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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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의 시간
글쓴이
사이 몽고메리 저
돌고래
평균
별점9.7 (14)
assilence

“거북에게는 뭔가 아주 오래된 흙의 기운 같은 게 있어요.” 위험에 처한 동물을 지나치지 못하는 동물을 사랑하는 가정에서 자란 크리스의 말이다. 크리스는 동물 구조 단체를 운영한다. “거북이 사람을 바라보는 모습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전 그게 거북의 눈 때문인 것 같아요.”, “거북의 눈은 정말로 특별해요.” 거북을 중심으로 사랑하고, 살아가고, 성장하는 이 책의 인간 주인공들, 나타샤, 알렉시아, 미카엘라, 맷, 클린턴의 말이다. 정작 이 책의 진짜 주인공, 거북은 말이 없다. 그들은 살아간다. 햇살아래, 비를 맞으며, 진흙을 헤집으며, 물속을 헤엄치며, 지금을 산다. 몇 개월 혹은 백 년을 산다. 나는 감히 거북에 대해 말하기가 어렵다.

 

 

“거북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착취되고 학대받는 동물이다.”


“거북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착취되고 학대받는 동물이다.” 사이 몽고메리가 거북에 관한 책 <세계의 거북>에서 인용한 말이다. 의료용으로, 장식용으로, 식용으로 거북과 그 알은 인간에 의해 수천 년 동안 착취되어 왔다. 오늘날 거북 밀거래 시장이 전례 없는 수준이라니 이 탐욕은 이어지고 있다. 


“거북, 멸종은 없다.”


이런 조건에서도 “거북, 멸종은 없다.”라고 단단한 미래를 선언하는 단체가 있다. 거북생존센터가 바로 그곳. 이곳에는 세계적인 절멸위급종 거북들의 가장 크고 중요한 번식 군락이 있다. 사라 몽고메리는 관리자 크리스의 안내로 멸종 위기 거북들이 보호되고 번식되는 구역 구역을 꼼꼼하게 취재한다. 거북이 보여주는 생명의 풍요로움과 인내력이 경이롭다. 크리스는 말한다. “저는 빈 벽을 앞에 두고도 즐겁게 보낼 수 있어요. 따분함이란 어디까지나 인간의 것이죠.” 따분함을 견디지 못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을 생각해보면, 인간은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열등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오늘 한국 일보 기사를 보니 거북이 처한 위험은 특정 사람들의 탐욕 때문만은 아니다. 기후 변화와 플라스틱 오염으로 바다거북의 생존이 심각하다는 기사다.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부화한 새끼 거북의 99%가 암컷이라고 한다. 모래 온도가 주요 변인이다. 이러한 성비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바다 거북의 번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제주 바다 거북 사체를 부검한 결과 바다 거북 1마리 당 평균 38개의 플라스틱을 삼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거북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언제나 편하고 쾌적한 것을 나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우리가 저 남자보다 먼저 여기에 오자꾸나.”


“내년에는 우리가 저 남자보다 먼저 여기에 오자꾸나.” 거북의 알을 깨뜨리는 남자를 보고 열한 살 된 맷에게 아버지 데이비드가 한 말이다. 그 여름 이후 데이비드와 맷은 매년 거북알을 찾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거북구조연맹의 나타샤, 알렉시아, 미카엘라. 그리고 맷과 함께 이들의 구조 활동에 참여하게 되고, 이 책을 쓴 사이 몽고메리. 살아 있는 생명을 돌본다는 것은 그들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돌봄으로 말하는 사람들. 거북을 돌보고 거북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거북의 시간을 살게 된 사람들. 

 


“이 곳 사람들은 모두 거북에게 마음을 쓰고 있어요.”


“거북 시즌 시작!” 대형 노동조합 건물 주차장 사방에 세워진 주황색 삼각콘에 붙여진 종이에 쓰여진 말이다. 노동조합 설비 일을 하며 거북을 돌보는 스콧이 쓴 것이다. 그는 알을 낳으러 오는 어미 거북을 주의해 달라고 사람들에게 알린다. 자신과 사람들이 거북을 살리는 일을 그는 무심하게 말한다. “이 곳 사람들은 모두 거북에게 마음을 쓰고 있어요.” 마음을 쓰는 일이 살리는 일이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나는 <거북의 시간>을 읽으며 거북 앞에, 거북을 돌보는 사람들 앞에 숙연해졌다. 귀엽고 예쁜 표지를 가진 이 책은 펼치자마자 너무 아름다워 단숨에 읽게 된다. 이 책에는 거북의 시간, 거북을 구조하고 돌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 그들과 한 시절을 함께하고 관찰하며 그것을 문장으로 옮긴 작가의 사색과 통찰이 교차된다. 



필사를 위해 다시 읽으며, 몇 번의 단상을 적긴 했지만, 이 책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 동물과의 관계는 가장 어려운 주제다. 내가 그들에 대해 너무 무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이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고,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일원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존엄함, 그 생명을 돌보는 사람들의 숭고함에 머리가 숙여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거북과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기를. 우리가 해 온 일의 결과와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알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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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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