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미니즘

아그네스
- 작성일
- 2021.11.16
여자, 아내, 엄마 지금 트러블을 일으키다
- 글쓴이
- 신나리 저
씽크스마트
여성이 남성보다 결혼생활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가족 내 불평등한 성 역할이 아내의 이중노동과 감정노동, 돌봄노동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을 평등하게 다듬고 고학력 여성이 증가했다 해도 한국 남편의 가사 참여가 턱없이 낮은 현실에서 집안일을 도맡고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아내의 삶의 질은 낮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남편들의 변화인데 그들은 기득권자로서 집안에 군림하려 할 뿐 협조적이지 않다. 따라서 아내가 가정의 성 평등을 이루고 한 인간이자 시민으로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남편의 변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물론 ‘노예의 각성’이 먼저다. 페미니스트 오드리 로드의 말처럼 "주인의 도구로는 결코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사랑해서 이룬 가정인데 결혼 후 그들의 관계가 달라지는 이유는 그들의 역할이 평등한 위치에서 합의한 게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의 성별에 따른 일방적 분담이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몫이라 해도 양육과 집안일은 서로 합의해서 나눌 수 있음에도 출산 후에도 성 역할을 관성적으로 유지하며 살게 된다. 성 역할에 따라 남편은 돈을 벌고 아내는 집안일과 양육을 맡는 것으로 고정되면 서로에게 기능인으로 변화하고 사랑과 이해는 증발한다. 이후 아내가 직장을 갖게 되더라도 집안일과 양육을 고스란히 떠맡은 채 이중노동을 하게 되는 거다.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고 결혼과 부부에 대해 새롭게 정의하며 온전한 자신의 삶을 찾는 분투기를 담은 <여자, 아내, 엄마 지금 트러블을 일으키다>의 저자는 “이 판을 부숴야 했다.”고 한다. “성별 역할의 지정석부터 깨기로 했다.”고. 출산 후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후 양육과 더불어 남편까지 돌보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분노한 저자는 ‘결혼은 무언가’,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남편에게 바라는 건 “인생의 동반자”이자 “남자와 여자이기 전에 가족이라는 한 팀을 꾸려가는 동료”임을 분명히 자각했다. 이러한 자각이 일어나고 치열한 가족 내 변화가 시작됐다.
“우선 나의 역할 놀이부터 그만두기로 했다. 돌봄을 잠자코 묵묵하게 수행하는 그런 아내를 인생의 그림에서 완전히 지우기로 했다. 독하고 유별나고 깐깐한 여자라는 오명을 쓰더라도, 설사 더한 불행감이 나를 휘감는다고 해도. 결혼 생활을 덮고 있는 기만적인 평온을 걷어내기로 했다. (105쪽)
급진주의 페미니즘이 남긴 유명한 구호가 있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여성이 안고 있는 문제는 흔히 사소한 일, 집안일, 여자들이나 하는 일 등으로 무시하며 지나쳐온 시간이 수천 년 가부장제의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가 변화하고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도 성 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이 긴 시간 동안 습득한 성별 역할 분담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건 사회의 변화와 함께 개개인에게 달린 과제다. 개개인의 변화를 위해서는 페미니즘으로 각성한 아내들이 ‘결혼 생활을 덮고 있는 기만적인 평온을 걷어내기로’ 결심하고 트러블을 일으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밀당의 시작이다. 얼마나 치열하고 철저한가에 따라 보람은 다르겠지만 그로 인한 작지만 큰 변화는 아내와 아이뿐 아니라 남편에게도 유익하리라. 관습적으로 사는 삶이 살아도 죽은 삶이라면, 한 인간으로서 깨인 상태에서 살며 어제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제대로 사는 게 아닐까.
최근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실천적이고 신선한 책이다. 가족 내 성 평등을 지향하는 여성들과 남성들에게 권한다.
- 예스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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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