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종이 얼마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지를 깨닫는 데, 이 책은 강렬했다. 수많은 생물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 만으로도 광활한 지구 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의 경이로움과, 그들 각자의 자리에서 빚어내는 다채로운 생명의 합창을 세심하게 비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는 마치 숲길을 걷는 듯했고, 잊고 살았던 존재들의 이름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지구는 단지 인간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서부터 하늘을 가르는 새들,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에 이르기까지, 각 생명체는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이 세계를 채우고 있었다. 이 다양성은 단순한 나열이 아닌, 긴밀한 연결의 그물망이었다.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하나도 흔들리고, 그 균형이 깨어질 때 우리가 의지하는 터전마저 흔들린다는 사실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담백한 어조와 유머로, 그러나 단호하게 묻는다. 우리는 이 세계에 합당한 존재인가. 우리는 이 세계를 사랑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존재들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보호하고 존중해야 함을 깨닫는다.

 생물의 다양성은 곧 지구의 생명력이다.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할 때 생태계는 그 본래의 힘을 발휘하고, 인간 역시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양성은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신비로운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