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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mmal
- 작성일
- 2024.1.17
달팽이
- 글쓴이
- 에밀리 휴즈 저/윤지원 역
지양어린이
널리 알려진 대중예술에 비해 순수예술 특히 조각가가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고 그의 일대기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만들어지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로또 확률만큼이나 어렵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사무 노구치는 미국과 일본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위대한 예술가라 할 수 있습니다.
<빛을 조각한 예술가, 이사무 노구치-달팽이>는 뉴욕의 유일한 작가를 위한 뮤지엄인 노구치 뮤지엄으로 유명한 돌 조각가이자 세트 디자이너, 조명 디자이너인 이사무 노구치의 일대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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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엮고 따뜻한 색연필로 그림까지 그린 작가는 이사무 노구치처럼 일본 혈통인 구체적으로 어머니가 일본인인 에밀리 휴즈로, 자신과 공통점이 있는 이사무 노구치의 일대기를 서정적인 그림으로 잘 표현하였습니다.
이사무 노구치의 아버지는 일본의 시인인 요네 노구치이고, 어머니는 미국의 작가 레오니 길모어입니다. 동서양의 문인이 부모인 것이지요. 아버지는 유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사무 노구치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두 사람은 헤어졌고, 레오니 길모어는 홀로 미국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2년 후 레오니 길모어는 어린 아들과 함께 일본으로 갔지만 요네 노구치는 이미 다른 여성과 결혼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레오니 길모어는 미혼모가 되고 말았고, 일본계 미국인으로 태어난 이사무 노구치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학창시절을 보낸 일본에서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왕따와 차별을 당합니다. 고등학교때 미국으로 온 이사무는 어머니의 성을 따서 샘 길모어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다니고, 콜럼비아대학교 의예과에 입학했으나 다빈치 예술학교의 야간 수업을 듣고 난 후 조각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로 유학가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중견 작가로 성장한 이사무는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서 촉발된 태평양전쟁 때 일본계 미국인들이 수용된 애리조나 주 포스턴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작품과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지만, 그곳은 보호구역이 아니라 강제수용소여서 결국 떠나야 했습니다. 이사무는 미국 국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이사무는 자신은 일본인도, 미국인도 아닌 스스로를 달팽이로 여겼습니다.
이 책의 시작은 이사무가 전시회에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화를 내며 거절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창작 공간인 달팽이로 들어가 대나무 살에 종이를 붙여 만든 일본의 조명등인 아카리를 만듭니다. 아카리를 만들며 자신의 모습을 깨달은 이사무는 달팽이 껍질에서 나와 전시회에 참여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그는 전설이 됩니다.
또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사무 노구치의 아내가 태평양전쟁 시절 '야래향(夜來香)', '하일군재래(何日君再來)' 등의 노래와 수많은 영화로 중국과 일본, 그리고 식민지 조선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미녀 가수이자 배우인 중국명 이향란(李香蘭), 일본명 야마구치 요시코(山口 淑子)였다는 것도 무척 놀라웠습니다.
비록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어린이가 읽기에는 다소 어렵습니다. 구성도 추보식 구성이 아니라 역순행적 구성이고, 대화 대신 서술자의 서술로만 이루어져 어린이가 아닌 성인을 위한 그림책같습니다.
하지만 색연필로 그린 따뜻한 그림으로 표현된 이사무 노구치라는 위대한 예술가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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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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