영세한 한국농업의 특유성에서 찾는다. 1공화국 시절 과감히 실시한 농지개혁은 분명 지난 반세기 넘게 우리나라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농업이 주경제가 아닌 현재, 그리고 미래의 대한민국에 있어 이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버린 것이다. 정부 보조금과 쌀 직불금 등으로 구성된 농업소득의 보전은 원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다.
이후 저자는 서울 집중화라는 오래된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기 시작한다. 일본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도권 집중화가 문제라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고, 대도시로 경제력과 인프라가 집중되는 편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남한보다 8배나 면적이 큰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 주에는 대략 800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는데, 면적의 1%밖에 차지하지 않는 시드니에 주 전체 인구의 65%인 530만 명이 밀집해 있다. 미국은 수도 집중이 되어있지 않다고 하지만, 와이오밍 주의 km2 당 인구밀도는 2명이고 뉴욕시의 그것은 10,000명이 넘는다.
현재 서울의 경쟁상대는 부산시나 광주시가 아니다. 서울은 뉴욕이나 런던, 도쿄나 파리와 같은 대도시와 경쟁을 해 나가야 하는데, 서울 집중화라는 좁은 프레임으로 우리를 가두기 시작하면 국제경쟁력 제고가 둔화될 수 있다. 아울러 작금에 발생하는 신규 도시들은 자생적으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데, 판교나 동탄, 나아가 평택과 이천과 같은 지역들이 그러하다. 20년 전까지 인구 20만 명에 불과하던 화성시의 인구는 아마도 수년 내에 100만 명을 넘을 것이고, 평택시 역시 최근 50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 평택이나 화성은 사실상 수도권이라 보기에 어려운 게, 이들은 서울보다 오히려 충청북도와 그 지리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교, 동탄, 이천, 평택과 같이 경기남부지역의 도시들이 팽창하게 되면 결국 천안, 청주를 거쳐 세종시와 맞닿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대전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지속 가능한 산업벨트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인프라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많은 자원이 소요되는 일이다. 당장 지하철 10km만 건설하려고 해도 1조 원이 넘는 건설 비용이 소요되며, 고속도로 10km만 건설하려고 해도 5천억 원 이상은 필요하다. 이러한 인프라는 비용편익분석이 1은 넘지 못해도 그래도 지속 가능한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인데, 사람이 모이지 않는 곳에 이러한 인프라를 깔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사람이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철도, 도로, 상하수도, 전기, 지역난방 등의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도시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경우, 오히려 자생적으로 서울에서 경기 남부권으로 그 인구의 이동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바람직한 트렌드라 볼 수 있다. 억지로 서울의 수요를 분산시킨 사례는 혁신도시를 통해 볼 수 있다. 최근 광명에서 김천 혁신도시로 매일 출퇴근한다는 친구와 만난 적이 있는데, 더 이상의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매주 금요일 오후, 그리고 일요일 오후에 매진되는 KTX는 과연 왜때문에 발생한 것일까,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인위적인 도시의 분산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국민연금에 대한 부분이었다. 간혹 정치권에서 국민연금 적립금은 곧 고갈되고 제도는 붕괴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연금의 신뢰성만 갉아먹는 좋지 않은 프로파간다라는 말이다. 국민연금을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선진국 관점에서 봤을 때, 적립금이 미래 특정 시점에 고갈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후 국가 재정의 20%가량을 통해 연금 지급을 한다는 말이다. 다만 여기서 국민연금이 노후생활자금의 100%를 조달시켜준다는 개념은 아니고, 퇴직연금+개인연금의 추가 재원을 통해 노인들은 경제적 여생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후자의 개념은 사라진 채, 국민연금만을 모두가 바라보고 있고, 마치 적립금이 소진되는 순간 연금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만 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대로 높은 신뢰성을 유지하고, 퇴직연금 등 다양한 노후재원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정책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가장 큰 문제는 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 0.7명의 시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낮은 출산율이 도래할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설레발을 치고 싶지도 않고, 눈을 가리고 살아가고 싶지도 않다. 이 책에서 지적한 다양한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적어도 출산율을 1.0 이상으로 만들어야 그나마 지속 가능한 공동체가 될 수 있지 싶다. 작년 출생아 수가 23만 명이라 하는데, 그것참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계획을 해야 하는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각자도생의 관점에서 어딜 가든 자기 밥그릇은 지키고 살아갈 수 있을 수준의 지적 및 체력적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책의 마지막에는 우리 자본시장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오너 가문의 가업승계에 따른 밸류에이션 저하, 주주환원의 두 가지 수단인 배당과 자사주 소각의 배제. 앞서 내가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은 미국 금융상품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는데, 삼성전자와 애플만 비교하더라도 그 대차대조표가 얼마나 상이한지 확인할 수 있다. 작성 시점 기준 Yahoo finance를 통해 확인한 애플의 ROE는 147.25%인데 반해 삼성전자의 그것은 5.65%다. 책에서도 설명되었지만 ROE는 자기자본이익률로서 '=당기순이익 / 자기자본'으로 계산한다. 그러니까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대한 지표로서, 주주에게서 가져간 돈 역시 요구수익률 이상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미국 기업들은 이 ROE에 진심이다. 지난주 애플의 '24년 1분기 실적 발표 때 언급한 자사주소각의 규모는 무려 150조 원 규모였는데, 이렇게 자사주를 소각하면 기존 주주들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과감하게 슬림한 대차대조표 운영은 시장에서의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애플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147 대 5는 차이가 커도 너무 크지 않나 싶다. 미국 회사나 한국 회사나 어느 회사가 잘 될 것인가를 예상하고 맞추는 일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이는 꼭 내 자산을 불려간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기업 오너를 위해 일하는 회사는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오르는데 제약이 있고, 주주를 위해 일하는 회사는 실적 이상의 주가 상승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 세계 시장 투자자들이 전자에 투자를 할지, 후자에 투자를 할지는 자명하다. 부디 우리 금융시장도 조금 더 선진화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최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다양한 목소리가 건강하게 퍼져나가고 있는데, 좋은 변화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김현성 작가는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편이다. 사석에서도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며 교류를 하는데,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주제라 할지라도 경청하며 생각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자세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가 자체적으로 지적 능력과 표현 능력이 탑티어 수준이라 내가 평가할 깜냥은 아니지만,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즐거움이라는 말이다. 이 책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논쟁을 이어가면 좋겠다 싶다. 본 서평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나 역시 필자의 견해와 다른 의견을 가진 주제들이 있다. 하지만 내 견해가 또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인생사 정반합 과정의 연속인데, 어찌 한 사람의 견해만 맞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좋은 사회는 그러한 많은 견해들이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옳은 판단을 하게 만드는 사회가 아닐까 싶다. 어떤 의사결정이든 Risk와 Oppotunity는 혼재하기 마련이고, 장고 끝에 악수만 두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싶다.
2024.05.0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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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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