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 페미니즘

아그네스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7.7.9

거울은 종종 여자의 허영을 상징하는 물건 으로 이용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그림에 도덕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은 위선적이다.
화가가 벌거벗은 여자를 그린 이유는 벌거벗은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의 손에 거울을 쥐어 주고 그림 제목을 허영이라고 붙임으로써, 사실상 자신의 즐거움 때문에 벌거벗은 여자를 그려 놓고는 이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사실 거울의 진정한 기능은 다른 데 있다. 거울은 무엇보다도 여자가 스스로를 하나의 구경거리로 대하는 데 동의하는 것처럼 만들어준다.

파리스의 심판은 벌거벗은 여자를 쳐다보는 남자 혹은 남자들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생각을 보여주는 또 다른 테마다.
하지만 이제, 여기에는 또 다른 요소가 추가되어 있다. 바로 판정이라는 요소이다. 파리스는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자에게 사과를 상으로 준다. 그런 식으로 아름다움은 경쟁적인 것이 된다. (오늘날 파리스의 심판은 미인 선발대회가 되었다.) 아름답다는 판정을 받지 못한 사람은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고, 아름답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은 상을 받는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 60-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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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