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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
글쓴이
소노 아야코 저
책읽는고양이
평균
별점7.8 (162)
아그네스

독서모임에서 '관계'에 치인 회원이 추천해 읽게 된 책이다. 최근 읽은 <평온의 기술>에서 '친밀함의 독재'라고 표현했듯이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과 일본에서 유난히 관계로 인해 상처 받고 상처 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가족과 친척, 연인관계에서 상대를 잘 안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아무리 가깝다 해도 우리가 어떻게 한 사람의 내면을 다 알 수 있을까.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필요최소한의 배려다.

 

 저자는 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부모가 이혼한 후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와 더불어 가장 가까운 어른인 아버지의 폭력은 작가에게 적지 않은 정신적 휴유증을 안겨주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작가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불행의 경험을 일찌감치 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저자가 나이들며 경험을 통해 발효시킨 인생의 지혜가 빼곡하다. 

 

 동화 속 '요술봉' 하나만 있으면 원하는 모든 것이 내 손에 들어올 텐데, 그 마법의 봉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 이 요술봉을 대신할 수 있는, 그나마 유사한 무엇인가를 찾는다면 딱 하나 있다. 바로 인내다. 인내는 누군든 원하기만 하면 손에 넣을 수 있다.

오랫동안 인생을 살며 알게 된 것은 돈으로도 얻지 못한 것을 인내로는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 한다. 소설가의 작업은 인내 그 자체라는 저자의 경험이 우러나 있는 말이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편하게 얻을 수 있는 물질 중심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돈으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좋은 시절이든, 힘든 시절이든 티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매사 결과는 내 몫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탓을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마음자세로 살아가다 보면 자기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남탓을 하지 않고 결과를 내 몫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성숙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걸 나이들고 느낀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 의지하던 버릇을 간직하고 자란 사람은 나이들어서도 이런 저런 일이 있을 때마다 부모님탓을 하며 힘들어하는 걸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성숙함과 자기다움의 발판은 남탓을 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살아가는 데 있다.

 

 불행은 엄연한 사유 재산이다. 불행도 재산이므로 버리지 않고 단단히 간직해둔다면 언젠가 반드시 큰 힘이 되어 나를 구원한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불행이지만 먼 인생을 살아가는 데서는 불행도 엄연히 재산이 된다는 말이 와 닿는다. 질병과 폭력, 빈곤과 차별 경험을 통해 일방적으로 무너지기만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인간에겐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바꿀 수 없는 것은 수용하며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간은 강하지 않다. 오히려 약하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도 소설을 많이 읽어서 그런 것 같다. 문학은 인간의 위대함만 그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문학은 인간의 나약함에서 비롯되는 슬픔과 유혹을 그려낸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의 위대함보다는 나약함에서 인생의 진리를 배운다. 인생의 슬픔으로부터 인생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는 것이다.

가정폭력으로 어린 시절 불행을 경험한 저자는 일찍이 인간이 나약한 존재임을 깨달았나 보다. 어쩌면 인간이 약한 존재임을 인정할 때 남탓을 하지 않고 관용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문학은 우리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인간에 대한 통찰과 연민을 일깨워주는 훌륭한 도구임을 이 대목을 만나고 다시 느낀다.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등불이 될 수 있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힘없는 늙은 여인도 타인의 발밑을 밝혀주는 것이 가능하다. 별것 아닌 친절을 통해 그녀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인간의 본질을 지켜냈다는 안도감에 행복하다.  

별것 아닌 내 작은 친절이 낯선 곳에서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에게 인간에 대한 신뢰를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건 작지만 행복한 경험이다. 창밑에 걸린 희미한 등불을 보고 안도했을 여행자의 마음이 다가오는 대목이다. 언젠가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이 내게 가장 큰 불행감을 안겨주는 비극은 왜 일어날까. 내가 독서모임에서 낸 논제였다. 사실 수많은 문학작품과 사회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극이 바로 가족으로 인한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 자체가 문제지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약간의 거리'를 두는 지혜다. 서로를 소유물로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인격체로서 존중하기 위해 우리에겐 '약간의 거리'가 필요하다. 관계에 치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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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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