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 교양 및 과학

도토리
- 작성일
- 2016.5.17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 글쓴이
- 이인우 저
책세상
동양철학은 어렵다. 논어와 맹자 번역본을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도대체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한자도 복잡해 보이거니와 함축적인 문장 안에 담긴 뜻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동양 고전에 관심을 가진 건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와 <담론>을 읽으면서이다. 또한, 팡차오후이의 <나를 지켜낸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문구들에서도 동양고전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느끼며 꼭 한 번은 제대로 익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 책은 수많은 동양고전 중 공자의 말을 담은 <논어>를 바탕으로 공자의 삶을 회고록 내지는 평전처럼 서술한 책이다. 따라서 논어 속에 나오는 문장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 또한, 이야기 식으로 읽으니 딱딱한 교과서가 아닌 말랑말랑한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스승,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공자를 조금 더 깊이 알게되었다는 기쁨이 컸다.
내게 공자는 <망명객>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도대체 어떤 신념이길래 수없이 고생을 하면서도 자신의 철학과 신념에 따라 나라를 다스릴 군주를 찾아 헤매었단 말인가. 마음 먹기에 따라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도 있었을 사람이 사서 고생을 하다니. 공자의 위대한 철학과 신념을 넘어 인간 공자의 모습, 그리고 제자들과의 아름다운 대화를 편안하게 볼 수 있어서 이 책이 참 반가웠다.
제자들을 이끌고 망명길에 올랐지만 곡식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곤궁했을 때,
"군자가 이처럼 궁지에 빠져도 되는 겁니까?" 라는 자로의 물음에
"군자는 원래 궁하다. 소인은 궁하면 흐트러진다." 라고 할 수 있는 이 사람의 경지는 어디인가. 스스로 군자의 모습으로 살다간 이 사람을 알면 알수록 더 존경하게 된다. 비록 공자가 후대에 미화되어 과장되게 표현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자는 성인의 경지에 오르지 않고는 불가능한 위대한 가르침을 남겼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한없이 제자를 사랑하고 각 제자의 성정과 재능에 따라 맞춤형교육을 한 참스승로서의 면모가 내게는 더 깊이 와닿았다. 자로, 안회, 자공 이 세 사람의 제자 이야기는 진정한 사제동행이 무엇인가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제자를 먼저 보내는 스승의 마음은 어떠할까...자로의 처참한 죽음에 슬퍼하며 젓갈을 모두 치워버리거나, 안회의 죽음에 깊이 슬퍼할 때의 공자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싹이 나고도 꽃을 피우지 못하는가 하면, 꽃을 피우고도 열매를 맺지 못하기도 하지...." 라고 한 그 한 마디 말에 그 모든 감정이 느껴진다.
나는 꽤 사랑과 인정에 목말랐었는데 공자는 일찍이 그 굴레를 벗어났나보다. 마음이 가는대로 행해도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 그 이상향에 아마도 나는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 (콜버그 도덕성 발달단계에 따르면 최종 6단계가 스스로 양심에 따라 보편적 도덕윤리를 정하고 따르는 단계인데 이와도 통하지 않을까.) 하지만 계속 꿈꾸기는 할 것이다. 공자가 남긴 다음과 같은 말들을 깊이 새기면서.
"군자가 남을 부리고 이끄는 위치에 있을 때 해서는 안 될 행동은 다음과 같으니라. 첫째,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채 엄벌하는 것 (잔학), 둘째, 일을 실행함에 있어 경계할 점을 일러주지 않고 성공만 요구하는 것(횡포), 셋째, 지시는 늦게 하고 일의 달성은 사납게 독촉하는 것(도둑질), 마땅히 주어야 할 것을 놓고 온갖 생색을 내며 주는 것 "
논어 속에서의 공자, 사기 속에서의 공자, 노자와 공자의 연결고리를 소개해놓아서 다양한 시각에서 공자를 만날 수 있엇지만 역시 가장 감동적인 것은 스승으로서와 인간으로서의 공자의 면모를 더 깊이 알게 된 것이다. (다만 챕터끼리 너무 독립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은 아주 살짝 아쉬움? ^^*)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스승이 될 수 있을지.
(이 리뷰는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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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댓글 10
- 작성일
- 2016. 5. 23.
@march
- 작성일
- 2016. 6. 29.
- 작성일
- 2016. 6. 29.
@simplemen
- 작성일
- 2016. 6. 29.
- 작성일
- 2016. 6. 29.
@chuki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