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어 클럽 리뷰

시엘
- 작성일
- 2020.12.20
교실밖 인문학 콘서트
- 글쓴이
- 김나정(김호야) 외 9명
스마트북스
교실에서 알려주지 않는 인문학을 교실 밖에서 배워보자
하루 30분 인문학 수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 > 의 백상경제연구원에서 다시 새로운 책 < 교실 밖 인문학 콘서트 > 를 출간했다.
2013년부터 백상경제연구원이 서울시교육청과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의 400여 강좌 중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할 수 있는 10개의 주제를 고르고 골라 < 교실 밖 인문학 콘서트 > 에 수록했다고 한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퇴근길에 잠깐 짬을 내서 나 자신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길을 보여준 <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 > 을 이미 읽어보았기 때문에, < 교실 밖 인문학 콘서트 >를 통해 어떤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을지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철학, 문학에 이어 미술사 등의 고전적인 주제와 스토리텔링, 영화, 환경, 인공지능 등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현대적인 주제 등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10가지의 주제들 중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될 이야기는 무엇이 될까?
신화는 우리가 왜 태어났는지, 왜 죽는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우리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신화는 상상력을 가미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역사와 차이가 난다.
때로 신화는 특정 공동체의 이상이 투사되기도 하고, 역사적 인물에 상상력이 가미되어 멋진 신화적 영웅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신화는 그 지역 사람들이 살던 자연환경, 풍토, 기후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지중해 연안에서 발생한 그리스 신화의 세계는 밝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며 신들은 영원히 산다.
조금 더 높은 위도의 아일랜드 지역에서 발생한 켈트 신화에서 신들은 인간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해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땅을 내어준 채, 가끔 인간세계에 등장한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혹독한 북유럽의 기후를 보여주듯 북유럽 신화의 분위기는 운명적이며 비장하다.
최초의 세상은 거인 이미르의 살해에서 시작되었으니, 그 결말도 피로 얼룩질 수밖에 없으니 그것이 거인족과 신들의 마지막 전쟁 라그라뢰크다.
신들은 운명에 따라 모두 죽게 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인간이 등장하게 된다.
이렇게 어떤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은 신화를 읽는 것만으로 우리는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나와 너,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 알아가고, 인간에 대해 알아가면서, 결국 내 자신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 신화 > 에 대해 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플라톤의 향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등 고전을 바탕으로 삶의 철학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의 비극시인 소포클레스는 ‘ 사랑이란 삶의 모든 무게와 고통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 고 했고, 20세기 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 사랑의 기술 >에서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다면 이론을 습득하고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로맨스 소설만 해도 400권은 족히 넘을 텐데,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나는 기술도 이론도 부족한 것일까?
사랑 때문에 가족과 나라를 배신하고 자명고를 찢어버린 순간 낙랑공주는 드디어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행복만 가득했을까?
기원전 416년 비극 경연 대회에서 우승한 아가톤이 벌인 자축연에서 많은 철학자들이 모여 즐거운 수다 모임을 벌였다.
여기서 나왔던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이 바로 플라톤의 < 항연 > 이다.
부제가 ‘ 에로스에 대해서 ’ 라는 것으로 이 이야기의 주제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나눈 많은 대화들 중에서 ‘ 사랑이란 자신이 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지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 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그 당시 그리스인들에게 가장 좋은 삶이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다.
당시 말로 지혜는 sophia 이고, 사랑은 phila 이니 이 둘을 합치면 philosophy, 즉 철학이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고 지혜를 사랑하는 것은 좋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며, 모르는 것을 알려고 노력한다.’ 이는 바로 소크라테스의 철학관이라 할 수 있다.
철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 한쪽이 아파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 철학은 어떤 특별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같다.
몰라서 알기 위해 우리는 책도 읽고, 배움을 청하며 그렇게 살지 않는가?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철학을 일상화하고 있다.
내가 부족하면 지식을 채우려 노력하고, 돈이 부족하면 열심히 일하고, 배가 고프면 맛있게 밥을 먹으면서 그렇게 자신을 채워가는 삶, 그렇게 나를 사랑하는 삶이 좋은 삶이다.
내 삶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철학함이다.
자유롭게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유란 무엇일까?
자유를 주제로 한 책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존 스튜어트 밀의 < 자유론 > 일 것이다.
이 딱딱하고 어려운 고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당혹스러워 하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마블 시리즈의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의 대결 구조를 통해 자유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준다.
내가 누구인지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험하고 고된 일이지만 우리는 우리에 앞서 고뇌하며 힘겹게 길을 찾아 헤매었던 고전 문학 속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들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저자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다양한 고전 작품을 통해서 그 길을 보여준다.
난해하고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과 사례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짚어 주었기 때문에 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과학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도 해주지만 위협하기도 하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인간들의 탐욕으로 인해 자연은 훼손되고 있고, 그로 인해 수많은 동식물들이 멸종했고, 이 순간에도 멸종의 위기에 놓인 동식물이 수없이 많이 있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점차 메마르고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지쳐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인문학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나와 너 우리로 세계가 확장되어 가는 것이다.
< 교실 밖 인문학 콘서트 >에는 ‘ 나 ’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내용이 수록된 챕터가 대부분이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문장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부분이 많다.
한 번만 읽고 덮어둘 책이 아니라 시간 마다 틈틈이 반복해서 읽어야 할 책이라 항상 옆에 두고 있어야 할 책이다.
< 교실 밖 인문학 콘서트 > 에서는 인문학자, 철학자, 무대미술감독, 작가 겸 문학비평가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각기 다른 입장과 영역에서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문적인 내용을 어렵게 서술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일러스트와 사진 그리고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통해 인문학에 대해 풀어 설명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인문학이라는 학문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챕터 별로 내용이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서, 관심 있는 분야부터 먼저 읽어볼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것 같다.
철학과 예술 같은 고전적인 주제 외에도 최근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 ‘ 방방콘 ’ 을 대표로 하는 최신 트랜드인 온택트 문화에 대한 내용 등 다양한 인문학 분야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성인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많다.
환경오염과 빈익빈 부익부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안으로 여겨진 과학이 인류의 종말을 부른 소설 마거릿 애트우드의 < 오릭스와 크레이크 >를 통해 인류가 자연과 공존해야 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인문학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 되거나, 인문학 책이 어렵고 부담스럽다고 느낀다면 < 교실 밖 인문학 콘서트 > 을 읽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10여만 명이 넘는 수강생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강의들의 내용을 엮어 만든 책답게 쉽고 재미있게 인문학에 대해 알려줄 테니 말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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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