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사

아그네스
- 작성일
- 2019.8.8
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세계사 공부
- 글쓴이
- 신진희 저
메이트북스
그동안 읽어본 세계사 책이 몇 권되지 않는다. 그나마 읽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어 읽었다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읽은 세계사는 모두 시대순으로 설명돼 있었다. <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세계사 공부>는 7개의 주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고 해 호감이 갔다. 주제별로 설명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 신청했다.
우리는 왜 역사, 세계사를 알아야 할까? 차라리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사회에 대해 준비하고 배우는 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나 사람은 의식주만 해결하며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자신이 믿는 것을 실천하며 방향성을 가질 때 삶의 의미가 존재합니다. 그런 개개인의 방향성이 모여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현재의 세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삶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해도 우리는 세상의 흐름 속에 살고 있으며 암묵적으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공유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대는 변화하는데 그러한 변화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이 인문학이고 역사라고 한다. 특히 급변하는 세계에서 세계사를 알면 시간적 공간적으로 처한 현재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7개의 주제는 국가, 종교, 혁명, 제국, 도시, 과학, 법이다.
"동양의 황제는 자신의 권위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 하늘의 명으로 선택받아 지배자가 된 것이니, 건국 단계부터 국가의 주인으로 정당성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다. 그에 비교해 플라톤이 추구하는 지배자는 혹독한 훈련과 경쟁 후에 가장 뛰어난 1명이 지도자가 되어 공평하고 공정하게 사람들을 다스릴 의무를 부여받는 것이다."
고대 국가에서 출발하는 지배자의 자격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동양의 황제가 천명을 바탕으로 지배권을 갖게 된 데 비해, 플라톤 철학의 영향을 받은 서양은 지배자에게 일정한 자격을 요구함으로써 향후 왕이 개인의 재산을 세금이란 명목으로 함부로 했을 때 저항하여 국민주권 사상까지 흐르게 된다. 또 지배자가 먼저 솔선수범하고 희생을 보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도 연관된다고 한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이다. 각 종교를 대표하는 성스러운 유적들이 모두 예루살렘에 있는데 예를 들어 유대교 통곡의 벽, 크리스트교의 성묘교회, 이슬람교의 오마르 사원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종교는 신의 사랑과 자비를 강조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착하게 살라고 말함으로써 공동체 내의 사람들에게 순기능을 한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을 비롯해 역사 속에서 보여주는 종교의 모습은 종교가 세속의 권력과 만나면 무서울 정도로 잔인하게 변하여 역기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팔레스타인 땅에 건국된 이스라엘은 세 종교의 성지이기도 해서 자신의 거주지를 빼앗긴 이슬람교도들과의 사이에 4차에 걸친 중동전쟁이 이어졌고 지금도 분쟁지역으로 남아있다.
"잉여생산물의 존재가 도시를 만드는 근간이다. 잉여가 생기고 빈부격차로 인해 계급사회가 되는 것은 청동기 시대부터다. 도시가 생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청동기 시대가 되어야 한다."
세계사의 4대 문명은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항허 문명이다. 서구 유럽인들이 오리엔트라고 부른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서양 문명의 기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문명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청동기 시대에 들어서면서 농업생산력의 발달로 '잉여'생산물이 생긴 데 있다. 잉여 생산물이 교환의 매개물이 되고 장인이 탄생하게 된 다. 물건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전문적 상인이 등장하고 시장이 생기면서 성벽을 쌓아 성벽 안 사람들을 성 밖의 사람들과 구분하면서 도시가 만들어졌다. 모든 도시에는 신전으로 쓰인 건축물이 발견되는데 신과 종교는 도시가 구성되는 정치적 원동력이었다 한다.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당했을 당시 시대적 배경에는 폴리스 간의 전투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있다. 이 전쟁은 페르시아와의 전쟁 후 폴리스 내에서 패권을 장악한 아테네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상대로 한 전쟁이었다."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고소당해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으나 다수결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고 죽었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해석이 있는 줄 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아테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진 후 혼란해지면서 민주주의에 위기를 느끼던 당시 시대적 상황으로 설명한다. 젊은이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고 하며 깨달음을 촉구한 소크라테스가 통치자들에게 위험 인물로 보였다는 거다. "기존 권력과 통치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은 사람들에게 비판적인 사고능력을 키워 줄 것이고 기존 권력자들의 통치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또 소크라테스가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서는 그 스스로가 깨달은 올바른 삶의 정의를 실천한 것으로 파악한다. 이에 대해 독일의 법철학자 구스타프 라트부루흐의 법의 이념을 소개하며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 중에서 소크라테스가 '법적 안정성'을 숙고했으리라고 해석한다. 그동안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대해 궁금한 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
지금까지 읽은 세계사 중에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이다. 주제별로 서술하고 있어 좀 더 몰입감 있고, 그동안 스쳐갈 뿐 이해되지 않았던 많은 역사적 사건의 숨겨진 고리들이 이어지며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저자가 각 장의 맨 앞에 주제별로 핵심을 파악하는 관점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막연하게 읽을 때보다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돼 좋다. 아쉬운 점은 이야기 서술에 치중해서라고 생각되는데 구체적인 연도들이 빠진 곳이 있어 궁금할 때마다 따로 찾아 확인하느라 불편했다는 점이다. 본문에서 다룬 주요 사건들을 뒤편에 동서양 연대표 부록으로 실어주면 더 편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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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