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미셀러니

안또니우스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7.8.12
실연당 당수님은 소설가 이전에 심리학자이다. 전공은 사랑! 사랑의 심리를 묘사한 대목 몇 가지를 기록하여 남겨두려 한다.
실연이 주는 고통은 추상적이지 않다. 그것은 칼에 베였거나, 화상을 당했을 때의 선연한 느낌과 맞닿아 있다. 실연은 슬픔이나 절망, 공포 같은 인간의 추상적인 감정들과 다르게 구체적인 통증을 수반함으로써 누군가로부터의 거절이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26쪽)
거절의 파괴력이 사랑만큼 큰 영역도 없을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받고픈 감정에 대한 응답 중 거절은 최악이다. 모든 사랑을 무로 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악플도 아니고 무플인 셈이다. 상대방의 이런 감정선을 읽게된 자의 통증, 그건 실제 당한 육체적 상해보다 더 크고, 깊고 오래갈 것이다.
사강은 정수와 노력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관계이길 원했다. 전화 걸지 않은 이유를, 전화 받지 못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왜 전화했는지, 그때 어째서 울음을 터뜨려야 했는지 이해받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죽도록 노력해야만 겨우 유지되는 것이 사랑일 수 있을까. (51쪽)
간신히 이어지는 관계, 세상의 언어로 납득이 되게 설명해야 하는 비로소 안심하는 관계, 죽도록 애써야 겨우겨우 이어지는 관계가 사랑일까? 너무 아프게 하는 게 사랑일까? 그런 감정이 사랑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랑을 확인한다면 사랑은 없느니만 못할 것이다. 아니 안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사랑은 푸근하고 기분 좋으며 조건을 따지지 않는 헌신과 몰입이니 말이다.
모든 연애에는 마지막이 필요하고, 끝내 찍어야 할 마침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때마다,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릴 때마다 사람은 도리 없이 어른이 된다. 시간이 흘러 들리지 않는 것의 바깥과 안을 모두 보게 되는 것, 사강은 이제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 (317쪽)
사랑은 열망과 욕구 만으로 이루어진 풍선 같은 건 아닐 것이다. 사강이 한 발 물러나 관조하며 이런 게 사랑이야 하고 느낀 그런 것, 어른이 할 수 있는 성숙한 행위, 진정한 사랑은 그런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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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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