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군
  1. 해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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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하얼빈이다. 역시 하얼빈은 여름이 더 좋다고 할 만하다. 뚜렷한 4계절이 있는 하얼빈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다 지내 본 사람이면 이렇게 말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름이 되면 더 많은 관광객이 하얼빈을 찾는 것 같다. 해가 나는 날이면 최고기온은 30도 위로 올라가긴 하지만, 체감기온으론 그보다 항상 3도 또는 5도가 낮으니 마치 에어컨디셔너 속에서 사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여름이 되어 하얼빈 중앙대가를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찾았다. 그것도 하루 중 가장 더울 때라 할 수 있는 점심 시간에 말이다. 일이 있어 시내에 나왔다가 관청의 우슈(午休)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라 다시 제대로 업무가 시작되려면 2시간을 무료하게 기다려야 하기에 아내와 나는 이 두 시간 동안 점심도 먹고 중앙대가를 돌아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새삼 여름철 중앙대가의 참모습을 보게 된다.


 


한국 서울의 명동이 생각나게 하는 하얼빈의 중앙대가는 월요일인데도 역시 많은 사람이 왕래한다. 이 거리가 여름에 더욱 유명해지는 것은 더운 여름에 마시는 맥주 때문이다. 거리의 곳곳에 마련한 맥주 광장에서 직접 구어 내는 양꽂이(羊串) 안주에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키는 것은 더위에 지친 사람을 다시 기운이 돋아나게 해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럽에서보다 더 많은 사람이 맥주를 즐기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많은 사람이 맥주 광장에서 맥주를 즐긴다.


 


중국에서 최초로 서양식 맥주가 제조 생산된 곳이 하얼빈이라는 영예가 괜히 생긴 것은 아닌 것 같다. 1900년에 중국에 최초의 맥주가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하얼빈 맥주라 한다. 그리고 3년 후인 1903년에 칭다오 맥주가 중국에 등장했다. 하얼빈 맥주는 러시아인이 와서 칭다오 맥주는 독일인이 와서 제조했다. 그래서 그런지 하얼빈 맥주와 칭다오 맥주는 맛에 민감한 맥주 애호가에게는 맛에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아주 씁쓸하고 강한 호프 맛을 즐기는 사람에겐 칭다오 맥주가 그보다는 약간 덜 씁쓸하면서도 입에 착 들러붙는 다소 순한 맛을 즐기는 사람은 하얼빈 맥주를 더 찾는다고 한다. 중국 전체에 약 860개 정도의 맥주공장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가 바로 하얼빈(哈尔滨) 맥주, 칭다오(青岛) 맥주, 그리고 베이징(北京)의 옌징(燕京) 맥주라 한다. 모두 중국의 큰 대도시를 대표하는 맥주라 할 수 있다.


 


맥주 광장을 지나 아내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중앙대가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마디얼빈관(Modern Hotel) 앞에 있는 서양식 빵집에서 빵(面包)을 사가자고 한다. 늘 우리는 이 중앙대가를 찾으면 길게 줄을 서서라도 이 빵을 사가지곤 했다. 그만큼 이 빵은 신선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한 사람에게 제한된 개수만큼만 파는 이 빵을 사들고 우리는 잠시 산책을 즐겼다. 하얼빈의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거리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중앙대가 아닌가.


 


최근 스타벅스가 두 개가 들어서서 아주 성업 중이다. 참새가 떡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는 말이 생각나게 우리는 스타벅스에 들러 아메리칸 커피를 사서 마셨다. 스타벅스의 영향인지 커피숍이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나 있는 것을 거리를 지나가며 보게 된다. 100여 년 전에는 유럽의 최신 문화가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중국에서도 하얼빈에 가장 먼저 전달되었다. 이렇게 외래 문물을 받아 들리는데 익숙한 전통은 아마도 머지않아 하얼빈도 커피 왕국이 될 것만 같다.


 


점심으로 우리는 오랜 전통을 지닌 동동포(东东包)에서 포자(包子)를 먹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는데 가격을 많이 올려놓았다. 포자를 먹으며 무료로 제공하던 죽도 이젠 돈을 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처럼 그렇게 손님이 많지가 않다. 치열한 가격경쟁에서 이겨내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 집도 역풍을 맞을 것만 같다. 장소, 가격, 서비스의 세 박자를 다 갖춘 새로운 브랜드가 속속 생겨나 마케팅 싸움이 한창인 것을 이 집 주인은 모르고 있는 것일까.(2013년 7월 15일, 하얼빈에서 작성)


 



설화(雪花)맥주도 하얼빈에서 생산되는 하얼빈 맥주로 인기가 좋다.



100년이 넘은 마이얼빈관은 러시아 재벌의 소유로 중앙대가의 상징물이다.



马迭尔宾馆(Modern Hotel)의 정문, 발코니에선 저녁에 라이브로 공연한다.



100년이 넘은 서양 빵집



줄을 서서 기다려 산 식빵을 든 아내. 식빵을 중국에선 몐빠오(面包)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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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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