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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1.12.17
거품 1
- 글쓴이
- 구대명 저
명화
밖으로 새어나가면 목숨을 내놓아야하는 절대적 비밀의 무게를 등에 지고 그것을 읽기쉬운 형태로 내 손바닥위에 건내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허물과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 알몸으로 나타났기에 오랜 피붙이의 얘기를 듣는듯 거부감없이 편하게 몰입할수있었다. 눈앞에서 그 현장을 목격하듯, 술자리에 마주앉아 귀기울여 듣고있는듯한 입체감, 생동감에,
그 흡입력에 책을 손에서 놓을수없었다. 값진 보석같은 선물을 접할수있는 나는 축복받았다.
국경으로 갈라져있지만 원래는 한 민족인 대한민국과 북조선. 같은언어와 철자, 같은 역사를 공유하지만 70년 분단은 완전히 다른 이세계를 만들어냈다.
맹신을 넘어 광신도 집단처럼 보이는, 지구에서 가장 독특한 체제를 유지중인 북조선. 베일에 꽁꽁쌓여 그저 그 추한모습이 풍기는 악취만을 맡아온 나는 그곳의 폭력적이고 궁핍하고 야만적인 주민들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지못했다. 나의 오만한 인식이 이젠 부끄럽다.
가장 비인간적인 곳에 가장 인간적인 삶이 있었다. 족쇄와 재갈과 목에 드리워진 칼날에도, 금수들의 먹이를 먹이고 악취풍기는 넝마조각을 입혀도 인간이란 존재는 영혼의 밑바닥에서부터 자신이 '인간'임을 항변하고 있었다.
추한 결점을 감추고싶은건지, 지은 죄가 너무나 무거워 필사적인건지, 총칼로 무장한채 대문을 걸어잠그고 가면과 베일을 쓴 북조선의 민낯을 웃고, 울고, 사랑하고, 생각하는 한 '인간'의 삶과 증언이 드러냈다.
나는 더이상 길바닥에서 죽어가는 들짐승처럼 그들을 볼수없다. 총칼로 입혀놓은 맞지않는옷과 거짓들은 거품처럼 꺼질것이다. 거품은 순식간에 꺼져버리고 '인간'들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올것이다. 그 거짓들이 거품에 불과하듯, 걱정과 우려들도 거품처럼 꺼질것이라 이젠 믿는다. 그곳에 사는 이들이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고 '나'처럼 생각한다는걸 이젠 안다.
2권이 도착해 읽어볼수 있게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있다.
좋은 얘기를 들려준 저자의 목소리를 더 듣게되기를 기대하며 응원한다.
끝없는 악취를 풍기는 저 거품이 꺼질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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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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