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사

아그네스
- 작성일
- 2016.6.10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 글쓴이
- 사토 마사루 저
역사의아침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저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역사를 조금 안다고 해서 모르는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 건 작년에 읽은 <트루먼, 진실한 대통령 진정한 리더십>을 읽고서다. 미국의 33대 대통령을 지낸 트루먼은 어린 시절 장군에 관한 역사 이야기를 읽고서 군인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또 공직에 나가 대통령을 지내면서도 상황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에 큰 도움을 준 스승이 바로 역사라고 했다. 늦게나마 나는 트루먼을 통해 역사 알기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됐다.
하지만 역사를 안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폭이나 깊이가 무한에 가까운 세계사는 더욱 그렇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누가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했을까. 신문과 TV로 접하는 혼란스런 세계 소식은 그저 난공불락의 성을 바라보는 듯하기만 하다. 현대사의 흐름에서 몇 가지 분명한 것은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를 낳았고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종교는 평화의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살생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점, 인류는 여전히 인종 차별과 민족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빈부격차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세계에 평화가 구현되는 날이 오기나 할지 의문이다. 이런 의문을 증폭시키는 것은 내가 세계사를 꿰뚫는 안목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를 만나고 반가웠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역사에 대한 안목을 키워줄까 해서다.
이 책은 역사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사례를 들어 아날로지(analogy: 유비, 유추)적인 관점에서 사고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책이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민족과 내셔널리즘,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과거의 사례를 통해 현재와 어떻게 닮아있는지 조명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한 카를 마르크스의 통찰을 입증하고 있다고 할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통상적인 역사 인식으로는 세계 1,2차 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통해 세계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고 나 역시 여기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제국주의가 현대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 신제국주의는 식민지를 두지 않을 뿐이다. 또 우크라이나 위기나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의 기저에는 민족 문제가 숨어있기 때문에 전쟁과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민족과 내셔널리즘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유럽연합인 EU와 이슬람 무장단체인 IS가 각각 기독교와 이슬람교라는 종교를 중심으로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EU와 IS의 배경엔 자본주의와 내셔널리즘의 문제가 얽혀있다고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사를 유사한 과거 사례를 찾아내 비교하고 분석하는 아날로지적 관점을 활용하면 역사에 대한 이해는 물론 입체적인 조명이 가능해지면서 살아있는 역사 이해가 될 것이다. 통사로만 접해오던 역사에서 벗어나 역사가 과거의 사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도 진행되고 있고 만들어지는 생물 같은 것이라는 시각을 얻게 됐다. 역사를 바라보는 아날로지적인 관점에 익숙해지기 위해 앞으로 이 책을 몇 차례 더 숙독하면서 현실에 적용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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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