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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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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을 부를 때
글쓴이
송원근 저
다람
평균
별점10 (7)
엄동

사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억의 주머니가 있다. 그 주머니에 무엇을 담을지는 각자의 맘이지만, 덩이 덩이 담긴 주머니 속 기억들은 이후의 나를 이룬다.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게 보통이고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지라, 비록 작고 볼품없는 주머니일지라도 그 속엔 반짝이는 무언가는 있을 터. 그 반짝이는 기억들은 고된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열네 살, 꽃 같은 나이에 군복을 만드는 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을 믿고 나선 후 십 년 가까이 성 노예 생활을 하고 몸과 마음이 망가져버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이 책은 그 할머니들 중 한 분인 김복동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감독의 제작 일지다.



할머니들의 기억 주머니엔 무엇이 남아있을까. 나이가 들어 기억이 흐릿해질수록 크기가 작아지고 속이 성기어지더라도, 주머니 속 그 악몽 같은 기억들은 그분들에게 여전히 고통이다.



그 주머니에 압정을 쑤셔넣은 자들은 왜 사과하지 않는가.



용서해 줄 마음이 있으니 잘못을 인정하라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절규에 그들은 왜 묵묵부답인가.



 



어처구니없게도 우리 정부는 2015년, 과거 만행을 지우기에 급급한 일본 정부로부터 단돈 10억 엔을 받고 위안부 합의 조약을 체결,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한다. 일본 정부는 대통령과 합의가 됐다면서, 정작 피해자인 할머니들께 용서를 구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



시험 보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답안지를 건넨 격으로 나선 우리 정부는 더 이상 할머니들의 조국이 아니었다.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고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진정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용건을 뺀 나머지만 정리하고 털어버린 그들은 이 책을 보고, 영화 김복동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친일파는 21세기인 지금도 실재한다.



 



얼마 전 전범의 후손인 아베 총리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던 기시다가 일본의 새로운 총리가 되었다. 그 나라의 진정성 어린 사과와 반성은 아직 먼 이야기로만 느껴져 마음이 안 좋다.



 



[김복동은 달리는 차 안에서 가만히 창밖을 바라본다. 명예를 찾고 싶어 시작했던 싸움,



시간이 어느새 30년이 흘러 있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다면, 아예 신고하지 말고 살걸"



김복동의 상념은 더 깊어간다. p.267]



 



가슴이 알알해진다. 외면한 건 아니었지만, 더 알려 하지 않았고 더 분노하지 못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 목덜미가 저리다.



몸이 상해가면서까지 기억할 수 있게 영화를 만들어준, 기록하여 책으로 내준 송원근 감독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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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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