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융 심리학

아그네스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5.3.23
원형(原型, archetype )에 관한 융의 설명은 이렇다.
"원형이라고 하는 말의 개념은 ……내가 다음의 사실을 여러 번 관찰한 결과 생각해낸 것이다. 즉, 세계 여러나라의 문학 속에 나와있는 신화들이나 동화들 속에는 그 어느 곳에서나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특정한 주제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주제들과 똑같은 것들을 현대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환상이나 꿈, 망상 및 광희(狂喜) 상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이미지들과 연상이 내가 이른바 원형적 사고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이 생생하면 생생할수록, 이 이미지들에는 더욱 강한 감정적 색조가 묻게 될 것이다. ……이 이미지들은 우리들을 감동시키며, 우리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매혹시킬 것이다. 이 이미지들은 그 기원을 원형에 두고 있는 것이다.
원형이란 그 자체로서는 표현 불가능한 것이며, 무의식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들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진 정신 구조의 한 부분인 것 같이 생각된다. 그러므로 그것은 언제 어디서나 (그것이 나타날 만한 여건이 갖춰지면, 우리의 의식과 무관하게) 자동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번 원형이 그 내용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해서 원형이 인간의 무의식적 사고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원형이란, 결코 그 내용 때문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형태 때문에 결정되는 것이라고 하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지적해야겠다. 그래서 원형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원초적 이미지는 다음과 같은 경우 그 내용 때문에 원초적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그것이 우리의 의식적인 체험 자료들로 되어 있으며, 우리에게 의식되게 할 때에 한해서만 말이다. 원형의 형태는 아마 그 모액(母液) 속에서 결정구조를 이루고 있는 수정(水晶)의 축(軸)의 체계와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축이 실제 물질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눈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듯이 말이다. 수정의 결정면은 그 결정면을 이루고 있는 이온들과 분자들이 어떤 특별한 방식으로 서로 결속되어 있을 경우에만 우리 눈에 보인다.
원형 역시 그 자체만으로서는 비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순전한 하나의 형태소(形態素)일 뿐이다. 즉 하나의 구형(構型)의 가능성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즉 우리에게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자기 표현의 주형(鑄型)인 것이다. 자기 표현 그 자체만은 우리에게 유전적으로 주어져 있지 않다.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것은 오직 그 형태일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 자기 표현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점에서 우리의 본능과 비슷하다. 우리의 본능 역시 우리에게 그 형태만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본능이 그 자체를 구체적으로 나타내고 있지 못하는 한, 우리의 본능 역시 우리의 원형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원형의 진정한 본성에 관해서는 내가 그 무엇이라고 분명하게 말해서, 의식화시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초월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형을 싸이코이드(psychoid)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융의 생애와 사상>에서
p64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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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