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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1.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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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글쓴이
정희진 저
교양인
평균
별점9.1 (29)
아그네스

 이렇게 괜찮은 책이 리뷰 하나 달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슬프다. 물론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좀 괜찮다 싶은 책들이 YES24에서 리뷰를 수십 개씩 달고 있는데 비하면,  이 책은 제 가치를 올바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얼마나 작고 종종 무시되는지, 페미니즘이라는 언어 자체를 얼마나 기피하는지 잘 반영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한때는 그랬으니까.


 


 우리 사회에서 '아줌마'와 '어머니'라는 말처럼 같은 대상(중년 여성)을 모순되게 일컫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아줌마' 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억척스럽고 뻔뻔하다는 것이다. 아무런 성적 매력도 없는 나이 먹은 여자의 주책스런 행동 정도로 인식되곤 한다. 반면에 '어머니'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에서 신성에 가까운 언어가 또 있을까. 자식과 남편의 앞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아온 어머니 상은 우리 사회에서 변치 않는 궁극의 이상향이다. 하지만 아줌마와 어머니는 같은 여성이고 한 여성이다. 단지 남성 중심 사회에서, 특히 젊고 예쁜 여성만을 선호하는 한국식 가부장제 사회에서 차별받는 나이 든 여성의 두 얼굴일 뿐이다.


 


 현대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는 모성은 자신의 사회 생활과 가정의 충실이라는 두 가지 짐을 홀로 지고 헉헉 거리며 바쁘게 살고 있다. 아이들을 보살피고 가정 살림에 충실하지 못하면 비난 받는 쪽은 어머니지 아버지가 아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여성에게 가정은 또 하나의 일터이고, 남성에게는 휴식처가 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잘 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날로 증가하는 이혼률로 그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 여성주의 세계관, 즉 여성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입장은 참으로 신선하고 충격에 가깝다. 기존의 남성 중심적, 자본주의적 세계관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여성주의 세계관이야말로 인류의 평화와 공존에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관점이 아닐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남성중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들은 오천 년 이상 건재해온 남성중심적 세계관에서 배태된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관점에서는 진정한 사회와 성 모순의 해결이 불가능다는 한계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꿈 꾼 마르크스 철학이 빛을 보지 못한 것도 결국 소유와 지배 중심의 남성 중심적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데 실패한 것이 원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 성이 다른 성에 종속적인 사회는 불행하다. 민주사회에서 우리는 누구나 기회와 자유의 평등을 보장받고 싶어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 거리가 멀다. 성과 장애, 동성애자 등에 의한 차이가 종종 차별로 둔갑하고, 나이로 들이대는 취업 제한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승진과 임금에서도 성 차별을 받는다. 가정에서는 살림과 육아에 시달리면서, 문제 제기나 스트레스 성 발언을 하면 폭력으로 대우받는 현실이 한국 여성의 현주소가 아닌가. 잘 나가는 연애인이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남편의 구타와 폭력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신세로 전락하는 여성이 한둘이 아니다. 수 년째 맞으면서도 참고 살아오다 죽음 직전에 병원에 실려가며 이혼 소송을 했다는 소식이 대서특필되곤 하는 사례는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한 때는 사랑한다고 믿고 결혼한 남자로부터 맞는 구타는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폭력을 행사한 남편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여성주의 세게관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동시에 반영하며, 모든 폭력을 거부한다.


 


 이 책은 여성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만에 하나 첫 술에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기존의 남성중심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갇혀 살아와서  자신도 모르게 쓰게된 색안경 때문이다. 여성주의 세계관은 탈남성적 새로운 관점이고, 따라서 기존의 관점에서 이동하여 세계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균형있게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처음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신선하고 매력 있다. 아니,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고도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가 잘 굴러가는 비밀을 밝히고 있어 충격적이다. 더구나 그것이 성을 매개로 한 것이기에.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의 진실이라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은 여성주의 세계관을 기꺼이 수용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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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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