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안또니우스
- 작성일
- 2020.9.22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글쓴이
- 박상영 저
한겨레출판
한겨레출판 에세이여서 일단 믿음이 갔다. 미리보기로 검색해보니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았다. 더구나 작가가 KBS 역사저널 [그날]의 패널로 출연하여 알맹이 있는 얘기를 하던 분이란 것을 알고선 주저없이 구매를 선택!
다이어트 관련 시리즈 연재물을 다시 묶은 듯한데 매체에 연재될 때는 알지 못했다. 따끈따끈할 때 읽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그리고 다음 편이 기다려졌을 텐데. 매 편 말미에는 한결같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라고 되뇌며 실현 불가능한 다짐을 하는 대목이 나온다. 물론 다음 날 아침엔 퉁퉁 부은 얼굴을 보며 자책에 자책을 거듭하고. 웃픈 이야기의 연속이다.
한창 필력에 물이 오른 작가의 에세이여서인지 글이 아름답고 문장이 정연하다. 엽편 소설 한 편씩 읽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신변잡기를 깨알 같이 진솔하게 드러내는 이야기인데 바탕에 깔려 있는 전반적인 기조가 슬픔에 절어 있는 루저 모드이다. 늘 고민하고 좌절하다 간신히 일으키곤 하는 일상의 기록이다. 그런데 소재나 서사가 모두 새롭게 풀어나가거나 속편으로 이어져 있어 질리지 않았다. 더구나 군데군데 웃음 폭탄을 투척하여 글 읽기의 몰입감을 더한다.
이를테면 친구가 소설 속 한 대목을 사진으로 찍었다며 보여주는 대목. 직장을 때려치우고 영화를 찍겠다는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했다는 말, "야, 무슨 소리 들리는 것 같지 않니?" "무슨 소리?" "인생 종 치는 소리."
늘 다이어트를 염두에 두고 헬스 트래이닝에 힘쓰는 작가에게 신입 후배가 조금만 살 빼면 프로필 잘 나오겠다며 하는 말, "선배님은 아직 긁지 않은 복권 같아요."
이런 웃픈 얘기는 씁쓸하면서도 기발하여 배꼽 잡다가 서늘해지곤 했다. 울다가 웃다가 멈칫 현타가 오는 픽션 같은 논픽션이었다.
작가 말마따나 글 속에는 불평이 많고 불필요하게 위악적이며 초 단위로 감정 기복을 반복하는 못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래서 자칫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되새겨보면 이건 바로 내 얘기라는 현타가 올 것이다. 그게 인생이란 자각도 들 것이다. 그런 진솔하고 뼈아픈 얘기이다. 아름다운 문장에 실린 뼈때리는 이야기에 한 동안 아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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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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