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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0.5.18
문학이란 무엇인가
- 글쓴이
- 유종호 저
민음사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그 개념이 매우 복잡해서 명료하게 그것을 정리하여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문학의 본질적인 특성들을 살펴봄으로써 그 개념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를 병행해 보면서 이를 정리해보았다.
문학은 언어를 표현 매체로 하는 예술이다. 문학의 언어는 일상적인 언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음악성과 관련되는 리듬의 측면, 회화성과 연관되는 이미지의 측면, 그리고 철학이나 역사 혹은 과학 등과 통하는 의미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 작가에 따라서는 이러한 언어의 어떤 측면을 강조하는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순수시가 리듬 혹은 운율을 중시한다든지, 회화시가 이미지를 중시한다든지, 리얼리즘 시가 의미를 강조하는 것 등이 그 예에 해당한다.
한편 문학은 개연성 있는 허구로서, 실제보다도 더 뚜렷하고 질서 있게 삶의 모습을 비추어 주기도 한다. 문학은 현실을 모방하기도 하고 창조하기도 하면서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 사회에서 무엇이 문제이며, 그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예를 들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라는 권력 밑에 순종하는 반 아이들은 부당한 독재의 권력 앞에 힘없이 안주하는 소시민들의 부정의함을 상징하면서 1970년대의 부조리한 현실을 모방하고 있으며, 6학년 담임 선생님의 등장은 우리가 그러한 모순된 현실을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저항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문학은 외적 형식과 함께 내적으로 인지적, 정의적, 심미적 요소가 복합되어 있는 구조물이다. 예를 들면 '심청가'에서 외적으로는 창과 아니리, 발림을 통하여 시간 순서에 입각해 사건의 경과를 전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내적으로는 가난하게 살았던 하층민의 실상을 알게 한다든지, 남편을 버리고 가는 뺑덕이네를 통해 부부 간의 윤리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든지, 비극적인 상황을 희극적으로 처리하여 해학미를 느끼게 하는 등의 복합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이는 마치 한 채의 집이 주춧돌로 기초를 다진 후 대들보를 세우고, 서까래를 얹어 지붕을 만듦으로써 마침내 완성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따라서 문학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긴밀하고 짜임새 있게 연관된 문학의 여러가지 요소룰 함께 이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창작을 할 때에도, 하나의 큰 틀 아래 여러가지 요소가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학을 창작하거나 감상할 때에는 갈래의 개념과 원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작가는 작품을 창조할 때 단지 자신의 창조적 상상력만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특정한 표현 양식이나 모형들을 참고하게 된다. 예를 들면 허균이 '홍길동전'을 쓸 때, 단지 '이상 사회의 건설'이라는 주제 의식만 가지고 그런 작품을 쓰게 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허균은 소설이라는 양식을 빌려 옴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더욱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읽는 작품이 시인지, 소설인지. 수필인지 등에 따라서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문학은 우선 서정 갈래, 서사 갈래, 극 갈래, 교술 갈래와 같이 네 개의 기본 갈래로 나뉜다. 서정 갈래는 개인의 정서를 노래한 주관적인 문학으로 시가 대표적이며, 향가, 고려 속요, 시조 등이 이에 속한다. 서사 갈래는 사건을 이야기로 표현한, 객관성이 강한 문학으로, 소설이 대표적이며 서사시, 판소리 사설, 설화 등이 이에 속한다. 극 갈래는 사건을 무대 위에서 대화와 행동으로 보여 주는 문학으로, 희곡이 대표적이며 탈춤, 창극 등이 이에 속한다. 교술 갈래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을 서술, 전달하는 문학으로, 수필이 대표적이며, 악장, 편지, 일기 등이 이에 속한다.
문학은 인식적, 윤리적, 미적 측면에서 개인의 삶의 질을 고양시켜 준다. 예를 들면 타고르의 '기탄잘리'에서 우리는 우주 만물에 깃들여 있는, 우주와 동일시되는 범신론적 개념의 신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다. 그런가 하면 우리 주변의 사물과 이웃을 사랑하며 겸허하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또 경건하면서도 부드러운 어조로 신을 찬미하는 화자의 모습에서 잔잔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문학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정서를 순화할 수 있도록 하며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깨달음을 준다.
또 문학은 공동체가 통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같은 문학을 함께 이해하고 수용하는 사람들끼리는 같은 문학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짙은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농가월령가'는 농촌 사회의 풍속과 문화를 바탕으로 농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농촌 공동체의 의사를 결집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동체 통합의 기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문학은 가치의 산물이다. 작품에는 작가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고, 특정한 시대의 가치관이 반영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1908년에 발표되었던 '금수회의록'은 우화의 형식을 빌어 문명 개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한 문학 작품이 담고 있는 가치는 시대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엄격한 유교 윤리가 온 사회를 지배할 당시, 여성 인권을 주장한 문학 작품들은 평가 절하되었지만, 근대화가 이루어지고 여성의 인권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름에 따라, 다시 호평을 받는 것이 그 예에 해당한다. 따라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보편성과 타당성을 중심으로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되, 개개의 작품이 제기하고 있는 가치가 현실 상황에 얼마나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인가가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문학 활동은 언어적, 문화적 실천 활동이다. 문학 활동은 문학적 언어 및 문학 문화와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구체적 활동 속에 존재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문학 활동은 작품의 이해와 감상에서 더 나아가 창작과 응용의 단계에까지 이어져야 한다.
문학 작품을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이러한 문학의 특성과 갈래, 그리고 기능과 가치를 이해한 후에 가능하다. 무턱대고 읽으려 하기보다는 체계적인 문학의 본질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은 문학 작품의 감상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나중엔 창작까지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도록 문학의 이론적 배경을 잘 알아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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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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