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사회/생활

이홍군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1.9.25
어제 아내와 함께 간 하얼빈 근교의 과수원에서 한자로 이자(李子)라 하는 과일이 어릴 적부터 자두라 부르며 먹은 과일이었다. 한자를 배울 때 ‘李’는 오얏 ‘리’라 훈과 음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나는 오얏이 자두라는 것을 어제 처음 알게 되었다. 자두나무와 오얏나무가 다른 나무로 알고 있었기에 그 열매는 당연히 같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李子라고 李의 열매가 내가 먹어 왔던 자두여서 내 생각에 혼란이 일어났다.
집에 돌아와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 중에 정말 많은 단어가 중국의 한자로 표기되어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표준말인 보통화의 발음과는 실제 그 발음이 많이 달라져 있기에 한국에서 어릴 적 배운 한자가 중국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혼동을 일으키게 하기도 해서 사전을 찾아보고 정확하게 그 의미를 알아가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나서 하는 버릇이다.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본 한국의 국어사전에 오얏은 순수 우리말인 모양이다. 그리고 자두를 잘못 표기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자두를 찾아보니 한자 紫桃의 자도라는 발음이 변해서 자두가 된 것으로 설명해 놓았다. 그리고 한자도 표기해 놓았다. 실물을 보고 이것이 오얏이고 오얏은 자두라고 연관시켜 배우질 않았다. 오얏이란 단어를 한 번만 사전을 찾아봤어도 오얏이 자두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나오니 알게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마라.'라고 하는 속담을 배울 때 그 의미가 남의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할 때 좀 더 유식한 표현으로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마라.' 또는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란 한자로 표현된 문장을 인용하는 것도 보게 되었다. 아마도 시험문제에 잘 출제되는 것이기 때문에 외운 기억이 난다. 이것도 오얏이 잘못이라면 ‘자두나무 아래서...’로 바꿔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제 내가 자두라고 오랫동안 알고 왔던 과일이 중국어로는 李子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게 되니 내 지식이 정말 수박 겉핥기처럼 쌓여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 들었다. 내 성씨 李를 오얏 '리'라고 해서 알고 있으면서 자두가 오얏이란 것을 모른 채 세상을 살아왔다는 것에서 내가 알고 지내는 상식 중에 잘못 알고 지내는 것이 상당히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듬뿍 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속담을 인용할 땐 누구도 李를 자두나무라 하지 않고 오얏나무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순수 우리말이라 한자어에서 온 자두보다 오얏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해서였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는데 오히려 국어사전에는 오얏이 자두의 잘못이라고 해 놓았으니 더 헷갈리게 된다. 누군가가 사용하기 시작하여 그것이 그대로 계속 사용돼 온 모양이란 생각으로 밖엔 자두와 오얏을 찾아봐도 시원한 설명은 찾을 수 없다.
한자를 배울 때 훈과 음을 배우는데 '李'를 오얏 리라고 해 놓았으니 아무 의심 없이 그렇게 알고 지내온 것이 우습게 생각되었다. 게다가 고려 시대에 유행했다는 조선왕조에 얽힌 재미있는 고사도 들은 적이 있다. 또 조선 왕가가 사용한 문양이 바로 오얏꽃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도 배워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오얏이 자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자두는 자두요 오얏은 오얏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오얏나무를 한번 보고 싶기마저 했다.
과일의 이름자에 아들 子를 붙여 놓는 중국어에서 자두나무는 이자수(李子树)라 표기가 된다. 그런데 자두나무의 꽃은 이자화(李子花)라 하지 않고 이화(李花)라 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배의 꽃도 이화(梨花)라 발음이 "이화"로 똑같다. 그런데 배나무에서 열린 배는 이자(梨子)라 하지 않고 그냥 '梨'라 한다. 원칙이 있는 것 같은데 없다. 그래서 언어를 배울 때는 더 유연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 문법이란 원칙은 그 언어를 사용하다가 생겨난 법칙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보면 원칙에 예외가 너무 많은 언어가 배우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자두의 어원처럼 인용하는 자도(紫桃)를 중국의 중국어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이런 단어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자두가 복숭아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해서 누군가가 붙여 놓은 한자 紫桃(zi tao)가 자도라 읽어야 하는데 자두라 읽으며 이것이 많은 사람이 사용해서 표준말로 되어 '오얏'을 밀어내 버렸으니 이성적 사고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만큼 불분명한 것을 분명하게 밝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밖엔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
한자 훈을 가르칠 때 오얏이 자두의 잘못이라면 자두 '리'라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불분명한 근거로 과일의 이름이 되어 있는 자두보다는 순수 우리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오얏을 더 많이 사용하게 해서 오얏 '리'라고 훈을 가르칠 때 아예 자두를 보여주며 자두나무 열매가 오얏이라고 가르쳤으면 좋겠다. 일상에서 흔히 자주 먹게 되는 자두가 오얏으로 제대로 더 많이 불릴 때 사전에 자도(紫桃)에서 온 듯하다는 근거가 박약한 설명도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어차피 자두란 말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면 오얏 '리'라 하지 말고 자두 '리'라 고쳐 훈을 가르치는 것이 올바를 수도 있다. 그럼 오얏 '리'씨인 줄 아는 많은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자두 '이'씨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리되면 반대할까가 궁금해진다. 나보고 성씨를 이야기할 때 오얏 '리'씨가 아니고 '경주' 이씨라 해야 바르다고 하시며 내 증조부의 이름을 알고 계셨던 구한말 명문가 안동 '김'씨 한문 선생님이 문득 생각이 난다. (2011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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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