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quasaur11
  1.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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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의 책 표지)



*알렉산드로스 원정기가 젊은 나이에 온 세상을 정복하는 영광스러운 일대기라면 제국의 눈물과 지중해 삼국지는 그가 요절한 후 기껏 열심히 세운 헬레니즘 제국이 허망하게 분열되고 수백년 동안 자기들끼리의 역사가 이어지다가 각개격파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과정을 다뤘다.


개인적으론 이 시대를 '마케도니아인들의 한심한 자멸'로 보았다. 누구는 낭만의 시대로 부르고 찬란한 동서양 문화의 결합이라 부르지만 정작 그 시대를 주도적으로 시작했던 필리포스 2세와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후손도 사라지고 후계자라는 놈들이 자기들만의 나라를 세우다가 모조리 로마 혹은 이란, 인도에게 각개격파 당해 그들만의 후손들도 모조리 멸족해버렸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중국 삼국시대로 좋게 보지 않는다. 백성들 피 빨아먹은 군벌에 불과한 자들이 영웅으로 불리지 않는가? 핀트가 어긋나지만 내겐 헬레니즘 시대가 이상한 소꿉장난처럼 보였다.


일단 '제국의 눈물'은 알렉산드로스가 요절한 직후부터 그가 박트리아의 공주 '록사나'와 결혼하여 얻은 아들 '알렉산드로스 4세'가 살해당하고 아이가이 왕릉에 묻히는 것으로 끝나는, 약 15년동안 일어났던 이야기를 다룬다.


아리아노스의 책에서도 언급됐듯이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죽기 전까지 지중해 서부와 아라비아 해를 원정할 계획을 갖고 있었으며 측근들은 바빌론에서 다음 전쟁 준비를 위한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대왕이 갑자기 죽어버리자 알렉산드로스의 원대한 꿈인 다인종 혼합 제국의 꿈을 순식간에 폐기한다. 마케도니아의 장군들은 대왕이 적극적으로 펼쳤던 페르시아나 박트리아를 비롯한 이민족들과의 통합을 혐오했기에 더 이상의 동화 정책을 금지하고 제국의 각지방을 자기들끼리 나누는 토의를 가졌다. 흔히 대왕이 죽자마자 내전이 터졌다고 알려졌는데 최소 2~3년 동안은 '명목상의 마케도니아 제국'은 유지됐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새로운 제국의 수도가 될 예정이었던 바빌론을 다스리는 사람이 하필이면 '젊은 기병대장 페르티카스'였으며 그를 시기하는 장군들이 많았던 거였다.


대왕 다음으로 마케도니아인들의 사랑을 받은 사람은 '노장군 안티파트로스'와 '역전의 노장 크라테로스'였는데 안티파트로스는 원정길에 오르지 않고 본국 마케도니아를 다스리는 상태였고 크라테로스는 혼혈정책을 매우 싫어하여 일찍이 본국으로 귀국하는 중이었다. '그리스인 에우메네스'가 그나마 조율 안을 내놓아서 아슬아슬하게 제국통합파는 유지됐지만 페르디카스가 계속해서 말실수와 결솔한 행동으로 인해 제국 전역에서 그를 의심하게 만들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하필이면, 그를 도우는 자가 그리스인 에우메네스라서 서부의 사트라프가 된 '프톨레마이오스 1세'와 '애꾸눈 안티고노스'는 그를 경멸하고 제거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 와중에 그리스에선 대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마케도니아 지배인정=현실정치'를 내세운 '늙은 포키온'과 '그리스의 독립=이상주의'를 내세운 교활한 '히페리데스'와 '데모스테네스'가 갈등을 빚고 그 사이에서 대왕의 스승이자 그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바빌론에서 도망친 부패한 관리의 돈을 얻은 덕택에 돈을 얻은 히페리데스와 데모스테네스 일당은 대왕의 제국이 분열기미를 보이자 '헬레닉 전쟁'을 일으켰고 포악한 용병대장 ‘레오스테네스’의 활약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뻔 했으나 운이 따르지 않아, 결국 마케도니아의 진압으로 끝난다. 뭔가 대왕이 세운 제국이 분열되는 장면에 포함되어 있어 그리스인들을 악당으로 봐야할 거 같으면서도 독립전쟁을 펼치는 모습이 애잔했다. 비록 악역처럼 그려진 히페리데스와 데모스테네스도 그들이 죽는 장면은 나름 불쌍하고 비장미가 넘쳤다.


