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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또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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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글쓴이
신형철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1 (161)
안또니우스

책을 통독하고나면 매력이 반감되게 마련이다. 한번 더 읽어야 하겠다는 간절함이 일어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대개는 아~ 어떤 건지 알겠다. 그만하면 됐다. 이런 생각을 들면서 책과의 인연을 정리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여기 강력한 예외가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워너비북 독서 경험 고백처럼 다 읽기도 전, 중간쯤부터 재독하고픈 욕구가 솟구친다. 다시 한번 꼼꼼하게 훑어봐야 하겠다는 의지를 북돋운다. 경탄에 경탄을 거듭하며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고갈되었을 때 코드를 꼽으면 되겠다고 위기탈출 매뉴얼을 하나 마련하게 된다. 한껏 충전할 수 있는 전원 단자가 여기 있으니.

 

한편 극도의 좌절감을 맛보게도 한다. 글 비슷한 부류를 끼적거려보겠다는 내 가당찮은 의욕을 처참하게 꺾어버린다. 저 도저한 상상력의 깊이, 절묘한 문장력, 인간과 세상을 대하는 결곡한 태도와 현상의 진면목을 꿰뚫어보는 직관력 앞에 내가 설자리는 바늘 하나 세울 만큼의 여지도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이 정도 글을 세상에 내놓고도 머뭇거리는데, 신변잡기에다 근거도 희박한 하찮은 문장을 어디 내민단 말인가. 자괴감이 어떤 감정인지 알 것 같다.

 

필자가 논어를 읽다 깨우친 대목의 논리를 빌리자면 천부적 재능을 타고나서인지(生), 배움과 노력의 산물인지(學), 늘 무지하다고 자신을 몰아부치는 갈급함(困)때문인지 그가 쌓은 견결한 문장은 거의 시(詩)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포리즘으로 구축한 탑과 같다. 한두 문장이 빛나는 게 아니다.

 

아포리즘에 감탄한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특히 사랑과 슬픔에 대한 그의 전언은 제대로 한소식 들은 자의 신탁 같다. 이를테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나를 채우는 '요소'가 아니라 나를 세우는 '구조'(여야 한)다. 나는 당신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 속에서 온전해진다. 결여는 여전히 있되 그 결여가 더는 고통이 되지 않는, 온전한 사람.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나를 그런 사람이 되게 한다.(338~339쪽)

 

이런 대목 앞에 아득해진다. 신형철을 통해 새로 알고 깨우친 게 많다. 생의 비의와 원리에 대해 그는 많은 것을 환기하고 전에 없던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내고 있다.

 

글 가운데 참고문헌으로 언급한 책조차 반짝거린다. 책 말미에 따로 모아둔 추천도서 소갯글을 보고는 속이 심하게 울렁거렸다. 자본주의 용어로 나타내자면 지름신 강림의 제의가 따로 없다. 나는 막 접신한 참이고. 신뢰할 수 있는 멘토르의 권유이니 뿌리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신형철 버전 의식화 교육과정이 예사롭지 않다. 기꺼이 밟아나가려 한다.

 

두고두고 읽고싶다는 말이 그냥 해보는 빈말이 아니라 진심, 간절한 염원을 담은 말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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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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