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락음악을 듣는 것이었다. 학교 앞 레코드 점에서 가끔씩 테이프를 사서 들을 떄면 그게 그렇게 속시원할 수가.. 오아시스 U2 너바나 ... 내가 처음 외국의 락 음악을 접한 건 이런 밴드들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그 이전 세대의 밴드 음악을 들어보면서 더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나 할까. 오히려 90년대 이후의 밴드 음악보다 7~80년대의 밴드 음악이 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것들이 많은 느낌이었다. 레드 제플린과 퀸은 내게 또 다른 혁명이었다. 

    이 영화는 퀸의 결성부터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까지를 일대기 형태로 보여준다. 밴드 중에서 보컬리스트만 주목받는 것을 누구보다 슬퍼하는 사람이지만, 퀸을 이야기하면서는 프레디 머큐리를 제일 첫번째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가창력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사람이 또 있었을까. 이 영화도 어쩌면 퀸 모두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그만큼 이 밴드의 핵심이며,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인물이니까. 

  영화를 보는 내내 프레디 머큐리가 안쓰러웠다. 비주류 이방인의 삶, 엄격한 집안 분위기, 복잡한 성적 취향 등등.. 그래도 최대한 프레디의 사생활 이야기를 자극적이지 않게 담으려 노력한 부분이 엿보인다.  아무리 봐도 폴은 프레디 인생을 망쳐놓은 인간..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의 비교적 공통적인 의견들은 

  1. 인물들의 외모와 제스쳐 등 많은 부분이 일치해서 싱크로율이 높다. 

     물론 프레디 머큐리가 좀 독특한 외모였던지라... 최대한 분장을 했음에도 얼굴 느낌은 다르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의 제스쳐 표정 등은 정말 똑같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과 드러머 로저의 외모 싱크로율은 놀라울 정도. 

  2. 마지막 20분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의 감동

     보헤미안 랩소디, 라디오 가가 등... 라이브 에이드 공연의 장면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내서 

     공연장에 내가 함께 있는 듯 하다. 솔직히 이 장면 때문에 스크린 X를 보아야 하나 고민했다. 

  3. 퀸의 명곡이 끊임없이 나와 귀가 즐겁다. 

     Bohemian Rhapsody, Love of my life, We are the champion, We will rock you 

     I want to break free 등등 .. 

  분명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하나 하나 철저하게 고증하고 재현하려 노력한 것이 여실히 보이는 작품이다. 

  수많은 팬들에 둘러싸였어도 외롭고 공허했던 프레디의 속을 누가 알까. 그리고 영화에 잘 표현되지 않은 다른 퀸 멤버들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최대한 사실에 바탕을 둔 부분만 표현하더라도 퀸이라는 밴드의 역사는 참 많은 곡절이 있다. 오히려 이렇게 담백하게 절제하고 음악에 집중해서 표현한 게 나는 마음에 든다. 물론 프레디의 삶을 왜곡해서 표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족간의 갈등 문제나 자신의 민족 정체성을 버리는 것으로 표현한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의견도 있어서 조금 의문이 든다. 무엇이 맞는 것인지...아무튼 전체적으로는 속 얘기를 하는 듯 진짜 더 깊은 속은 안 보여주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인간으로서는 외롭고 비통한 삶이었을지라도, 45살 짧은 생애를 음악으로 불태우고 간 프레디 머큐리. 그의 성적 취향이나 사생활, 그의 복잡한 내면을 내가 다 이해할 방법도 없고 그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할 마음도 없지만 그의 음악만으로도 오래 우리에게 기억될 사람이 아니던가. 

  사족 : 프레디의 삶이 곡절이 많아서 영화가 무겁기만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간간히 피식 터지는 장면이 있다. (내가 제일 웃었던 장면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백보컬 녹음하는 장면. 갈릴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