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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 작성일
- 2015.9.2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글쓴이
- 조국 저
다산북스
두 가지 점에서 나는 '법'과 거리가 멀다. 법에 관해 아는 게 거의 없기 때문에 거리가 멀고, 살면서 법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대다수 소시민이 그렇듯 법 없이도 살 만하기 때문에 법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그것도 아주 공정하고 인간적인 법이. 내가 조국 교수의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를 읽은 데는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도대체 '조국'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것이 알고 싶어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그에게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정직하고 올곧은 법학자요, 실천적인 지식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나는 우리 사회와 법의 미래에서 희망을 보게 되었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성공적으로 꽃을 피운 사람들의 공통점이 조 교수에게도 보인다. 즉, 자신의 흥미와 재능을 일찍 발견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자신의 재능을 일찍 발견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앞으로 그가 하는 공부에 동기를 불어넣고, 일찍이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어린 시절 본 '하버드 대학의 공부 벌레들'을 통해 법에 대한 강한 흥미와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이미 공부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었으니 자신의 미래를 판사로 정하고 열심히 매진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정작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매 상황에서 고민하는 자세다. 이 점이 조 교수가 다른 법 전공자들과 차별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단지 공부만 잘한 수재가 아니었다!
몇 해 전 우연히 신문을 읽다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전투 경찰이 출동해서 잡아가는 장면이 실린 기사를 읽은 적 있다. 나도 앞으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나름의 생각에 읽은 기사인데,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업권은 노동자들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가 아닌가. 그런데 왜 공권력이 침입해서 잡아가는 건가. 그렇다면 이 공권력이야말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법을 잘 모르는 나는 자세한 법조항을 알 순 없지만, 일단 노동자들의 파업권은 지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고용주에게 고용된 임금 노동자들은 개나 소, 돼지처럼 주인이 주는 대로 받고 살아야 할 테니까. 그것은 인권이 제대로 법에 보장돼 있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때의 이런 내 의문이 이 책을 읽으며 해소됐다. 조 교수가 언급하듯, 많은 사람들이 법이 가치중립적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 법은 가치지향적이라고 한다. 사람이 만든 법이고, 사람이 집행하는 법이니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지닌 사람인지가 결국 관건이다. 우리나라의 법이 보다 중립적이고 공평한 위치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으려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법과 사회의 부조리한 모순을 알고 이에 굴복하지 않는 조 교수와 같은 깨어있는 양심들이 있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남아있다.
인생의 어느 순간 아무리 힘들어도 공부를 해서 자신의 실력을 다지고 감성을 잃지 말라는 조국 교수의 당부는 암울한 이 사회에서 자칫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있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리라. 그가 청년들에게 당부하는 공부는 출세지향적 공부가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정말 꿈을 가질 수 있는 길에 필요한 공부고, 인생 공부다. 그런 점에서 조 교수는 평생 공부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그를 양심적으로 실천하는 법학자가 되도록 이끈 인생의 화두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였듯이 이 물음은 다시 내게로, 그리고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되물어 차가운 머리가 아닌 따뜻한 가슴속에서 잔잔한 파문이 일 때 비로소 우리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조 교수가 언급하듯 "지식이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이루어내려면 가슴으로 느끼는 울림이 생겨야 한다." 우리 사회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도 평등하고 따뜻한 인간적인 변화가. 사람이 살 만한 인간적인 사회는 "머리와 가슴이 충돌할 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가슴을 따라가라"는 조 교수의 말이 우리 생활에서 일상이 될 때 가능해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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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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