이 후, 프톨레마이오스와 안티고노스는 페르디카스가 꼴 보기 싫어 동맹을 맺고 크라테로스를 꼬드겨 에우메네스를 공격하게 했으나 에우메네스가 꾀를 내서 크라테로스를 전사시키는 쾌거를 이루지만 정작 페르디카스는 이집트에서 싸움한 번 못해보고 자신들의 부하에게 암살당하고 만다. 게다가 그 전에 알렉산드로스의 시신마저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빼앗기고 대제국의 후계자가 될 예정이었던 '병자 아르다이오스(필리포스 3세, 대왕의 배다른 형)'와 '어린 4세'도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넘어갔다!


불행하게도 그 직후, 제국통합파 중 하나였던 안티파트로스마저 늙어 죽고 그의 아들 카산드로스가 뒤를 잇는다. 카산드로스는 아버지와 달리 제국분열파에 가까웠는데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어머니 올림피아스의 욕심 때문에, 자기가 살기 위해서라도 '어린 4세'보단 '병자 아르다이오스'를 밀어줄 수밖에 없었다. 어린 4세는 알렉산드로스의 친자식이니 올림피아스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고 자신과 아버지 안티파트로스는 그녀와 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발생한 권력다툼 중에 아르다이오스=필리포스 3세는 허망하게 올림피아스 세력과 결탁한 폴리페르콘에 의해 독살을 당한다. 공교롭게도 폴리페르콘과 올림피아스는 역으로 카산드로스에게 완전히 패배했기에 '어린 4세'는 보호자 없는 신세가 됐고 나중에는 비참하게 살해당한다. 이로써 알렉산드로스가 꿈꾸던 모든 계획은 와르르 무너졌으며 이를 느끼는 절망감은 나에게도 전해졌다!


'제국의 눈물' 후반부에선 에우메네스가 이 책의 진주인공이 된다. 저자는 최근의 사관과 다르게 고전시대 학자들의 해석을 따라 그를 영웅처럼 그린다. 그리스인이라서 매번 동료들에게 제대로 신뢰받지 못하고 덕분에 제국분열파 세력들에게 각개격파 당해 죽는 장면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 그나마 그를 도우러 온 협력자들에겐 '알렉산드로스의 갑옷과 왕좌'를 만들어 그 물건에 제사를 지내면서 결의를 다지는 식으로 신뢰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장면은 참으로 애잔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한편으론 자신을 도왔던 '은방패부대장 안티게네스'의 활약으로 이란 땅에서 안티고노스의 대군을 전멸 직전까지 몰아붙이는데 성공하지만 안타깝게도, 안티고노스의 기습부대로 인해 정예부대원들의 가족들이 붙잡히자 항복해버리고 에우메네스는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버린 점. 그리고 평생을 열심히 전쟁터에서 싸워 온 은방패 부대들은 안티고노스에 의해 모조리 죽거나 중앙아시아로 귀양 가서 후손도 못 낳고 죽어버렸다. 이런 식으로 책 내내 알렉산드로스가 열심히 키운 정예 군단들은 소모되고 또 소모됐다. 참으로 뭐라 말 할 수 없다.


'제국의 눈물'은 대왕 사후 10~20년 만 다루기에 안티고노스와 카산드로스가 승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지만 '지중해 삼국지'에선 전자의 책은 전체 내용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 후로는 안티고노스와 그 아들 '데메트리오스 1세'가 셀레우코스 1세에 의해 입소스 전투에서 패배해 기껏 얻은 거대한 영토를 모조리 잃고 자기도 죽어버린다. 마치 1편 영화에서 열심히 활약한 주인공급 캐릭터가 후속작의 극 초반에서 허무하게 죽는 것을 보는 기분이다. 그러나 나중엔 데메트리오스 1세의 후예인 '안티고노스 고나타스'가 카산드로스의 후계자들을 물리치면서 마케도니아의 왕좌를 차지하고(이 과정 중에 켈트족 대이동이 일어나 마케도니아의 지배자들이 전쟁에서 계속 죽어 지배자 자리에 공석이 되는 사태가 일어났기에 가능한 일) 안티고노스 왕조를 여는 장면이 나오긴 한다.


이 후 '지중해 삼국지'에선 5차례의 디아도코이 전쟁이 벌어지는 과정과 마케도니아-시리아-이집트 3대 헬레니즘 강대국이 건국되는 과정이 초반부, 마케도니아 안티고노스 왕조와 시리아 셀레우코스 왕조 그리고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멸망 과정을 다루는 중반부를 다루며 맨 마지막 후반부는 그 외의 헬레니즘 시대의 작은 나라들인 에페이로스, 비티니아, 카파도키아, 페르가몬, 갈라티아, 폰토스의 역사를 다룬다. 아쉽게도 동방에 존재했던 박트리아 왕국의 역사는 다루지 않아서 이 후 이쪽 지역의 그리스인들은 어떻게 멸망했는지 알지 못한다.


