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전 다녀와서

좋은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5.8.29
세종 문화회관에서 하는 안셀 아담스 사진전에 다녀왔다. 살가두 이후로 풍부한 계조와 강렬한 명암 대비가 인상적인 흑백 풍경 사진의 매력을 알게 되었기에, 안셀 아담스 사진전도 내 마음을 끌었다.
입구가 이렇게 렌즈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다. 작가 약력도 흥미로운데 안셀 아담스는 18세였던 1920년부터 1930년까지 전문 음악가로 살았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안셀 아담스가 클래식 음악 공부 및 피아니스트 교육을 받기를 원하셨다고...ㅎㅎㅎ 엄격한 음악적 교육을 받았던 것이 훗날 사진에 있어서도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바탕이 되었다고 하니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다.
14세에 요세미티 계곡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 아버지로부터 받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느꼈던 경이감이 훗날 평생 풍경 사진을 찍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역시 어릴 때의 경험은 중요한가보다. 우리 나라도 공부 공부 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깨닫는 식의 가정 교육이 가능하면 좋으련만...
사진전에 출품된 사진들은 www.anseladams.kr 이나 shop.anseladams.com 등에서 확인할 수 있고 포스팅에 사용된 사진들의 출처 또한 위의 두 곳이다. 1920년대 초반 안셀 아담스의 작풍은 소프트 포커스 기법의 사진이었으나 1920년대 말부터 순수사진 작업을 위해 소프트 스타일에서 멀어져 극도의 사실성을 담아내는 작풍으로 변화하였다. 그가 결성하여 활동한 사진 그룹이 조리개의 최소 단위를 의미하는 f/64라는 점에서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진 또한 피사체의 질감을 극적으로 느껴질 만큼 생생하게 표현하였는데 사실 위의 디지털 이미지를 놓고 할 얘기는 아니고, 전시관에 직접 가 봐야 알 수 있다.
해상도 떨어지는 디지털 파일을 올리며 안셀 아담스 사진에 대해 뭐라고 코멘트를 하자니 영 찝찝하지만, 썸네일 정도라고 생각해 보고 소회를 풀어보겠다. 절대 위의 사진을 보고 저것이 안셀 아담스 사진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제 작품의 10%도 못 담아내고 있는 느낌이니까... 어쨌든 안셀 아담스 사진은 경이로웠다. 명암 대비가 너무나 눈부셨는데, 빛도 빛이지만 장노출 또한 그런 대비 효과를 내지 않았나 생각도 해 본다.
개인적으로 이 사진도 인상적이고 좋았다. 장미와 유목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되었는데 명암대비와 더불어 꽃잎의 주름 하나까지 섬세한 질감 표현이 참 인상깊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 라이카 모노크롬이 한번씩 생각이 난다. 생각만...ㅎㅎ
인물 사진조차도 이렇게 질감 표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소회지만 안셀 아담스는 풍경 사진이 역시 인상적이었다. 다만 사진 작품의 내적인 요소만을 놓고 보지 않았을 때, 비하인드 스토리와 결부되어 인상적이었던 인물 작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안셀 아담스가 수용소에 갇힌 일본인들의 권리를 위해 위해 <Born free and Equal>이라는 사진 작업을 했던 것들이었다. 혹시나 오해를 살까 덧붙이면 위의 인물 사진과는 무관한 시리즈임을 밝힌다.
내가 사진전에서 놓친 설명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개인적인 배경 지식에 의거하면 당시 스파이 혐의 등 확인되지 않은 위험을 이유로 미국 내에 거주하던 일반인 일본인들을 대거 집단 수용하였다고 한다. 그들의 일상 및 사회경제적 생활이 박살 났음은 물론이다. 2차 세계 대전의 공포에 질린 미국인들은 인권 침해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의 집단 수용에 찬성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니 사진전에서 언급되었듯 안셀 아담스 사진 작업에 따르는 논란도 대단하였을 것 같다.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피사체들의 웃고있는 초상 사진이나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 밑에는 United States Cadet Nurse 라는 식의 개인 소개 혹은, All like baseball and other sports 라는 식의 문구가 있다. 이 사진 시리즈를 보면서 사진의 파급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번 사진전에 출품된 사진 중 이 사진도 참 좋았다. 사실주의적 질감 표현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이었는데, 역시 전시회에 직접 가서 보아야 공감이 되겠지만, 나뭇잎의 결이며 이슬 방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안셀 아담스의 광활한 풍경 사진들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피사체를 클로즈업한 사진 또한 너무 매력적이었다.
이번 사진전에서 볼 수 있었던 안셀 아담스 사진들은 보다시피 명암의 대비가 강렬하면서도 계조가 풍부한 작품이 많았다. 보기만 해도 자연의 근원적인 힘을 나타내는 듯 한 작품들 말이다. 1981년도에 안셀 아담스의 작품은 역대 최고가인 71,500 달러로 매매가 되었는데, 해당 가격에는 안셀 아담스의 활발한 사회 활동을 지지하는 이유도 포함되었을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안셀 아담스의 풍경 사진이 소장심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임은 틀림없었다.
사진관 내부를 촬영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글로 전하는 부분이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이번 안셀 아담스 전을 흥미롭게 구성하고자 한 노력이 보였다. 한쪽 벽면에 연대기를 붙여놓거나 피아노를 전시장에 전시해 두거나, 마치 숲을 연상케 하는 힐링 공간을 만들어 두는 등 말이었다. 아무래도 작품 수가 꽤 많았기 때문에 쉬는 공간이 조금쯤 필요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사진전 관람을 마치고 드디어 기념품 샵에 들렀다. 마음에 드는 사진전이었다면 가급적 도록 및 인화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기념품 샵은 내게 있어 중요하다. 크기가 큰 인화품부터 엽서, (아마도 우드 재질의) 블록 인화물, 그리고 2만원 / 5만원대의 도록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사진전에 출품된 인화물의 느낌을 살려주는 것은 블록 인화물이었다.
대형 인화물들도 음... 가격 확인도 하지 않았지만 그냥 그랬다. 크기가 좀 있는 인화물의 경우 사람들이 얼마나 사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가격이 저렴하든가 아니면 차라리 인화물 퀄리티를 높이는 게 낫지 않나 생각도 해본다.
블록 인화물은 괜찮아서 하나 사올까 조금 고민도 했다. 아무래도 자극을 받기 위해서는 꾸준히 눈으로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좋은 듯 하다. 재관람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일 기회가 된다면 나는 블록 인화물을 노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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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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