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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
- 작성일
- 2021.5.5
디리 dele 1
- 글쓴이
- 혼다 다카요시 저
살림출판사
뜻밖의 발견!!!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예요.
처음엔 디지털 장의사라는 소재가 유품정리사를 연상시켜서 기대가 크진 않았어요.
그런데 <디리 (dele)>는 특별한 미스터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서, 휘리릭 읽을 수밖에 없었어요.
궁금하다, 궁금해~
"당신이 죽은 후, 불필요한 데이터를 삭제해드립니다." (11p)
주인공 유타로는 그동안 심부름센터의 알바일만 해왔는데, 이번에 정식으로 취직했어요.
회사 이름은 'dele.LIFE 디리 닷 라이프'이며 소장은 케이시, 유일한 직원은 석 달 전에 고용된 유타로가 전부예요.
딱 두 명뿐이지만 무뚝뚝한 케이시의 업무지시에 잘 적응하고 있는 유타로는 일의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여기에 의뢰한 사람들의 디지털 기기에 원격제어가 가능한 앱을 깔고, 의뢰인이 자신이 노트북에 닷새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모구라에 신호가 가도록 설정해두었어요
모구라에 신호가 오면 먼저 의뢰인의 사망을 확인한 후 디바이스를 원격 조종하여 사전에 계약했던 데이터를 완벽하게 삭제하는 일이에요.
하지 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케이시를 대신해서 직접 뛰어다니는 온갖 잡일을 유타로가 하고 있어요.
1권에서는 여섯 명의 의뢰인을 위한 삭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주목할 점은 케이시와 유타로가 일을 대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케이시는 철저하게 의뢰인과 계약한 대로 수행하는 이성적인 스타일인 반면, 유타로는 고인이 남긴 데이터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 데이터를 삭제한다는 사실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는 감정형이에요.
죽음의 이유는 다양해요. 사고사, 질환으로 인한 병사, 자살, 타살...
디지털 문맹이라면 이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소 충격적일 수 있어요. 고인이 데이터를 삭제하려는 목적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어요. 읽는 내내 '나라면...?'이라는 가정하에 몰입하다보니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어요. 명쾌하게 '삭제한다 VS 남긴다'라는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사정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는 케이시가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신기한 건 그들이 하는 작업은 '삭제'인데 제 머릿속에는 '기억'에 대한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는 거예요. 죽음이란 우리의 육신이 이 세상에서 로그아웃되고, 관련된 데이터들이 서서히 삭제되는 일이니까요. 유타로가 그토록 고인의 기억에 집착했던 건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1권 마지막 장면이 뭔가 뭉클한 느낌이 들었어요. 유타로가 자신의 소중한 기억의 물건을 케이시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했을 때, 케이시는 그 물건뿐만이 아니라 너를 기억해두겠다고 말했어요. 죽음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라, 어쩌면 죽고나서 잊혀지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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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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