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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쓴 프랑스 혁명사
글쓴이
가와노 겐지 저
두레
평균
별점8.4 (9)
아그네스

학창시절 배운 프랑스 혁명은 왕과 왕비가 단두대에서 처형됐다는 사실로 인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별다른 관심이 없다가 작년에 읽은 <대세세계사2>를 통해 프랑스 혁명이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낳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 후 프랑스 혁명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짧게 쓴 프랑스 혁명사>는 프랑스 혁명의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내 바람을 충족시키는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은 "혁명의 역사를 쓰는 데는 서술을 좀 줄이고 사색을 좀 더 많이 할 필요가 있다"는 프랑스 혁명 연구가인 톰슨의 의견에 공감한 저자가 역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 모든 사건이 꼭 같은 중요성을 지니고, 모든 인물이 꼭 같은 의미를 지니며, 모든 법률이나 제도가 사회의 진로에 꼭 같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회과학의 힘을 많이 빌었다고 한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민족의 역사와 혁명의 관계에 대해 다음처럼 말한다.

혁명은 민족이 역사에 떠밀려가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자립성을 선명하게 역사 속에 확립하는 작업이다. 그것은 강렬한 의지와 행동의 축적이다. 이때 민족은 무한한 힘을 자각하게 되고 시간의 흐름은 흡사 멈춘 듯이 보인다. 사회의 모든 관계, 모든 가치는 역전돼 강대한 것은 비소卑小해지고 비소한 것은 강대해진다. 그리하여 민족은 역사의 주체가 돼 자기 존재를 영원히 세계사 속에 새겨 넣게 된다.

 

  1789년 시작돼 그 후 10년 간 계속된 프랑스 혁명은 부르주아 혁명이며, 보편적인 성격을 지닌 혁명이었고, 민중의 혁명이었다고 한다. 부르주아 혁명이 무너뜨린 정치체제는 '절대왕정' 또는 '절대주의'라 불린 체제였다. "부르주아 혁명이란, 봉건제를 폐지하고 인권과 자유를 쟁취해서 부르주아지의 지배를 실현하기 위한 혁명"이다. 프랑스 혁명이 보편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것은 자유와 평등을 실현한 혁명이었으며 모든 개인과 민족과 인종을 해방하는 보편성을 지녔다는 점에서다. 그것은 프랑스에서의 정치 투쟁이 명백한 계급투쟁으로 전개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또 민중의 혁명이라 함은 광범한 민중이 혁명에 참가해 혁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혁명사가 마티에는 "혁명은, 사상의 영역에서는 이미 이 세기 중반 이후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사상의 혁명'이란 점에서도 프랑스의 지위는 독특한데 18세기에 일어난 계몽 사상이 프랑스 혁명과 결합했기 때문이다. "계몽사상은 ... 사회 내부의 여러 계급의 움직임과 요구를 반영하고, 그것을 이론화한 것이다." 비판의 철학이었던 계몽사상은 당시 사회를 지배한 일반적 사조인 기독교(가톨릭)와 국가주의와 중상주의를 거슬러 위험을 무릅쓰고 주장을 펼쳤다.

 

 일반적으로 계몽사상은 '자연법' 사상이라는 토대 위에 서 있다. 이 사상은 '외계=사회현상'에 대해 '자연'과 '인위'를 구별하고, '인위'는 임시적, 일시적이며 '자연'이야말로 영원히 변치 않는 본질적인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거짓인 '인위'를 없애고, '자연'을 추구하며 '자연'과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자연법 사상은 중세에는 '신의 질서'의 토대가 됐고, 또 근세에는 절대군주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으나 영국의 홉스, 로크 등의 시대에 이르러 인간중심적인 사상으로 개조됐다. 즉 사회와 국가는 신의 의지나 국왕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의지와 이성에 의해 성립된다는 설이다. 눈앞에 있는 현실의 국가나 법은 '인위'이며, 이 '인위'의 저편에서 '자연의 법칙'을 탐구하고 그것을 '인위'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그리하여 자연법사상은 인간이성이나 인간의 의지(자연권)를 토대로 삼아 현실의 국가나 법을 비판하고 개조하기 위한 사상으로 귀환된다.

 

 18세기 계몽사상 전반에 활동한 인물은 몽테스키외와 볼테르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이었던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을 통해 "인간 및 인간사회를 그 자체로서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길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가 제기한 '삼권분립론'은 "절대왕정을 개혁하는 법적 기구로서 객관적인 유효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에서 혁명적 부르주아지가 절대왕정을 비판하고 개조하기 위한 자유주의적 국가론을 착상하도록 했다. 또 볼테르는 인간성과 이성을 앞세워 무지와 미신을 날카롭게 공격했다.

 

 

  1750년대 이후 계몽사상은 한층 더 현실적으로 바뀌어간다. 혁명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가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케네가 대표하는 중농주의와 디드로가 대표하는 '백과전서파', 그리고 장 자크 루소다. 이 가운데 진보주의 입장을 취했지먄 혁명을 주체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백과전서파와 달리 루소는 가장 이상주의자로서 현실 사회를 낙관하지 않았다. 그는 "이들 모든 악덕은 인간에 속하는 것이라기보다 악한 정치하의 인간에 속하는 것이다"라며 사회개혁의 열쇠가 정치임을 직관했다. 그는 <인간불평등 기원론>과 <정치경제론>에서 "사회악의 근원에 불평등이 있다는 것, 재정이나 조세는 이 불평등을 긍정하는 토대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논했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근대사상의 초석을 놓은 명저로서 혁명적 민주주의 국가론이라 말할 수 있다.

 

루소는 국가주권의 구성요소를 국왕도 귀족도 아닌 일반 인민 속에서 찾았으며, 인민의 의지야말로 최고의 결정자이며, 법도 권리도 정부도 모두 이 '일반의지'에서 도출되고 그것을 통해 심판받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프랑스 혁명이 진전되어감에 따라 "인민의 정치적 해방"이라는 루소적 과제에 끝까지 충실한 혁명가가 로베스피에르다. 그는 "재산을 가진 자만이 진짜 시민"이라고 주장하는 다수파인 백과전서파에 맞서 "모든 시민은 누구든 선거권과 모든 종류의 의원이 될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한 소수파였다. 그는 혁명을 전쟁 위에 두고 자유를 구실로 벌이는 전쟁에 반대했다. "자립적인 근로 농민이나 수공업자를 중심으로 평등하고 자유로운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 이상이었던 로베스피에르와 산악파는 정치적으로 독재와 공포정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끝까지 타협하지 않았던 그는 운명의 날인 테르미도르의 9일, 반대파에 의해 체포돼 달아났다가 붙잡혀 처형됐다. "1794년까지의 혁명이 늘 '파리의 거리' 시민들에게 호소한 것과는 달리 테르미도르 이후는 언제나 군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길은 곧바로 '보나파르트 독재'로 통하는 길이었다." 

 

 저자는 "프랑스 혁명은 지구상의 모든 민족과 민중이 '자유, 평등, 우애'를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는 한 틀림없이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라고 이 책을 마무리한다. 짧게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혁명의 의의와 전개 과정이 생생하게 다가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에 대해 궁금한 모든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라고 싶다. 

 

 

 

-이 리뷰는 출판사 두례의 서평단에 선정돼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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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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