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안또니우스
  1. 나의 미셀러니

이미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는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카버가 누구인지, 작품은 어떤 경향이며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할 수 있는 기념비적 소설집이다.

 

하나 같이 빼어난 것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열", "대성당"과 "깃털들"이 압권이었다. 또 하나 매료된 작품을 꼽자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다.

 

영문도 모르고 아이의 죽음을 바라봐야만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이는 그들을 바라봤지만, 알아본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러더니 입이 벌어지는가 싶다가 두 눈은 굳게 감겼고, 폐 속에 더이상 숨이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아이는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아이의 얼굴은 편안해졌다. 아이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마지막 숨이 목구멍을 지나 앙다문 이빨 사이로 천천히 빠져나갔다. (116쪽)

 

이후, 대반전이 이루어진다. 허망한 마음 추스를 길 없어 대신 빵집 주인에게 감정을 투사하는데 할아버지는 그 마음을 읽고 말없이 받아주며 빵을 내놓는다.

 

그들은 롤빵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앤은 갑자기 허기를 느꼈는데, 그 롤빵은 따뜻하고 달콤했다. 그녀는 롤빵을 세 개나 먹어 빵집 주인을 기쁘게 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경써서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지치고 비통했으나, 빵집 주인이 하고 싶어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빵집 주인이 외로움에 대해서, 중년이 지나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의심과 한계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127쪽)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부부, 그 순간 아이의 죽음보다 노인의 심경에 더 마음이 쓰였을 것이다. 이렇게 슬픔은 전가, 아니 전이가 된다. 카버에게 이런 따뜻한 얘기를 들으니 의외인가 싶으면서 더 따뜻해진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안또니우스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4.1.7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1.7
  2. 작성일
    2023.8.2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8.23
  3. 작성일
    2023.5.30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5.3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0
    좋아요
    댓글
    240
    작성일
    2025.5.2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19
    좋아요
    댓글
    158
    작성일
    2025.5.1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1
    좋아요
    댓글
    100
    작성일
    2025.5.2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