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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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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블랙 저
세종서적
평균
별점9.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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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 책을 읽기 전, 책 소개를 보고 받은 인상은 ‘법의학자의 실제 경험이 녹아 나오는 현장 스릴러 또는 미스터리일 것 같다.’였다. 예전에 비슷한 종류의 책을 읽은 적도 있었고.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사전事前의 인상과 아주 다르지는 않지만 장르물이 보여주는 묘사와는 꽤 다른 전개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리고 법의학자가 아니라 법의인류학자의 설명이 들려왔다.

 

제목이 암시하듯 책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틀인 뼈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쓴이의 직업 특성 상 그 이야기는 그저 “뼈는 이렇게 생겼고 이런 역할을 해요.”류의 설명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살해 사건을 비롯한 각종의 사건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발휘한 법의인류학의 가치까지 드러내 보인다.

  글쓴이는 스코틀랜드의 법의인류학자이다. 법의인류학은 의료법적 목적을 위해 인간 또는 인간의 유골을 연구하는 학문이다(P.10). 법의학과 법의인류학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는데 책에는 그것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인터넷에서 찾은 설명에 근거하여 이해하기로는 법의인류학이 보다 뼈 중심의 학문으로 보인다. CSI 같은 드라마에서 보던, 장기에서 뭘 발견했다거나 하는 장면들에 관여하는 학문은 법의학이 아닐까 싶다. (잘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기를 요망한다) 이런 학문의 위력은 모호함이 가득 남은 여러 사건 현장에서 발휘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책은 뼈, 특히 사람의 뼈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구성은 이 뼈를 머리, 몸통, 사지로 크게 구분한 뒤 큰 부위에 속한 작은 뼈들로 가지를 쳐나간다. 이 가지도 굳이 구분하자면 중간 부위, 작은 부위로 나눌 수 있는데 글쓰기는 중간 부위 이하의 영역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큰 부위인 머리는 뇌상자와 얼굴이라는 중간 부위로 나누어 글이 시작되는 식이다. 각각의 글은 먼저 해당 부위의 뼈 구조와 특성, 역할 및 위해를 당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 양상 등을 묘사하면서 펼쳐진다. 그런 다음 실제로 담당했던 뼈 분석 사례를 들려준다.

  뼈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부분은 의학, 특히 뼈에 대한 의학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다가 아니라 상당히 어렵다고 하겠다. 가슴 쪽을 제외하고는 뼈의 모양을 설명하는 그림 등의 그래픽 자료 없이 글로만 설명하기 때문에 자주 인터넷 등을 검색하면서 지금 책에서 얘기하는 뼈 부위가 어디를 말하는지 찾아봐야 했다. 뼈 부위가 어디인지 알았다고 해도 이어지는 내용에 나오는 의학적 개념을 따라가다 보면 자주 버겁다. 이 부분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읽는 사건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에 대한 이해는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사례로 제시되는 사건들은 해결된 것들만 다루지 않는다. 범인이 밝혀진 건도 있고 해결되지 않은 건도 있다. 사례에서는 그저 해당 뼈 부위에 가해진 살해/상해 상황만을 다룰 뿐이다. 그리고 뼈에 남아있는, 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사망자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그들의 추적기를 그린다. 스릴러 관점에서만 보면 다소 무미건조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현실임을 냉정하게 인식시키는 방식이 된다. 침착함은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라고 알려주는 듯하다.

  글쓴이는 수사관이 아니다. 따라서 뼈를 가지고 수사를 하지 않으며 특히 법정에 서서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법원의 증인(P.165)이라는 관점을 견지하는데 이는 피고나 원고(주로 검사)의 편을 들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사건 사례가 계속 나오고 각각의 사건에서 법의인류학자가 하는 역할을 보면서 법의인류학에 대한 이해가 늘어난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한 이 학문과 업이 우리 사는 세상에 끼치는 영향력과 의미에 대해서도 동의하게도 되고. 수사 과정에서 때때로 아주 작은 역할을 하고 내가 한 일이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영광이자 특권이다(P.429). 

 

감정을 고조시키지 않고 차분하게 뼈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쓰기는 내가 이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태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책을 계속 읽게 하는 동력이었다. 뼈 자체에 대한 설명 영역에서도 그렇지만 실제 사건을 설명할 때에도 감정을 크게 이입시키지 않고 뼈를 통해 무엇을 발견했는지 그 발견이 법정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 등을 풀어낸다.

뼈의 개개 부위를 가리키는 낱말들이 한자 등을 빌리지 않고 주로 순(?) 우리말 표현으로 나오는 점은 무척 신선했다. 나비뼈, 목뿔뼈, 빗장뼈, 다리이음뼈, 긴뼈 등 뼈를 가리키는 여러 낱말들을 보면서 의학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기울인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낱말들은 한자 표현보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어서(ex. 쇄골보다는 빗장뼈가 어떤 모양일지 또는 어느 부위에 있을지 등을 알려준다고 본다) 생생한 인상을 준다. 

 

종종 이해가 가지 않는 번역문이 보이고 오식이 자주 밟혀서 편집/구성에 대한 평가를 좋게 줄 수 없다.

 

P.S.

책에서 구분해서 쓰는 법의학, 법의인류학, 법의고고학이 어떻게 다른지 찾다가 한국인 법의인류학자가 쓴 뼈 관련 책을 하나 알게 되었다. 서평을 보니 쉽게 쓰여졌다고 해서 찾아보려고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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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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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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