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

아그네스
- 작성일
- 2016.6.16
닥터 프로스트 6
- 글쓴이
- 이종범 글,그림
애니북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시기가 있다. 특히 학창시절을 보내는 청소년기에는 친구와 주변 사람들의 영향 하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평가하려고 한다. 그래서 경계선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이 가장 힘든 부분이 인간관계다.
이종범 만화 <닥터 프로스트 6>은 바로 경계선 성격장애로 고생하다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감하는 소녀 이야기가 나온다. 예전에 많이 들어본 심리학 용어인데 잘 이해가 되지 않은 채 지나왔다. 그러다 최근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역시 만화의 이점이 분명히 있다. 어려운 내용도 그림과 더불어 쉽게 넘어간다는 것. 경계선 성격장애가 어떤 증상이고 얼마나 힘든지 이렇게 쉽고 재밌게 설명할 수 있는 건 이 만화책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만화가이고 심리학자의 자문을 거쳤다고 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성격을 지닌 사람은 없다. MBTI 성격 유형으로만 보더라도 16가지 유형이 있다. 그 16가지 성격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또 얼마나 다양할까. 성격 형성은 타고난 기질과 환경, 부모님의 양육 방식이 미친 영향의 조합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 형성된 성격은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상당하다.
이 책에 나오는 경계선 성격장애 소녀는 언니와의 비교에서 열등감을 키우며 자란 둘째 딸이다. 으레 그렇듯이 부모들은 큰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첫째 아이를 편애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장애 소녀의 뒤에 부모의 극단적인 인격은 살짝 비켜나 있다. 가부장제 사회의 장자 우선 심리적 유산 속에서. 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특히 첫째와 둘째 사이에 재능의 차이가 클 때 두 아이는 서로 비교되면서 자라며 비극이 싹 튼다. 이야기 속의 장애 소녀도 마찬가지다. 언니는 자기보다 우월한 존재로서 선망의 대상이면서 경쟁의 대상이다. 언니의 애인이라도 가로채야 보상을 받은 듯한 착각으로 위로받는다.
문제는 항상 방심에서 시작된다. 소녀의 성격장애 치료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진행하는 사이 호전되는 듯이 보인다. 환자(내담자)를 치료하는 상담자는 어떤 경우에서도 완벽한 자기 성찰적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환자의 마음을 꿰뚫는 독심술이야말로 상담자에게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지식과 인간적 공감과 친밀감은 물론이다. 소녀의 슬픔이 가슴 아프게 전해졌을 때 비극은 예견할 수 있었다. 경계선 성격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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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