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취재와 고쳐쓰기에 상당히 애를 쓴듯하다. 후기에서 드러나는 글쓴이의 태도에서 그런 모습이 덤덤하게 드러난다. 그것을 보면 저자가 지금까지 써왔던 소설과 다르게 이 소설은 정말 잘 써보고 싶었던 소설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의도와 결과가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소설은, 가능한 덤덤하게 국정원에 들어온 평범한(이 수식어의 기준은 조금 높다. 왜냐하면, 작중에도 서술되는것처럼 국정원에 입사하는 이들 대부분이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엘리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하는 일들을 보면 상상하는 것처럼 특별하지많은 않기 때문에 이 수식어를 사용했다.) 신입공무원(?)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이 국정원에 입사한 이유는, 대기업에대한 꺼림과 7급 공무원이라는 비교적 안정된 지위 때문이다.

 그의 일상은 별다를게 없다. 그저, 주어진 일을 처리할 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독단적으로 이리저리 휘젖고 다니는 일은 없다. 모든 일들이 체계적인 조직규범 아래 이루어진다. 주인공은 그 중 하나의 부품일 뿐이다. 이러한 묘사를 덤덤하게 잘하고 있는 점이 이 책에서 갖장 좋았다. (그러나,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다.)

 우연히 만난 어느 여자와 결혼하고, 동기 중 가장 빠르게 팀장으로 올라서는 일상이 남북정삼회담 이후 남북의 정치묘사와 함께 덤덤하게 서술된다.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줄이려는 저자의 의도의 반영인지, 문장들이 간결하다.(하지만, 왠지 끌림은 적다.) 그러다, 어느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해임되고, 작가라는 새 삶을 찾으면서 소설은 마무리 된다.

 작가가 지속적으로 고쳐썼다는 것을, 문장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왠지 덤덤해서 몰입은 잘 되지 않았다. 아마, 소설 전체적인 극적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신입 국정원 요원, 커피이야기, 남북구도, CIA, 선택 등 다양한 소재는 흥미롭지만 그것을 하나의 구조에 제대로 버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차라리, 대중적 요소를 줄이고 사실적 요소를 더 가미하여 논픽션처럼 썼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국정원의 일상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권한다. 스릴러 소설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