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사

아그네스
- 작성일
- 2018.10.2
제국의 품격
- 글쓴이
- 박지향 저
21세기북스
<제국의 품격>에 대한 관심은 사춘기에 읽은 <제인 에어>에서 비롯됐다. 1847년에 출간된 이 로맨틱한 소설에 빠져들수록 여러가지 배경 요소들이 궁금해졌다. 최근 출간된 이 책은 사춘기 때부터 내가 좋아한 <제인 에어>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돼 읽고 싶어 서평단에 신청하게 된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서양사 중에서도 영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근대화'에 있다고 한다. 일찍이 산업화를 이루고 서양에서 가장 앞섰던 영국으로부터 근대화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가 배울 점을 찾기 위해서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제국주의가 지닌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보고자 했다고 밝힌다.
영국이 근대를 가장 먼저 열게 된 요소들에는 의회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 과학 기술의 발달 등과 함께 섬나라라는 지리적,지정학적 위치가 큰 역할을 했다. 전통적으로 제국의 형태는 커다란 땅덩어리에서 팽창하는 성격인데 반해 영제국은 16세기에 극적으로 변화한 항해술의 발달 덕분에 지리적 한계에 갇히지 않고 바다 너머로 팽창할 수 있었다. 또한 산업혁명이 발흥한 나라로서 종속과 착취가 아니라 상업과 무역 제국의 성격을 띤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인들은 상업활동의 자유를 앞세워 권력보다 부를 추구했고, 문명화의 사명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영국인의 자유에 대한 집착은 처음에 왕의 자의적 통치를 제한하는 것으로 시작해 점차 의회와 법, 재산권과 각종 권리를 제도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제도와 조건은 신분에 상관없이 재능 있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었고, 일찍이 실력 위주의 사회로 정착하게 했다.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해적에서 영국의 해군 지도자가 된 드레이크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면서 강력한 해상력을 바탕으로 상업과 무역의 기반을 구축해 부를 쌓을 수 있었다. 여기에 섬나라라는 이점은 안정된 정치 체제와 사회제도를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영제국의 또 다른 특징은 중심부에서 일관된 기획으로 확장된 제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제국은 수백 년이란 기간에 걸쳐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식민지나 통치령을 획득하고 확장해 '방심한 상태에서 얻은 제국'이란 말을 듣는다고 한다.
영제국의 팽창은 세 단계로 구분한다. 첫 단계는 1600~ 1750년 사이에 신세계의 정복과 함께 시작되었다. 17세기 초 버지니아와 뉴펀들랜드에 첫 해외 식민지를 세운 후 북아메리카 동부로 퍼져 나가 바베이도스(1627)와 자메이카(1655), 다른 카리브해 섬들을 포함한다. 오늘날 영국은 1707년에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통합하여 통합 왕국(United Kingdom)을 만들면서 기초가 마련되었다.
두 번째 단계는 1750~1850년 사이로 아시아와 오스트랄라시아로 팽창한 시기다. 이때 인도 아대륙이 가장 중요한 획득물이다. 동인도회사 설립 당시 무역을 목표로 했으나 점차 정치적인 지배로 변모해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영국은 로마제국 이후 최대 제국을 형성했다. 1770년경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이 제국의 팽창에 큰 힘이 되었고 경제적 성장이 더욱 촉진되면서 선순환했다.
세 번째 단계는 1850~ 1920년 사이로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퍼져나간 시기다. 아프리카의 전면적인 식민화는 20세기 초에 시작돼 오늘날의 가나,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수단, 우간다, 짐바브웨, 케냐, 탄자니아를 포함해 아프리카의 광대한 지역이 영국의 통치하에 들어갔다.
저자는 이제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해볼 때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영제국의 식민지들에서 경제적 이익이 감소한 반면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방위비가 훨씬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 경제가 쇠퇴한 이유는 국내 투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술 혁신과 구조 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라 진단한다. 결국 제국은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신생국들 가운데 지속적인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나라들이 전부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영국의 식민 통치가 끝난 후 만들어진 세계에서 사회의 민주적인 통치와 인권 수준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의 하나로 영국의 보통법 체제의 발달을 들고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과 영제국의 차이를 다음처럼 총평한다.
영제국은 무엇보다 상업적이고, 바다를 통한 것이고, 자유로웠다. 그러나 영국 역시 결국에는 공격적이고 탐욕스런 제국이 되었다. 그렇지만 제국을 문명의 확장으로 파악하고, 제국은 좀 더 유능한 사람들이 관대하게 통치해야 하는 것이며, 그것은 권리면서 동시에 의무이기도 하다는 영국인들의 시각은 그들의 제국을 가장 '덜' 사악한 제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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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