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미셀러니

안또니우스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8.12.14
(읽다가 메모해 두었던 새기고픈 구절들...사막을 건너는 법에 대한 얘기들...)
실패한 농담이 상대에게 주었을 모욕에 대해 밤길을 걸으며 사과하고 싶어 하던 사람, 다른 어떤 말보다 사람을 보고 온다, 라는 말을 수면 위의 파문처럼 마음을 울려 받아들이던 사람. (91쪽) -"류,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내 주위에 있는 그런 사람을 안다.)
주용은 분위기가 나아진 김에 누나가 한 그 연애란 대체 뭐야? 라고 물어서 어떻게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볼까 하다가 관두자고 생각했다. 적어도 자정의 뉴스를 듣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영란은 웃고 있으니까. 좀 더 식은 마음의 상태가 되어 그 사랑에 대해 음미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외부의 어떤 것에 의해 이미지가 탈색되거나 변형되지 않고 오로지 영란 자신의 해석만으로 연주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자 싶으면서, 일단은 그런 기도하는 마음으로 주용은 그릇 바닥을 싹싹 긁어 라면을 먹고 냉수로 입가심을 했다. (116쪽) -"서로의 기도" 중에서-
('기다리자' 라는 말이 이렇게 울림이 깊을 줄은 몰랐다. 상대에 대한 최선의 배려라는 사실도...)
어쩌면 그 대화를 나눈 창석이나 할머니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하지만 왠지 소영에게는 너무 중요해서 언젠가 꼭 쓰고 싶은 이야기를 잊기 전에 적어두었다. 어느 한파 속에 꾀병을 부리듯 침대에 누워 있던 대학 동창에게서 들었던 대화를, 적어도 소영의 머릿속에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적절한 격려와 존중처럼 느껴졌던 창석의 그 온난한 답변을...(155~156쪽) -"온난한 하루" 중에서-
(답변에도 온도가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가장 온난한 말은 격려와 존중이란 것에 대해서도...)
지긋지긋하고 막막하고 따분했던, 선명한 분노와 어긋남의 결이 있었던 할아버지와의 동거를 떠올리게 했다. 햄버그스테이크가 있는 테이블에서 맡았던 카레 가루 냄새가 여기서도 나는구나, 그러니까 그런 건 어느 누구에게나 있는 마치 공장의 제조 소스처럼 일관되고 표준화된 추억이구나 생각하면서도 콧날이 시큰해졌다. 그건 어떤 이별에 대한 뒤늦은 실감이자 그리움 같은 것이었고 동시에 미안함이기도 했다. (177쪽) -"춤을 추며 말없이" 중에서-
(어떻게 깨달음은 늘 뒤늦게 오는지...)
어떤 하루를 보냈느냐에 따라 그 동작에 대한 나의 해석들은 비관적이었다가 좀 나았다가, 따뜻했다가 차가웠다가 하는 식으로 달라졌지만 그때마다 믿게 되는 건 그렇게 말없이 춤을 춰보는 어느 밤이 그래도 할아버지와 소년에게 있었으리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유년의 어느 날에 우리가 그랬을 것처럼, 햄버그스테이크가 있는 테이블처럼 너무나 당연하고 몹시도 그립게. (180쪽) -춤을 추며 말없이" 중에서-
(내게도 그런 날이 있었단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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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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