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미스터리 작가로 전직하기 가장 쉬운 종족은 미스터리 독자들이다. 읽지 않고, 쓰기 시작한 별종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못 본 것 같다. 물론, 날지 못하는 닭 100마리를 보고 닭은 못날아! 라고 주장했다가 어느 날 죽을 힘을 다해 공중을 부유하는 닭을 볼 수 도 있으니... 뭐 어디에나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어? 하고 싶은말이 뭔데?)

궁시렁궁시렁... 어쨋거나, 미스터리를 쓰고 싶어하는 충동을 가장 많이 느끼는 이들이 미스터리 독자들이라는 말이다. 나 역시, 그렇다. 진짜 쓰고 싶다. 마구마구마구마구... 근데, 쓴 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다면 끝까지 쓴 건 없다. 끄적끄적 끄적끄적 그러다 지우고 잊어버리고의 반복.

우스꽝스럽게도, 끝까지 쓰지 못하면서도 좀 지나면 그 기억을 잊어버렸던 것처럼 다시 키보드를 잡거나 펜을 굴려대곤 한다. 그 제어할 수 없는 충동... 어디서 오냐구? 그야, 재미있는 것을 향한 갈급함에서 오겠지!

어릴적에 이 책 저 책 참 많이 읽었다. 시작은 용돈이었지만, 전개는 칭찬과 우쭐댐의 덕택이었다. 결과적으로 성적도 괜찮았으니,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읽어댔다. 누가보면 신동인줄 알겠지만, 사실 그 때도 스릴넘치는 책들을 즐겨 읽었었다. 책등이 낡아빠지도록... (이건 절대로 비유가 아니다. 진짜 낡아서 덜렁덜렁거려서 테이프로 돌돌 감고 감고 반복했다.) 읽었던 삼국지와 수호전 전집... 아동 전집에 들어있던 명작들.. 소년 선인전이나 갈색 족자를 지켜라 쌍무지개 뜨는 언덕, 그리고 그 외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 SF, 미스터리 소설들... 아 칠칠단의 비밀도 있었다. 초딩시절엔 도서 바자회에 주로 끌려나왔던 장석준의 괴기미스터리들을 좋아했다. 근데, 지금은 다 절판. 나홀로 에어리언과의 여주인공과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내 머리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뭔가, 내 독서편력을 적고 있는데.. 이거 다 적기 전에 내 체력이 바닥날테니 할말만 해야겠다. 이것저것 읽었는데, 읽다보니 몇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느꼈고, 새로운 미스터리에 갈급함이 생기면서 내가 읽고싶은 미스터리라는 것이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

이래저래 통신소설의 기념비가 된 드래곤라자의 저술동기를 이영도는 읽고 싶은 소설이 없어서, 결국 쓰기로 했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뭐, 그게 전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될 때가 있었다. 이 소설의 이 시점에 이 캐릭터가 등장하면 좋겠는데, 여기는 이렇게 전개되면 좋겠는데... 이 무대를 배경으로 , 이 소재를 배경으로 한 번 이야기를 꾸며보고 싶은데... 현실에 벌어지는 의문스러운 상황들을 한 편의 미스터리 플롯으로 엮어보고 싶은데... 이런 수 많은 생각과 아쉬움들이... 그래! 미스터리를 써보는 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것!

근데,

끝까지 써본 소설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이 살짝 기대가 된다.

글쓰기 책이나 작법에 대한 책은 출판붐을 타고 수도없이 쏟아져나왔지만, 내 기억에 미스터리 쓰기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물론, 글쓰기 책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 나왔을 수 도 있긴 하다...)

고로, 미스터리 팬들이라면 ... (이하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