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

팬더대왕
- 작성일
- 2017.3.13
전술의 기초
- 글쓴이
- 성형권 저
마인드북스
흔히 우리는 전쟁사를 바라볼 때 단순히 "이겼다"라는 사실에만 주목할 뿐, 막상 어떻게 이겼는지 반대로 상대방은 왜 패했는지는 제대로 보지 않는다. 이를 냉철하게 분석하려면 용병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전략과 전술의 원리, 전투 수행의 원칙 등 제반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밀리터리 매니아라면 반드시 주목할 만한 책이 나왔다. 마인드 북스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전술의 기초>는 제목 그대로 전술의 기초를 다룬 교양 서적이다. 저자인 성형권 장군은 제23보병사단 작전 참모와 제1기계화보병여단장, 육군대학 등 야전 지휘와 이론 교육을 두루 역임한 분이다.
전략과 전술, 또는 작전술이란 무엇인가. 군사전략과 정전략, 국가 전략은 어떻게 다른가. 이들은 서로 어떠한 상관 관계가 있는가. 군사전략론이나 군사사상을 다룬 책은 시중에도 이미 많이 있지만 개념 자체가 추상적인 학문의 영역이다보니 수준이 전문적이고 난해하여 사관학교의 교본이라면 몰라도, 어린 학생이나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난해한 전문 용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와 비유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전술"이라고 한다면 분대나 소대 단위의 보병 근접 전투를 연상하기 쉬운데, 이 책에서 거론하는 전술은 연대나 사단 등 보다 상위 제대에서의 전술을 말한다.
"월남전에서 우리는 군사 목표를 작전 목표로 전환해 주는 작전적 수준의 지휘관이 없었기 때문에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할 지를 알 수 없었다.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을 잃어버리고 예하 부대의 전술적 활동이 초점을 잃어버리면 전투에서는 승리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작전적으로는 임무 달성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베트남에서 실패한 이유이다." - p.30
"전술이란 군단급 이하의 전술제대가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전투력을 조직하고 운용하는 과학과 술이다." - p.40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 시종 일관 고분고분한 상대는 인정사정없이 대할 수 있지만 용수철처럼 반응하는 상대를 다루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고 주저할 수 밖에 없다. 방어는 불리한 전세를 만회하기 위한 임시적인 방편이므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주도권을 빼앗아 오기 위해서는 공세적인 사고와 행동이 최우선의 덕목임을 인식해야 한다. 방어라고 해서 피동적으로 대응한다면 더욱더 수세로 빠져들게 되는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방어 중에도 적의 약점을 발견하기 위한 모든 기회를 추구하고 이를 포착한다면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공세를 취함으로서 전세를 유리하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 p.110
"임무형 지휘가 모든 것을 위임하고 예하 지휘관이 많은 융통성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임무형 지휘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방법을 위임한 것이므로 '무엇을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지휘관의 의도와 '무엇을 해라'는 과업은 오히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 p.193
"지휘관은 가용 부대의 열세를 패배에 대한 변명으로 삼아서도 안되며, 가용부대의 우세로 방심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된다. 항상 가용부대의 우세를 달성할 수는 없으며, 비록 가용부대가 적보다 우세한 경우라도 틀에 박힌 전투력의 운용으로는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투의 승리는 무엇보다도 지휘관의 슬기롭고 창의적인 전투력 운용에서 비롯된다." - p.220
이 책에서 저자는 전략과 전술의 기본 개념과 함께, 전술의 원리와 전투 수행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 지휘관에게는 어떠한 전술적 임무가 부여되며 실제로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지휘관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 등을 두루 다루고 있다. 지휘관이 작전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부대의 전투력 및 작전지속 능력은 어떻게 보강 유지할 것인가, 작전에서 제병협동이 왜 중요한가, 지휘와 지원부대의 관계, 전투력의 운영 방법 등 초급 간부들을 위한 전술 교본이라고 해도 좋다. 또한 체첸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체첸군을 상대로 어떠한 전술적 오류를 범했는가, 탄금대 전투에서 신립의 패착, 탄넨베르크 전투, 현리 전투 등 유명한 전투에 대하여 전술적인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전술의 개념은 막연하게 접근하기 쉬운 전쟁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국공내전에서 미국식 장비로 무장한 장제스의 군대는 왜 마오쩌둥의 오합지졸 게릴라들에게 패배했는가. 국공내전의 승패는 단순히 군사적인 요인만이 아니라 정치적, 전략적 요인이 더 크지만, 순수하게 전술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주도권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왜 주도권을 상실했는가. 장제스는 이들에게 "공비를 토벌하라"고 했을 뿐, "왜 싸우는가"에 대한 명확한 전쟁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재량권도 부여하지 않은 채 전선에서 수천km 떨어진 곳에 있는 자신의 지시에 맹목적으로 복종하기만 요구하였다. 전략과 작전술, 전술이 서로 따로 놀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지휘관들은 상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지 못했으며 그렇다고 정보를 획득하려는 적극성도 없었다. 따라서 선제적인 행동을 할 수 없고 상대의 공격에 피동적으로 대응하였다. 당연히 기만과 기습도 불가능했다.
설령 무리하게 공세로 나갈 경우 쉽게 상대의 유인 작전에 말려들었고 병력이 분산되어 각개격파되었다. 상대가 어디를 노리는데 목표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고 기동과 집중도 불가능했다. 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은 공산군보다 훨씬 우세한 장비를 갖추고 있고 기동성에서 우세했으며 전차와 항공기도 보유했지만 막상 지휘관들에게는 이것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들은 단지 미군이 주는대로 받았을 뿐, 자신들에게 걸맞도록 교리나 운용 능력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비의 우세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오히려 이것이 족쇄가 되어 항공 정찰은 상대의 기만 전술에 쉽게 넘어갔다.
역으로 공산군의 우위는 그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마오쩌둥은 최소한의 근대 군사교육도 받은 적이 없지만 전쟁의 목표와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지휘관들에게 최대한의 재량권을 부여하였다. 또한 당은 군의 작전을 적극적으로 서포트하여 협력 체계를 유지하였다. 따라서 전략과 작전술, 전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다. 지휘관들 역시 경험이 매우 부족한 이들이 많았음에도 명확한 목표 아래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정확하게 알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능동적으로 행동하였다. 패튼은 "부하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지 말고 무엇을 하라고만 말하라. 그들은 무한한 잠재력으로 놀라운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라고 했는데 공산군이 바로 그러했다. 국민정부군은 손발이 묶이고 눈과 입, 귀까지 가려진 채 싸우는 반면, 공산군은 자신의 역량을 120% 발휘할 수 있었다. 어찌 이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국공내전의 승리를 갈랐다.
평소 전쟁사나 밀리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필히 일독을 권한다. 매우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개인적으로는 이 책과 함께, 군사학연구회에서 나온 <전쟁론><군사학개론><군사사상론> 그리고 제임스 F. 더니건의 <How to make wark>를 추천한다. 물론 전략전술과 용병술을 책 몇 권으로 간단하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 개념을 정립하는데 틀림없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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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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