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들은 처음 읽어봐서 어떨까 궁금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에 나온 내용이 딱 맞았다.

 

"긴 분량의 소설들보다 직설적인 면이 두드러져, 다정한 이야기들은 더 다정하고 신랄한 이야기들은 더 신랄합니다. 부드러운 진입로가 필요 없는 분량이어서 그렇겠지요. 그 완충 없음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읽기 전에는 짧아서 앞뒤얘기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으면 어쩌지 했지만 딱 그 정도 길이로 괜찮은 이야기들이어서 엄청 만족스러웠다.

 

이야기들을 청탁 받은 곳들이 다양한 것도 흥미로운데 (패션지, 전시 등의 청탁과 그 결과물들이 특히 흥미롭다!) 완성된 이야기들과 청탁지와 제시된 주제들이 뭔가 재미있는는 연결점이 지어져 있어서 각 편 뒤에 나와 있는 청탁지와 이에 대한 작가의 아주 짧은 소감(?) 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원래 짧은 청탁 소설들은 청탁지와 다 이런 엉뚱한 (?) 연결점들을 짓나? (알라딘의 청탁을 받고 알라딘 서점을 지진으로 무너뜨리고, 정유년 특집 청탁에는 야생닭이 잠깐 나오고, '미래의 뷰티'에 관한 청탁에는 외모의 아름다움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나오고, 누군가의 추모집에서는 그 사람의 머리카락을 탐낸다) 내가 청탁한 담당자면 너무 재밌을 것 같은데ㅎㅎ 청탁한 이가 기대한 글이 아니었을 것 같다는 것도 있지만, 안 실린건 아닌 모양이니 담당자의 의견도 궁금하다.

 

하지만 역시, "최악을 상상하고 쓴 이야기가 현실을 닮아버리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야기 중 하나의 뒤에 실린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