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어 클럽 리뷰

시엘
- 작성일
- 2020.11.7
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
- 글쓴이
- 이상권 저
자음과모음
서양신들은 가라, 이제 K - 신들이 온다!!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에 걸맞게 우리 조상님들은 많은 토착신들을 섬겨왔다.
그래서 우리 조상님들은 새벽에 정안수를 떠다놓고 가족의 안위를 빌기도 하고, 서낭당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했다.
마을을 수호하는 동신에게 마을 주민들이 정성을 모아 마을의 액을 막고 풍농이나 풍어를 비는 굿을 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엔 시골길을 지나다 보면 마을 어귀에 장승이 있거나 큰 나무에 끈 장식을 달아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요즘은 그러한 것들을 보기 쉽지 않다.
미신이라는 이유로 또는 개발을 한다는 이유로 서서히 사라졌던 것이다.
아주 머나먼 선조님으로부터 과거 그 어디쯤의 선조님까지 그들은 동식물이나 바위와 나무, 해와 별과 같은 자연이나 초자연적인 어떤 존재를 믿었다.
힘겹고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현실 앞에서 평범한 인간이 아닌 그 어떤 초월적인 존재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큰 나무나 바위와 같은 자연물에 기원을 받치던 우리 조상님들은 하늘에서 환웅이 내려온 이후부터는 이런 초월적인 존재들을 믿기 시작했다.
< 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 > 에서는 오천년 동안 우리 곁에서 우리와 울고 웃으며 우리를 지켜왔지만 어느새 우리에게 잊혀진 23명의 신을 우리 앞에 되살려냈다.
< 금도끼, 은도끼 > 의 주인공 산신령이나 아기를 점지해 주는 삼신 할미, < 토끼와 거북이 >에서 약간 모자란 캐릭터로 등장하셨던 용왕, 수능 공부하느라 열심히 읽었던 < 바리데기 > 등 우리에게 친숙한 신들도 있지만 벼락장군이나 창부씨, 종규같은 생소한 신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신은 악기를 다루고 춤을 추는 예능신 ' 창부씨 ' 이다.
무력으로 악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 창부씨 '만큼 흥이 넘치는 우리 민족과 어울리는 신은 없을 것 같다.
창부란 무당의 남편이면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을 말한다.
무당 주위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굿하는 것을 도와주고 가끔씩 ' 창부타령 ' 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창부가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 출수록 무당의 힘이 더 강해져서 신통력이 생기기 때문에 아주 명성이 높은 광대가 죽으면 그를 좋아했던 무당이 돌아가신 분을 창부씨로 모시는 모시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창부씨는 1년 열 두 달 액운을 막아 주는데, 특히 홍수나 가뭄 혹은 여러 가지 재앙을 예측하고 막아 내기로 유명해서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신 중의 하나였다.
이 책은 신이 하는 역할에 따라 5가지 파트로 나누어 신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파트는 마지막 장 ' 죽어서 다시 신으로 환생한 사람들 ' 이다.
이우혁 작가님의 < 퇴마록 >에서 큰 무당이 자신이 모시는 신을 받아들이는 강신을 해서 악령들을 물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신들은 그리스나 북유럽의 신들처럼 날 때부터 신이였던 자들이 아니다.
죽은 뒤에 신으로 모셔진 사람들이다.
악귀를 물리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므로 유명한 무신들이 신으로 모셔지는 경우가 많았다.
중부지방에서 인기가 좋았던 최영장군신이나 청나라와 맞서 싸워서 명나라를 도와야 한다고 했던 임경업장군신등이 대표적이다.
생전에 큰 공적을 세웠고 또한 자신의 신념을 지키다 죽은 장군들이였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능력을 생각할 때 충분히 신이 될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장군들 외에도 정부의 억압에 참지 못하고 농민 봉기를 일으켰던 평범한 농민인 홍경래 역시 ' 백마장군신' 이라는 이름의 신으로 모셔졌다.
조선 시대 때 가장 고귀한 핏줄로 태어났지만 가장 비참하게 죽어야 했던 ' 사도세자 ' 역시 신으로 모셔졌다.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던 사도세자를 안타까워했던 백성들이 그를 ' 뒤주대왕신 ' 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사도세자는 그냥 하늘에서 편히 쉬고 싶었을 거 같은데, 자신이 죽었던 장소에서 힘을 발휘하는 신 같은 것은 되고 싶지 않지 않았을까?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이 책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책의 서두 부분이다.
짧은 지식으로나마 오방색은 우리의 전통 색상으로 아이들의 색동 저고리나 잔치상 국수의 오색 고명 그리고 우리의 태극기에도 사용되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서 오방색이 무당이나 사이비 종교에서 쓰이는 색상이라고 대중들이 오해를 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오방색과 관련된 인물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전직 대통령을 떠올릴 텐데, 저자는 오방색으로 만든 옷을 입고 다니는 다른 유명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의 의도는 분명 오방색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풀고자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오방색이 어떤 색이고 우리 민족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오방색과 관련된 인물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바람에 특정 인물에 대한 비난만 하고 끝맺음을 하는 느낌이라 책의 시작부터 약간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오방색의 유래와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지만 초반 시작부분이 약간 아쉬웠다.
오방색은 미신이 아닌 우리 조상님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훌륭한 전통 문화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런 점만 제외한다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옛 이야기 속의 잊혀졌던 신들과의 만남은 무척 흥미로웠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종교를 떠나서 우리의 과거의 신들을 미신으로 치부하기엔 그들이 우리의 삶과 문화 속에 깊숙이 녹아 있었다는 것을 < 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 >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스 로마의 신들이나 북유럽의 신들만큼 강력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이 넘쳐나는 우리의 신들에 대해 알게 된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우리의 신에 관한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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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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