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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gml06
- 작성일
- 2020.7.24
트위스트
- 글쓴이
- 델핀 베르톨롱 저
문학동네
이 소설을 읽게 된 이유.
프랑스 문단의 새로운 재능 델핀 베르톨롱
피해자의 관점으로 다시 쓴 범죄의 기록
여느 소설들과는 달리 '피해자'의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보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잔혹하지만 사건의 깊은 내면을 바라볼 수 있기에 흥미로웠습니다.
특히나 이 소설은 1988년 전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던 '나타샤 캄푸슈의 실종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라고 하니 더 소름끼치게 다가왔습니다.
조금은 떨리는 손으로 소설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납치되어 오 년 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소녀
다시 '산 자들의 세상'으로 돌아오다!
『트위스트』
솔직히 이 소설.
저에겐 잘 읽혀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게 진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장부터 시작된 엄마가 사랑하는 딸에게 쓰는 편지 때문에......
그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기에 선뜻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내 이름은 마디손 에샤르
내 이름은 마디손 에샤르
내 이름은 마디손 에샤르
내 이름은 마디손 에샤르
내 이름은 마디손 에샤르 - page 27
6월 14일.
자신의 집에 온 지 이 주밖에 안된 고양이 '래리'를 보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가던 한 소녀.
그 소녀의 이름은 '마디손 에샤르'였습니다.
멀찍이 까만 볼보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얘야!" - page 127
운전석에 앉은 R이 자신의 고양이를 위해 동물병원을 찾고 있는데 가는 길을 안내해주지 않겠냐며 제안을 합니다.
약간 망설여졌지만 착해 보이는 R의 얼굴, 푸석한 머리와 반짝이는 자동차, 작은 케이지에 든 예쁜 삼색 고양이, 머리 위에 쏟아붓던 미친 소나기,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니슬라스 선생님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아이는 아무 의심 없이 까만 볼보에 올라타게 됩니다.
이것이 '까만 볼보의 날'이 됩니다.
그녀가 납치된 날.
그렇게 열 한살에 납치된 마디손이 오 년 뒤 열 다섯살이 될때까지, 감금된 상태에서도 자신의 일기를 써가면서 버텨온 과정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소설 속엔 피해자인 '마디손'의 이야기 뿐만아니라 그녀의 엄마가 딸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가, 마디손이 좋아했던 작가가 꿈인 스타니슬라스의 자기고백적 에세이가 교차되면서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다 풍성하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에겐 사라진 딸을 그리워하며 쓴 엄마의 편지들이 너무나도 가슴 아리게 다가왔습니다.
초반엔 아이가 살아있다는 희망이, 곧 돌아오리라는 믿음이 그녀를 버티게 했지만......
내 안에서 네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느껴, 마디.
그런데 아무도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아. 하지만 사랑하는 딸아, 네가 죽었다면 내가 알겠지. 내 심장이 멈춰도 네 심장이 마치 북처럼 내 안에 강하게 울리니까. 너는 세상 어딘가에 있어. 어디에, 누구와 함께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딘가에 살아 있어. 두 발을 땅에 딛고 온전히, 무사하게 살아 있어.
마디, 이건 내 생각이 아니야. 내가 아는 거야. - page 44 ~ 45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희망이 무너지는 모습이 그려질 때.
간절한 바람이 참혹한 진실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그녀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
마디는 그 남자한테 인생에서 오 년의 시간을 빼앗겼고, 그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 년 동안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아이는 강제로 감금되었다. 완전히 갇혀서 유폐 생활을 했다. 그런데 난? 나는 그동안 무얼 했던가? 나는 내 안에 갇혀 있었다. 감옥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약함 때문에, 그리고 거짓 때문에. 슬픔은 이기적이고 자기만족은 쉽다. 불행한 채로 있는 것보다 더 비겁한 일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 page 429
제 스스로에 대해서 반성을 하게끔 한 대목이었습니다.
사건이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 감옥을 만들어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여느 추리소설보다 더 여운이 남았습니다.
아무래도 그동안의 추리소설에선 사건을 위주로 이야기를 했기에 공감보단 강한 짜릿함과 마지막 여운이었다면 이번 소설에선 피해자의 시선이 담겨있기에 몰입하며,그 심정을 이해하며, 탈출했을 때의 안도감에 한시도 가슴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나 이 사건은 한 소녀의 납치 사건이었기에, 그것도 오 년이란 긴 시간동안 희망을 놓지않고 끝까지 살아남은 소녀의 이야기였기에 더 짙은 여운을 남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내가 이 소녀였다면 이렇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산 자들의 세상'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건네며 그녀가 일러준 진정한 용기를 저 역시도 가슴에 새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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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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