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는 욕망의 역사"라고 말하는 저자는 누구나 탐낼 만한 보석을 다루는 보석 디자이너이자 대학에서 고대사와 물리학을 전공했다.  경매 담당자로도 일한 저자는 보석에 관한 소양과 경험, 과학적 지식이 들어있는 이 책을 통해 보석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세계사에서 어떻게 꿈틀거리며 인류 문화와 역사를 바꿔놓았는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아름다운 대상을 탐내는 인간의 욕망은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아름다운 물건을 보면 손이 먼저 움직일 수 있다는 뇌 영상 연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또 '시선추적' 실험에 의하면 머리부터 어깨까지 나온 남성과 여성의 사진에서 양성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끄는 부분이 보석이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보석은 오랫동안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희소성으로 인한 지위적 재화의 가치를 누려온 특별한 광물이다. 보석을 보석이게 하는 것은 크기나 품질이 아니라 바로 희소성을 담보로 한 가상가치임을 저자는 이 책에 소개한 세계사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제 1부 '원하다'에서는, 보석의 가격이 결정되던 이야기가 나온다. 네덜란드인이 미국의 원주민에게 유리구슬을 주고 맨해튼을 샀다는 이야기는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당시의 유리구슬은 오늘날의 보석만큼이나 희귀했고, 더우기 원주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물건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네덜란드의 국화인 튤립 알뿌리 하나가 집 한 채의 가격으로 거래되었다는 사실은 당시의 튤립이 오늘날의 보석과 다름이 없었음을 짐작케 한다. 둘 다 다이아몬드와 에머랄드처럼 희소성을 가치로 인간의 욕망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보석이나 다름이 없었다.

  제 2 부 '취하다'에서는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인간의 심리가 구체적인 욕망으로 불 붙었을 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얽힌 비극은 프랑스 시민혁명의 제물이 된다. 피의 여왕 메리1세와 이복 자매인 엘리자베스1세 사이에 희귀한 진주를 둘러싸고 오간 신경전이 에스파니아 제국과 대영제국의 미래를 어떻게 뒤바꿔 놓았는지도 만날 수 있다. 러시아 제국을 상징하던 부활절 달걀 보석이 러시아 혁명 후 전혀 다른 운명을 걷게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말해준다.

  제3부 '가지다'에서는 1,2부에서 보여준 욕망과 탐욕의 대상으로서의 보석이 아니라 경제적 부활과 혁신의 아이콘이 된 양식진주와 손목시계의 역사가 나온다. 20세기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한 어촌 마을의 우동집 아들 미키모토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많은 양의 완벽한 진주를 생산하고 싶다는 꿈을 실현한다. 그의 꿈은 일본 경제를 일으키는 수출의 주력 상품이 되어 국부에 이바지하고 자연산 진주에게서 볼 수 없는 완벽한 모양의 진주를 세계인에게 선사한다. 현대에 흔한 손목시계가 한때는 보석처럼 드문 존재였다가 1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대중화된 사연을 통해 욕망이 역사 속에서 돌고돌아 혁신과 대중성을 가져오게 된 계기도 알 수 있다.  

  욕망이란 감정은 무언가에 대한 결핍을 느끼고 그걸 근거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는 점에서 다른 감정들보다 훨씬 역동적이다. 보석에 대한 욕망과 탐욕이 저주와 비극을 불러올 만큼 파괴적으로 작용한 역사적 사실들을 보여주는 이 책은 인류의 역사가 분명히 탐욕과 욕망의 역사임을 입증한다. 동시에 자유와 진보를 향한 역사의 물결 속에서 욕망 또한 대중화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의 욕망은 인간이 살아있는 한 영구불변한 속성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욕망 자체의 진화가 가능할 때야말로 인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다. 인간은 언제까지 자기가 소유하지 못한 공작새의 깃털 같은 보석을 부러워하는 존재로 남아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