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겨울철 눈이 올 때 먹으면 좋다는 거위를 아침 시장에서 사왔다. 지난 11월의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1.5도 정도 올라간 난동이었다는 보도를 보며 난동이라곤 하지만 영하 20도의 기온인 하얼빈은 여전히 겨울이 추운 것은 사실이어서 추위에 견딜 수 있게 영양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추위를 잘 견뎌내려면 육류를 즐겨 먹어야 한다. 늘 먹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와 같은 육류도 좋겠지만, 아내가 선택한 육류는 한국인은 잘 먹지 않는 거위 고기다.

 

나도 한국인이지만 중국에 오기 전까지는 육류 공급원으로 유별나게 소고기에 집착했던 것 같다. 워낙 소고기 불고기와 갈비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유명해서 그런지 외국의 한국 음식점에 가서 육류를 섭취하려면 소고기를 먹는 수밖엔 없다. 물론 돼지고기 삼겹살도 있고 삼계탕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부터도 선호하는 육류는 소고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나에게 아내는 육류도 한가지로만 편식해서는 안 된다며 다양한 육류를 섭취하도록 배려해 준다.

 

그래서 냄새가 난다며 잘 먹지 않던 오리 고기도 이젠 즐겨 먹게 되었고, 돼지고기는 워낙 중국인이 많이 해 먹는 고기라서 자연스럽게 돼지고기도 잘 먹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 아내는 한국인은 소고기를 유난히 좋아한다면서 국수를 만들어 팔며 소고기 수육을 맛있게 하는 집에서 소고기 수육을 시켜 먹게 하기도 하고, 집에서 소고기 장조림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이젠 다양한 육류 섭취에 익숙해져서 그렇게 소고기만을 고집하지 않게 되었다.

 

거위는 영어로 goose라 하고, 중국어로는 어(鹅 e)다. 사전을 찾아보니 거위는 야생 기러기를 길들여 식용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엔 생긴 것이 꼭 백조와 비슷한 것 같은데 이렇게 식용으로 길러 먹는 거위는 날 수가 없게 진화해 버렸다. 날지 못하게 해서 집에서 기를 수 있게 가금이 된 경우로 닭과 같은 운명을 지닌 동물이다. 따라서 거위를 인간이 식용으로 길러 먹은 역사는 아주 오래된 것도 알 수 있다.

 

어릴 적 집에서 거위를 길렀다. 워낙 도둑과 강도가 많던 시절이어서 집에서 개도 기르고 거위도 길렀던 것 같다. 개처럼 거위는 소리를 크게 질러 집도 지켜줄 수 있었다. 덩치가 닭보다 훨씬 커서 어릴 적엔 거위를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뒤뚱거리며 크게 소리를 치며 달려들어 어린 아이에게 아주 위협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거위 고기를 집에서 즐겨 먹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내가 사온 거위 고기를 보니 털을 다 벗기고 내장도 빼내어 쉽게 요리해서 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까지 그 형체가 그대로 나타난 거위다. 인간이 집에서 길러 먹는 거위는 그 수명이 40년에서 50년이라고 한다. 중국 거위는 내가 생각한 거위보다 그 크기가 작다. 하지만, 닭보다는 그 크기가 커서 더 먹을 것이 있을 것 같다.

 

거위 고기엔 지방 함유량이 적고 단백질과 비타민 A와 B를 비롯한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아주 다른 육류에 비해 아주 고급 건강식품이라 할 수 있다. 중의(中医)에서는 기를 돋구고 허함을 보충해 주고(益气补虚)、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해주며(止咳化痰)，납중독 등을 해결해 주는 작용(解铅毒 等作用)을 한다고 한다. 따라서 신체가 허약하거나, 기혈이 부족한 사람, 특히 영양상태가 나쁜 사람에게 아주 적합한 육류라고 한다.

 

아내가 추운 겨울 눈이 내릴 때 먹으면 좋다고 내게 이야기해 준 이유는 이 거위 고기가 겨울철 한기 때문에 기침을 자주 하게 되는 사람이 먹으면 기침도 멎게 해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년 당뇨병 환자의 영양보충에 아주 좋은 음식이어서 지병이 있는 나에겐 그만이라며 사온 것이다. 천식질환이 있는 사람은 겨울이 되면 기침을 자주 하게 된다. 또 감기와 만성기관지염에 잘 걸리는 사람도 거위 고기를 즐겨 먹으면 아주 좋기에 즐겨 먹을 것을 권장해 본다.

 

오늘 아침 시장에서 사온 거위 고기로 아내는 어떤 요리를 준비해 먹도록 해 줄까가 궁금하다. 그러면서 나의 건강을 위해 중의학을 배울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며 먹어야 하는 음식에 대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아내가 곁에 있으니 나는 아마 이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란 생각을 또 하게 된다. 노년을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면 부(富), 권력(权力), 명예(名誉)를 얻은 그 누구보다도 몇 배는 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죽은 셈이 될 것이다. (2011년 1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