우선 마케도니아는 필리포스-알렉산드로스 부자 때와 달리 계속해서 일어나는 그리스 세계의 반란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장면도 나오고 다시는 팽창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도 로마와의 전쟁 초반부에선 나름 이득도 챙기고 지중해의 패권국으로 다시 솟아오르는듯하나 몇 번의 전투 끝에 쇠락하고 마지막 왕 ‘페르세오스’는 결국 로마로 압송당하는 치욕을 당한다. 그리고 마케도니아는 안티고노스 왕조를 멸망시킨 로마에 의해 4개의 작은 지역으로 쪼개져 비실비실한 존재들로 연명하며 수백 년 정도 로마의 지배를 받는다. 그 후로도 다시는 인류역사에서 이름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실을 읽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한 때 그리스인들과 구별된다고 자만하고 자신들만의 자존감과 민족의식이 있었던 용맹한 마케도니아 사람들은 이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의 마케도니아라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중세시대에 몰려온 전혀 다른 슬라브인에 불과하니까. 우리나라의 고구려인이나 발해인들도 이런 방법으로 지구상에서 멸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시키온의 아라토스'라는 그리스인의 독립운동을 보면서 분명 안티고노스 왕조를 다루는 부분인데도 나도 모르게 그리스의 시각으로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또 반란이 실패할 때마다 마케도니아 군인들은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잔혹하게 짓밟고 불태우고 사람들을 희롱하는 짓도 벌였다. 모든 강대국들은 패자에게 가혹하다는 점은 인류사의 공통점이지만 결국 로마에 의해 처참하게 민족이 멸망 아니 멸종하여 흩어지는 비극을 당하는 것도 자업자득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이 후 시리아와 이집트도 비슷하게 분명 알렉산드로스와 한 밥을 먹었던 장군들끼리 나눠가진 땅에서 발흥한 자들이지만 수백 년 내내 승자 없는 소모전을 계속 하다가 국력을 낭비하고 그러면서도 서로 정략결혼을 하면서 근친으로 태어난 왕족들끼리 서로 싸우는, 부모와 형제끼리 싸우고 친척끼리 싸우는 꼴을 보여주며 근대 제국들이나 현대 민주국가들의 시점으로 보면 너무나도 한심하고 망측한 역사를 이어간다.


시리아 셀레우코스 왕조는 분명 거대한 영토로 시작한 강대국 중의 강대국이었으나 순식간에 쪼그라들고 뭔가 하려고 할 때마다 반란과 내전이 터지면서 권력층이 계속 바뀌고, 그 과정 중에서 하나씩 영토가 사라져갔다. 맨 마지막엔 현재의 대한민국보다도 작은 땅덩어리만 남은 채, 아르메니아 왕국에게 휘둘리다가 로마의 보호를 받고 로마의 일개 총독에 의해 마지막 왕이 살해당하며 후손들이 모조리 지옥으로 사라졌다.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더 한심하게도 가장 빨리 전성기가 끝난 왕조라고 나온다.


소국들의 역사를 다룬 후반부는 가장 좋은 부분이라 느꼈다. 보통 카파도키아나 갈라티아같은 지역은 성경에서만 언급되는 '역덕후들의 입장'에서도 '듣보잡'에 가까운 지역인데 이 지역도 왕들이 지배했던 주권국가였고 영토 확장을 시도했던 나라들이었다. 이 중 에페이로스와 페르가몬은 패권국이 될 기회가 있었으나 실패하고 폰토스는 소국 중 가장 강한 힘을 발휘했으나 결국 로마라는 인류 역사 상 가장 강력한 대제국을 만나는 바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과정을 읽어야 했다.


지중해 삼국지의 저자는 헬레니즘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도 항상 밝지는 않기에 경계해야한다면서 끝맺는다. 내 개인적으론 알렉산드로스가 헬레니즘 국가들을 세운 자신의 장군들을 지옥에서 두들겨 패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래라면 그가 오래 살아 그리스인과 동방의 이민족들이 함께 어울리며 페르시아보다 더 독특한 거대제국을 수백 년 동안 잇고 여유가 된다면 인도양을 지배하고 서방의 카르타고도 속국으로 두는 그런 나라로 발돋움해야 했는데... 사분오열 되어 우왕좌왕하다가 로마와 이란, 유목민족, 인도 등에게 각개격파 되어 결국 서기 700년대를 끝으로 '지중해를 이끄는 그리스 문명'이 허무하게 사라지게 만드는 과정을 보면 분통이 터져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기 부하들을 때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 한국인으로선 소국들의 역사를 참고하여 미래를 대비해야한다는 생각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헬레니즘 병사들의 갑옷이나 언어, 음악, 도시 같은 눈에 보이는 문화는 좋아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이제 더 이상 좋게 보지 못하겠다. 역사상 가장 한심한 자멸 문학이자 무의미한 전쟁조모를 지속한 '죽 써서 로마에게 줘버린' 시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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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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