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들

까탈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8.5
경운궁이라고 표기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거기 이름은 덕수궁미술관이다. 뭐냐~ 뭐냐고!!
아무튼 보테로와의 인연은 97년 1월쯤으로 기억이 된다.
결혼하고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도 댕기고 한약도 먹던 그 시절에, 경주에 유명한 한의원이 있어서 동생과 같이 나들이를 했었다. 아이가 없어서 별 짓을 다한다 싶어 속도 쓰렸는데 경주구경을 하자 싶어 동생이랑 보문단지쪽으로 가서 발견했던 곳이 선재미술관이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누구의 전시가 있는지도 모르고 향했던 곳. 거기서 만난 사람이 바로 보테로다. 색감이 좋아서 더 신이 났던..실은 지금은 그림도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번 관람으로 인해 확실히 각인이 되어버렸다.

그날 중구에만 비가 왔나. 하여간 갑자기 내린 비로 산 우산을 들고 중화문을 지나치는데 보지 못한 조형물이 하나 있었다. 다가가보니 보테로의 조형물.

서서히 미술관을 향해 가면서 보는 석조전, 비오는 날의 석조전은 또다른 운치가 느껴진다. 눈오는 날, 비오는 날...궁에 있는 서양식 건축물의 느낌이란 속상하기도 하고 소통의 시작이라는 미명하에 힘없는 왕의 뒷모습도 느껴진다. 아니 내가 거기 집중하기 때문일 거다.

이거 제목에 딴지걸고 싶은 조형물이다. 우리말로는 기대고 있는 여인으로 기억이 된다. 근디 이 모습은 뒹굴뒹굴모드의 여인이다. 콜롬비아에서 쓰는 스페인어로는 어떻게 표기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영어론 레슬링이었는데......!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 우리말제목을 붙여주면 좋겠다 싶었다.

남편과 나들이를 하니까 이렇게 녀석과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곳곳에 사진을 찍기 위한 장소가 있었는데 녀석은 노랑색이 좋아서 여기를 택했다. 꽃시리즈가 3점이 있는데 다른 책을 써가며 표현된 것이 참 편하게도 보였다.
-그러고보니 남편과 함께 미술관 나들이를 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바빴다는 이야기. 마침 그림도 편안하게 다가와서 남편도 흡족해했다.


내가 카메라를 들어야만 가능한 자세. 장난좋아하는 부녀 모습이 보테로의 춤추는 사람들과 딱이다.
-보테로가 왜 스페인사람이라고 착각을 했을까. 혼자서 만든 허상을 이번에 다시금 깨고 콜롬비아라는 나라와 남미의 생활에 대해 생각을 슬쩍 하게 되었다. 담배가 곳곳에 보여서 작은까탈에게 인상적으로 남았으며, 정물의 과일로 여기저기 찾기 혹은 연작처럼 보이는 작품을 나름대로 연결을 시켜보기도 했다.
12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기억나는 작품은 보테로의 자화상정도랄까.
덕분에 이사를 하면서 그때 사서 뒀던 도록도 발견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도록을 구입하고 왔다. 관람의 여운을 즐기기 위한 나의 사치 중의 하나.

소나무 잎에 대롱대롱 매달려 비가 왔었음을 보여준다.
우리 가족이 왔다간 것을 그 누가 기억해주랴만, 잠시 맺혔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저 나뭇잎처럼 그리고 또 자라는 나무처럼 작은까탈도 좀더 자라고, 철없는 엄마도 좀더 자라리라.
더 자랄 것 없는 존경해마지 않는 남편님은 좋은 기억을, 추억거리를 저장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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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