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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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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글쓴이
정희진 저
교양인
평균
별점9.2 (22)
아그네스

다른 사람의 독후감을 읽는 것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편견을 깨준 책이 저자의 서평, 독후감들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할 새가 없다. 아니, 오히려 긴장시키는 책이다. 만나는 구절마다 기존의 통념을 부수고 우리 사회현실의 빈틈을 헤집어 드러내기 때문이다. 독후감/서평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라는 신선함과 읽는 즐거움, 무엇보다 배울 게 많아 좋다.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도 찾아 읽고 싶고, 이 책도 두고두고 다시 읽으며 나와 우리 사회,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



 



 재작년 영화로 보고 나서 궁금증이 들어 책으로 찾아 읽고 다시 영화를 본 소설이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인 집사 스티븐슨은 집사의 자격 중 하나로 품위를 꼽으면서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왜 그리 초라하던지 그가 말하는 품위가 차라리 허세에 가깝다고 느꼈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와 관련하여 품위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말로 나를 일깨워준다.



 



품위는 약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약자에게는 폭력이라는 자원이 없다. 이런 세상에서 나의 무기는 나에겐 있되’, ‘에겐 없는 것, 바로 글쓰기다. ‘적들은절대 가질 수 없는 사고방식, 사회적 약자만 접근 가능한 대안적 사고, 새로운 글쓰기 방식, 저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내게만 보이는 세계를 드러내는 것. …… 그것이 품위 있게싸우는 방법, 글쓰기다.” (14p)



 



 글쓰기라고 하면 흔히 어떻게 하면 잘 쓸까 고민하는 데 그치기 쉽다. 저자는 글쓰기의 ‘3대 요소정치학(입장), 윤리학(방법), 미학(문장)이고, 그중에서 핵심은 윤리라고 한다.



 



핵심은 윤리다. 소재에 대한 태도와 글쓰기 방식이 정치적 입장과 미학을 결정한다.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 사상의 핵심은 재현의 윤리이다. 누가 말하는가. 누가 듣는가. 누구의 목소리가 큰가. 누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사람들이 듣기 싫은 말은 무엇인가. 사회는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가. 이러한 권력 관계의 동학은 교육 현장, 출판 시장, 미디어 같은 구체적인 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 글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결정하는가.” (15p)



 



 그러면서 저자는 윤리적인 글의 핵심은 다루고자 하는 존재(소재)를 타자화하지 않는 것이며, 글을 쓰는 그 과정에서 자신을 알고, 변화시키고, 재구성하는 것이며, “재현 주체와 재현 대상의 권력 관계를 규명하고, 다른 관계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고 보니 여성주의 글쓰기가 왜 어려운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글을 쓰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내가 변화해야 할 지점을 인식할 수 있고, 재구성할 부분이 생긴다는 것엔 실감한다. 글과 그 글을 쓴 사람은 한 몸을 이루는 정신과 육체 같아서 글을 쓰는 행위는 결국 자신의 삶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쁜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쓰려면, 나부터 나쁜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과정은 나의 세계관, 인간관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나를 검열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감당하지 못하면 글쓰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16)



 



 “주장할 것이 없는 사람, 주장이 없어도 되는 사람은 글을 쓸 필요가 없다. 안주 상태에서는 참된 문학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글이란 뜻을 드러내면 그뿐이다.” (90p)



 



 “글과 글쓴이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그 거리는 다정하지 않다. 가까울수록 적대적이다. 외면, 길항, 동일시 ……. 당사자가 자기 현실을 쓰려면 공감받기 어려운, 헤쳐도 헤쳐도 계속 달려드는 칡넝쿨을 쳐내야 한다. 타인의 경험은 보이지만 내 경험은 나조차 믿어지지 않는다.”(116p)



 



“‘이야기는 곧 읽기와 쓰기. 반응하지 않는, 감정 이입 없는 글쓰기는 불가능하다.” (149p)



 



  주변에서 보면 자기 생각과 영혼이 없는 글을 보편적이라거나 객관적이라며 발표한다. 사실 부끄럽게도 그동안 써온 내 글도 그런 축에 속하려 애썼다. 게다가 사적인 이야기는 드러내기 꺼림칙해서 두루뭉술하게 포장하기 일쑤였으니 이래저래 발전이 없다. “무지와 편견의 보호 속에서살아온 시간이 만만하지 않아 글쓰기에서도 나를 소외시키곤 한다. 저자의 글쓰기의 윤리에 대한 관점은 이런 나에게 또 다른 차원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걸 절감하게 한다. 책 속에 좋은 내용과 통찰이 많은데 아쉽게도 글쓰기에 관한 부분만 일부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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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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