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

안또니우스
- 작성일
- 2015.12.4
[음악관련] 응답하라 1988 (tvN 드라마) 오리지날 사운드트랙 1부
- 글쓴이
- OST
Stone Music Entertainment
TV 드라마를 우습게 알던 때가 있었다. 엄혹한 시대, 팍팍한 현실은 내팽개치고 대중들의 삶과는 무관한 상류사회의 사랑놀음이나 뜬구름 잡는 과시적 소비 패턴을 그리는 통에 밸이 꼬일대로 꼬여 한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런 내 왜곡된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뜨린 작품이 있다. [응답하라~]시리즈가 그것이다. 특히나 이번 1988편은 서울 올림픽 전후 한국사회의 시대 정신, 쌍문동 서민들의 이웃 사랑, 가족 간의 정 및 얽히고설킨 러브 라인 등 TV 드라마로 담아낼 수 있는 요소란 요소는 총망라하고 있는 역작이라 하겠다. 그동안 드라마 소재로 금기시되었던 운동권의 순정한 정신과 헌신적 행동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어 드라마에 대한 부정적 시각 해소에 더욱 도움이 되었다 할까.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이 드라마의 미덕 중의 미덕은 바로 BGM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장면마다 딱 안성맞춤으로 흐르는 음악을 들으면 많은 상념이 흔들리며 스쳐지나가곤 한다. 아스라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혜화동"이 그렇고, 서민들의 신산한 삶이 겹쳐질 때마다 고요히, 아니 어쩜 격정적으로 흐르는 "걱정말아요 그대"가 그러하다.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그렇다 우린 까맣게 잊고 살아 왔다. 그 시절을, 친구를. 아니 그보단 더 결정적으로 나의 무수한 오류와 실수와 잘못된 선택을...나로 인해 눈물 흘리며 돌아서야 했던 이들을...그래서 아득해지곤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날 때면 심란해져야 하는데 마음결 가만히 헤아려 보면 오히려 아련한 그리움 같은 밝고 맑은 감정의 비중이 더 많은 것 같아 의아해진다. 하지만 금세 깨닫고 만다. 바로 이 노래의 힘이란 것을. 내게 걱정말라고 손 내미는 이적과 전인권 덕분이란 것을.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 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여기서, 때 아니게 울컥 치솟는 습윤한 물질은 뭐람. 떠난 이를 위해 노래하라니. 당신과 후회없이 사랑했노라고, 그러니 내게 미안해하지 말고 잘 가라고 축복의 말을 건네는 이 기꺼운 마음은 어디서 우러났단 말인가. 그 내공 앞에 아득해지며 한편으론 나의 그릇을 가늠하며 아파한다. 압권은 다음 대목.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이 대목에서 잠시 주춤했던 마음결이 다시 활성화된다. 그동안 힘든 일 무척 많았죠 하며 살갑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 그 어떤 응원보다 무게 있게 다가온다. 순간, 그래 나도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불쑥 일어나며 왠지 좋은 기운에 휩싸인 듯 가벼워진다. 내 맘을 헤아리며 인정해주는 이가 있는 것 같아 안심하게 된다. 따스한 파동을 불러일으키는 그들의 음성엔 이처럼 에너지가 듬뿍 내장돼 있다.
연말이고 춥다. 시절 마냥 내 마음결도 출렁거리는 것 같다. 시선이 불안하게 흔들린다는 걸 느끼곤 한다. 그런 내게 어쩌면 위로받아야 할 것 같은 이가 위로의 말을 전한다. 전인권. 건강이, 또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이가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고 힘을 돋우고 있다. 여리고 가난하고 뭔가 잘못을 저질렀을 것 같은 이가 건네는 위로라니. 생각해보면 그래서 오히려 가식 없이 깨끗해 보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속으로 대답한다.
"예, 이젠 걱정하지 않을게요. 그리고...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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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